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명: 이태겸, 이현성. 2022. 「도시, 디자인, 의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과 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찰과 제언』.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377-401쪽.)
Urban Dilemma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도시에 산다.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Research Centre, JRC)의 ‘인간 행성지도(Atlas of the Human Planet)’1)GHSL-Global Human Settlement Layer. https://ghsl.jrc.ec.europa.eu/index.php. 2022-09-14 검색.에 의하면 그 수는 55억 명에 이른다. 세계 인구의 4분의 3에 해당 하는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주민등록 상 총인구인 5,164만 명 중 91.8%인 4,740만 명이 국토면적의 16.7%를 차지하는 도시지역에 거주 하고 있다.2)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00. 2022-09-14 검색. 이처럼 도시는 현대인의 삶의 터전으로서, 도시공간의 질은 삶 의 질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곳이어 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도, 인간의 삶이 도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현재와 살아가야 할 미래도시의 디자인 및 의 제를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어떤 체계와 방법론에 의 해 만들어지고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세기 도시계획의 흐름과 그가 가진 한계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Dilemma1. 근대 도시계획의 위상과 한계
20세기 도시는 합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근대도시계획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1900년대 초 이후 영향력이 커진 도시기능주의자에 의해 과학적 데이터 분석과 효율적 관리에 기반한 합리적 종합계획으로 도시문제가 다뤄 진다. 그들은 도시는 낭만주의적 아름다움보다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효용성이 높게 계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종합적 도시계획에 따라 도시를 여러 개의 지구(Zone)로 나누어 용도·용적율·건폐율·층고 등을 제한하는 조닝(Zoning)은 바로 근대 기능주의의 물리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3)고명석. 『도시에 미학을 입히다』. Watch Books. 2015. 200쪽
바야흐로 20세기는 인간의 이성과 도구적 합리성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도시계획의 전성기였 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고, 유입되는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계획으로써 기능주의에 기반한 합리적 도 시계획의 기여는 크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주택, 도시기반시설, 환경과 위생 등의 도시가 직면한 상황을 일정 부분 해결하기도 하였다.
용도별로 분리된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도시계획 기법은 다양한 도시문 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써 현대 도시계획에서 주도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능주의에 따른 용도분리는 일과 거주, 여 가 장소를 분리시켰고, 이에 따라 교통량 증가, 도심 공동화 현상 등 근대 도시이론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도시의 급속한 확산과 효 율성에 기반한 도시개발은 인간 소외, 범죄 증가, 도시의 유지관리 비용 증 가 등 또 다른 사회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비판받게 된다.
Dilemma2. 뉴어바니즘의 목표와 한계
현대까지 많은 지지와 공감을 얻고 있는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1916~2006)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1961)』에서 무제한적인 도시의 확장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도시기능주의자들은 도시의 질서정연한 미관을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 으며, 도시의 내재적이고 기능적인 질서인 도시생태계로서 작동 기제를 외 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인 제이콥스의 영향을 받은 덴마크 건축가인 얀 겔(Jan Gehl, 1936~ ) 또한 기능주의를 물질적 측면을 지향하는 도시계획이라고 비판하며, 사람 들이 편안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 사이의 외부공간 및 공공 공간에 대한 적극적 개선을 주장하였다. 그는 저서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Life Between Buildings, 1971)』에서 기능주의자의 도시계획에 의해 옥외공 간에서 인간적 배려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기능주의자들은 건축물이나 혹은 건축물이 갖는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관심의 부족은 공공장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건축물 디자인은 놀이의 활동, 접촉의 방식, 만남의 가능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기능주의는 분명히 물질 적인 측면을 지향하는 계획 이데올로기였다. 이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인해 새롭게 건설된 도시와 주택단지에서는 거리와 광장 등이 현저하게 사라져 갔다.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주거지를 살펴보면, 거리와 광장은 도시의 중심부로서 사 람들이 모이고 만나는 기능을 수행하며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기능주의의 출현으로 인해 거리와 광장은 한마디로 쓸모없는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그 대신 이들은 도로, 통행로와 끝없는 잔디밭으로 바뀌어 갔다.4)Gehl, Jan.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김진우·이성미·한민정(공역). 푸른솔. 2003. 61-62쪽; Life Between Buildings. Danish Architectural Press. 1971.
이러한 근대 도시계획의 한계와 문제를 반성하며 뉴 어바니즘(New Urbanism)이 대두된다. 뉴 어바니즘은 제인 제이콥스와 얀 겔 등이 제시한 복합성, 다양성, 유기성과 같은 도시의 긍정적 특성에 기반하여, 인간 척도 와 지역성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물리적 변화를 통한 공동체를 형성 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보행친화성, 상호 연결성, 복합용도 및 다양성, 지 속가능성 등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시는 ‘경제성장 지상주의’에 따른 발전을 위한 개발을 벗어날 수 없었고, 불확실한 뉴 어바니즘 방법론 의 불확실한 성과는 여전히 한계로 남아있다.
