(출처명: 박희정. 2021. 「청년기본법과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기획. 『새로운 미래, 담대한 여정』.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118-140쪽)
2020년 2월 4일, 몇 년간 계류되어 있던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고 8월 4일 에는 시행령이 제정되어 본격 시행하였다. 청년이 처한 현실이 사회문제로 등 장하고 청년정책이 변화·발전해온지 25년이 되었다. ‘청년문제를 논한 것이 그렇게 오래됐어?’ 하겠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 문제가 사회적 큰 문 제로 대두된 이후 일자리 문제는 청년 문제로 인식되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청년문제는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대한 권리보장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었고 법적 기반 마련과 동시에 정책 차원에서는 더 촘촘한 정책 설계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세대 담론의 등장에서부터 호명되지 않 았던 청년세대가 정책대상이 되는 과정,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움직임부터 중 앙정부 정책 흐름, 청년기본조례 제정부터 청년기본법 제정까지 청년 정책의 변화 과정과 그 함의에 대해 다룬다.
1. 청년 문제의 시작과 청년정책 형성
기존 사회문제는 특정 계층,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세대 또는 연령 집단을 대상으로 한 문제 정의가 이루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보통은 노 년세대를 대상으로 한 사회문제접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 기,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세계적 저성장 흐름에 따라 주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던 청년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청년 문제는 일자 리문제에서 시작되었다. 김대중 정부 이후로 정부마다 청년 일자리문제를 해 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뚜렷한 해결력을 갖지는 못했다. 20년의 시간 이 훌쩍 넘어 2010년대가 되었지만 청년 일자리문제가 해소되었다고 보지 못 했다. 그리고 이 문제의 심화는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를 늦추는 결과를 낳게 되고, 청년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사회가 주목하지 못했던 청년의 삶
2010년대부터 청년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고통이 곧 지나갈 것으로 간주하고 힘들더라도 버티라는 메시지는 당장 삶을 살아야하는 청년들에겐 가혹한 관망일 뿐이었다. 2014년에는 IMF 이후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이란 슬픈 타이틀을 갖고 주거비 상승으로 주거빈곤률은 높아져갔다. 노동시장 진입의 지체는 청년 미취업자를 계속 양산했고 학자금 및 생활대출 등으로 청년 부채상황도 악화하였다. 더불어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사회 진출 기회에 차이가 발생하고, 계층상승 가능성은 낮아졌다. 계속되는 실패의 경험과 열악한 삶의 환경으로 청년들의 자존감이 저하되고 이는 청년이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되는 것을 심화하였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청년문제 해결 방식이 변화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여전히 일자리 정책에 머물렀다.
청년세대담론의 등장과 청년정책의 단초
청년의 현실과 정책적 문제 해법의 미스가 지속되는 가운데 청년문제는 세대문제로 자리잡았고 담론화되었다. 청년세대를 사회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의 등장은 2007년 ‘88만원 세대’론 때부터이다. ‘88만원 세대’론은 2007년 당시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한국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논의되었다. 이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에서 ‘삼포세대’란 용어가 등장했지만, 이내 취업, 내 집 마련, 건강, 인간관계, 삶까지 포기했다는 자조와 함께 ‘N포세대’란 말까지 나왔다.1)이외에도 뛰어난 스펙에도 불구하고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을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빗대어 표현된 ‘이케아세대’, 기존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는 세대란 표현으로 ‘달관세대’ 등 청년세대의 현 상황에 대한 많은 담론이 양산되었다. 하지만 이런 용어의 생산, 청년의 현실적 어려움과 열악한 환경에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청년의 불안정 노동, 저임금 상황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시작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었다.
기존 ‘청년’세대의 이미지는 사회변혁을 주도하고 사회의 원동력이자 열정과 에너지가 넘쳤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보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저성장, 수저계급론과 같은 소득, 학력, 계층에 따른 격차 심화 등 사회구조적 원인이 크다는 쪽으로 청년문제의 원인으로 해석되는데 무게가 실리기 시작하였다. 결국 청년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추가 옮겨졌다.
2.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청년정책 흐름
중앙정부의 청년정책 흐름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실업 해소를 위한 실업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개발, 온라인 기반 워크넷 구축, 인력수급 계획수립 등 실업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진행하였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 제정 후 양극화 해소, 고용친화적 성장을 목표로 청년실업대책특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EITC(근로장려세제) 지원, 평생교육과 능력개발을 강조하며 고용정보 제공을 위한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확충하여 국가 고용지원서비스를 구축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제정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실업 해소를 넘어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직업능력개발, 산학연계, 해외 취·창업 확대, 고졸자 취업 확대 등을 중점으로 다루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고용 대책과 비슷하며 맞춤형 직업훈련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년정책의 범위를 일자리를 넘어 주거, 부채, 문화, 복지, 참여·권리 등으로 확대하였고 2019년 청년비서관 신설 및 국무총리실에 청년정책추진단을 두어 부처별 시행되는 청년정책을 컨트롤하는 단위를 구성하였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점차적으로 청년 문제에 대한 사회 관심이 높아졌지만 청년정책의 주요 골자는 고용촉진이었다. 기초 및 광역 지방정부에서 청년문제를 삶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다방면의 정책을 펼친 것과는 달리 고용촉진을 통해 실업, 미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중앙정부의 청년정책은 이전과 달리 일자리 정책뿐만 아니라 청년 삶 전반으로 정책 범위와 사업 예산을 확대해 청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표 1> 1998년 이후 중앙정부 청년정책 비교

