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명: 이윤형. 2022. 「주거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새로운 주택공급모델과 사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과 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찰과 제언』.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41-67쪽.)
들어가며: 내 집에 갇혀 분열하는 사회
전 세계에 k-문화의 위상을 떨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와 고급저택이라는 주거공간을 메타포(metaphor)로 격차와 절망을 표현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박사장(이선균 분)네 저택을 겨우 빠져나온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물에 잠긴 반지하 집으로 향하는 장면은 공간적 상하 대비를 통해 사회적 격차와 절망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왜 집일까?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할까? 영화는 아들 기우(최우식 분)가 아버지 기택에게 띄우는 편지로 마무리된다. 돈을 많이 벌어 저택을 사고, 그곳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지적 시점으로 이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기우의 편지가 실현 불가능한 헛된 망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절망감이 배가된다.
부동산, 그 중에서도 집은 여러 위험에서 개별가구를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이자, 경제성장의 주요땔감이었다. 생존의 기초이자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 주요 배분경로였다. 한국의 많은 가정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며 가정경제를 일구고, 국가는 선진국 도약을 꿈꾸며 주택산업을 육성해왔다. 하지만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줄 것 같았던 집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집은 생존수단이자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표식이며 사회계층이동의 사다리다. 그래서 내 집이 없는 이들은 내 집을 획득하기 위해, 내 집을 얻은 이들은 지키기 위해 내 집에 갇힌다.
집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다 보니 내 집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고 결국 내 집에 갇혀버리는 게 아닐까. 우리에게 너무 중요해져버린 내 집은 그것을 얻기 위한 개별가구의 쟁투과정에서 사회적 신뢰의 기반을 갉아먹고 우리를 각자도생으로 분열시키고 있다.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점증하는 자산불평등은 소득불평등으로 이어져 ‘상속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중심의 자산기반복지체제는 이러한 불평등, 양극화의 문제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1)김도균.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215쪽. 내 집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애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 개별가구의 노력이 개인의 부 축적에 그치지 않고 긍정적인 사회적 결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필요하다. 내 집에 갇힌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주거전략이 필요한 때이다.주택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기능에 주목하고, 저성장국면에도 작동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주택점유유형 측면에서 한국의 주택문제를 조망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방향,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써 새로운 주택공급모델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그리고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위스테이)’ 사례로부터 주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주거체제와 주거문제 현황: 이중임대모델과 주거사다리 붕괴
한국의 주거문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가점유율이 장기간 정체된 상황 속에서 무주택임차가구의 주거권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일 것이다.주택점유 유형별 특징과 현황을 통해 주거문제를 파악해 보자. 주택은 주거기능, 자산기능을 수행한다. 자가소유권을 획득한 이는 주택의 두 가지 기능을 모두 보장받는다. 자가주택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증식 기회와 주거안정을 모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가격등락에 민감하며, 높은 가격부담으로 인해 접근 가능한 수요자가 제한적이다. 임대주택 중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은 시세대비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거주 가능하여 주거 안정 효과가 높다. 하지만, 자산증식은 불가능하다. 또한, 사회적 낙인효과와 수요대비 부족한 공급량은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민간임대주택은 여러 측면에서 가장 불리한 점유유형이다. 임대인이 사적주체 이다보니 주거안정성이 떨어지며, 자산증식 가능성 또한 없다.

많은 수요자들이 자가주택에 거주하길 희망하나, 높아진 자산가격과 부족한 구매력으로 인해 접근가능성이 감소하였다. 공공임대주택은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결국, 많은 수요자들이 둘 사이에 끼여 사적임대인이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에 전월세로 거주하게 된다. 문제는 자가주택으로이동가능성이 점차 떨어지고, 수요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주거권 대책이 미흡하다는것이다. 짐 케메니(Jim Kemeny)의 분류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시장은 ‘이중임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중임대 모델은 (i) 정부가 공급 및 통제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은 적고, (ii)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공급되며, (iii) 민간이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시장과 단절되어 있는 특징을 보인다.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이 격리 혹은 배제되는 방식으로 공급되어 낙인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이 자가소유를 향한 주거사다리를 낮추거나 보완하지 못하고, 각 주택점유 유형(자가-공공임대-민간임대) 간의 장벽이 높다.

이중임대 모델의 구조 속에서 주택가격은 몇 차례 가격하락기를 제외하면 우상향을 지속하며, 자가점유율이 장기간 정체하였다. 2020년도 통계청 인구총조사 기준, 전국 약 2,100만 가구 중 자가 거주가구는 전체가구의 약 57%(1,200만),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는 약 8%(170만),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및 등록임대주택 거주가구는 약 7%(150만), 미등록 민간임대주택 거주가구는 그 나머지인 약 28%(590만)이다. 주목할 점은 그 추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전국 자가점유율 추이는 지속적인 공급확대에도 불구하고 최저 49.9%에서 최고 57.3%로 10%p도 채 늘지 않았다. 신규 공급된 주택은 잠시 신규 주택매수자에게 공급되나, 결국 다주택자에게 돌아갔다. 한편, 무주택 임차가구의 주거권 보호도 미흡하다. 임대차3법,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 등을 통해 주거권 보호를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임차가구의 주거현실에 비하면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임차가구는 집값이 오를 때는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으로 좌절하고, 집값이 떨어질 때는 보증금을 떼이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적정 입지와 품질의 공공임대주택은 물량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주거안정망으로 기능해온 전세주택도 지속 감소하고 있어 무주택 임차가구의 주거불안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참고문헌
| 1. | ↑ | 김도균.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215쪽. |
| 2. | ↑ | 최경호. “주거체제로 본 사회주택”. 동향과 전망, 111. 2021. 136쪽. 내용 일부 수정 |
| 3. | ↑ | 고정희·서용석. “한국 사회주택의 잔여적 성격의 원인에 관한 연구”. 주택연구, 26(2). 2018. 18쪽. |
| 4. | ↑ | 진미윤. “임대주택 시장의 문제점과 공익성 강화 방안”. 민간임대주택 공익성 강화를 통한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토론회. 2022. 2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