Urban Agenda
Agenda 1. 지속가능한 도시
21세기를 맞이하며 국제사회는 빈곤 및 질병 퇴치 등을 목표로 한 새천 년발전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를 발표하였다. MDGs 는 괄목할만한 인도적 성과들과 함께 지역 간 불균형, 계층 간 불균형 등 의 숙제를 남겼다. 2015년 국제사회는 Post-MDGs에 대한 논의 끝에, 2030 년까지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총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구성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 합의하였다.
SDGs에서는 포용성, 형평성과 지속가능성, 보편성을 크게 강화하였다. 특히 모든 목표에 ‘지속가능성’ 목표가 직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17 개의 항목은 포용적 경제성장,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 지구 생태계 보전이라는 목표로 상호 연계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Korea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공식 명칭으로 정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지속가능국가’를 비전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는 그간의 외형적 성 장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준 OECD 삶의 질 지수는 37개국 중 35위이다. 2014년 25위, 2017년 29위, 2019년 30위로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이런 상 황 하에서 K-SDGs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목표를 담아 17개 분야, 119개 세부목표 및 236개 지표를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체감할 수 있는 국민 삶의 변화’와 포용국가로 전진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5)지속가능발전포탈. http://ncsd.go.kr. 2022-09-14 검색. 또한 2021-2040년의 지속가능발전 실행 계획을 담은 ‘제 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에서도 ‘사람’을 가장 앞에 두 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포용사회’를 제 1전략으로 삼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물리적으로는 여전히 근현대 도시계획의 영향 력 아래에 있다. 그러나 기존의 도시계획이 가진 다양한 문제와 한계를 인지하고 미래 사회환경 변화를 고려함에 따라, 지속가능성은 도시디자인의 중요한 지향점이 되었다. SDGs에서도 11번째 목표로 ‘포용적이고 안전하 며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을 제시하며, 이를 위해 통 합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수립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구의 90%가 도시인인 한국인에게 SDG 11은 명백한 ‘도시 의제’이자 목표로서 중요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K-SDGs 비전 및 전략8)관계부처 합동. 『제 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2021-2040』. 2021. 1부. 21쪽
Agenda 2. 회복탄력적 도시
21세기 도시공간을 다루는 모든 계획과 사업에서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은 기본값(default)이다. 그런데 지속가능은 전통적 생태학에 서 제시한 평형성(equilibrium)에 기반한 개념으로, 근본적으로 이상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삶의 터전인 복잡다양하고 역동적이며 변화예측이 어려운 도시에 적용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개념이다.9)Ahern, Jack. “Urban landscape sustainability and resilience: the promise and challenges of integrating ecology with urban planning and design”. Landscape Ecology, 28. 2012 pp.1203-1212. 실제로 지속가능성은 도시계획과 실행의 측면에서 반영하기에 모호하고 실행하기 까다로운 개념으로 취급된다.
이에 최근에는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충격에 대응력과 회복력을 높이 는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지속가능성의 실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resilience는 ‘To jump back’의 뜻을 가진 라틴어 ‘resilire’, ‘salire’에서 유래한다. 어원상 ‘회복 혹은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기본적으로는 어려움으로부터 회복하는 능력(the ability to recover from adversity)인 ‘회복탄력성’으로 해석된다.
참고문헌
| 1. | ↑ | GHSL-Global Human Settlement Layer. https://ghsl.jrc.ec.europa.eu/index.php. 2022-09-14 검색. |
| 2. | ↑ |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00. 2022-09-14 검색. |
| 3. | ↑ | 고명석. 『도시에 미학을 입히다』. Watch Books. 2015. 200쪽 |
| 4. | ↑ | Gehl, Jan.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김진우·이성미·한민정(공역). 푸른솔. 2003. 61-62쪽; Life Between Buildings. Danish Architectural Press. 1971. |
| 5. | ↑ | 지속가능발전포탈. http://ncsd.go.kr. 2022-09-14 검색. |
| 6. | ↑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우리의 지속가능한 도시』. 2017. 23쪽 |
| 7. | ↑ | 지속가능발전포탈. http://ncsd.go.kr. 2022-09-14 검색 |
| 8. | ↑ | 관계부처 합동. 『제 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2021-2040』. 2021. 1부. 21쪽 |
| 9. | ↑ | Ahern, Jack. “Urban landscape sustainability and resilience: the promise and challenges of integrating ecology with urban planning and design”. Landscape Ecology, 28. 2012 pp.1203-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