지방정부에서 시작한 청년보장정책
고용촉진대책을 주요하게 다뤘던 중앙정부 청년정책의 흐름과 달리 지방정부 단위에서는 청년문제를 사회경제적·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청년의 현실을 반영하여 다양한 분야로 세밀한 정책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2013년 4월 서울시는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를 개관하고 청년커뮤니티사업(청년참), 청년활동지원사업과 같은 공모사업을 통해 청년 참여를 확대하고자 하였다. 또한 청년문제를 청년의 목소리로 발굴하고 정책 대안을 청년 스스로 제안하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란 청년정책 참여기구를 만들어 정책의 당사자성을 높였다. 특히 청년정책의 안정적 수립과 집행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에 대한 고민을 높이면서 2014년 10월 「서울특별시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후 2015년 1월 「서울특별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었고 2018년까지 전체 17개 광역시·도에 청년기본조례가 모두 제정되었다. 광역시·도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시·군·구) 중에서는 2019년 12월 기준으로 166개 조례가 제정되어 전체의 73.5% 비율을 차지하였다.3)이현우·이지호·한영빈·오세제·서복경·조은주. 국내외 청년정책 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서. 서울특별시 청년청. 2019. 110쪽. 초기 비슷한 구조와 내용으로 출발했던 지자체 청년기본조례는 지금까지 개정과정을 통해 각 지역의 상황과 특성에 맞춰 변화해오고 있다.
<표 2> 광역시·도 청년기본조례 제정 현황

서울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타 광역시·도는 청년기본조례 제정과 함께 청년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였다. 청년커뮤니티사업, 활동지원사업과 함께 청년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 정의와 해법 검토를 하여 정책을 제안하는 청년정책 참여기구를 운영하였다. 또한 몇몇 광역시·도는 별도 청년센터를 개관하여 적극적으로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였고, 공간을 제공하여 자발적이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촉진하도록 하였다.


특히 지방정부의 청년정책은 중앙정부의 기존 청년정책과는 결을 달리하였다. 중앙정부에서 오랜 기간 청년문제를 일자리문제로 인식하는 동안 지방정부는 일자리정책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고용상황, 노동시장 진입 지체로 양산된 소득 불안정, 주거 빈곤, 부채 증가 등 청년의 다각적 현실을 청년문제로 규정하였다. 이에 청년정책을 일시적 일자리 정책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행복한 삶 영위를 위해 청년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청년보장정책’으로써 제시하게 된다.
지방정부는 청년 당사자를 거버넌스 주체로 세우고 청년이 직접 시·도정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기회를 열었다. 지방정부의 청년 거버넌스(청년정책 참여기구) 운영으로 청년정책은 주거, 복지, 문화, 참여·권리, 건강 등 청년의 욕구와 수요에 맞게 발굴되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 ‘전주시 청년건강검진 사업’, ‘부산시 청년 월세 지원사업’ 등 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청년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해당 정책들은 이후 정책의 필요성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 1. | ↑ | 이외에도 뛰어난 스펙에도 불구하고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을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빗대어 표현된 ‘이케아세대’, 기존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는 세대란 표현으로 ‘달관세대’ 등 청년세대의 현 상황에 대한 많은 담론이 양산되었다. |
| 2. | ↑ | 김기헌. 청년정책 실효성 제고 방안. 보건복지포럼. 2020. 6월 통권 제284호. 70~82쪽. |
| 3. | ↑ | 이현우·이지호·한영빈·오세제·서복경·조은주. 국내외 청년정책 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서. 서울특별시 청년청. 2019. 110쪽. |
| 4. | ↑ | 광주청년센터(https://blog.naver.com/gjtheforest/221485590252). 검색일: 2021-03-23. |
| 5. | ↑ | 뉴스핌. 2019-02-28. 서울시, 최대 10억 ‘청년프로젝트 투자사업’ 모집(http://www.newspim.com/news/ view/201902280001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