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포트는 2022년에 펴낸 『회복력과 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찰과 제언』에 실린 홍석환의 글입니다. 이 사이트에는 원문의 일부만 게시했습니다. 전체 내용은 하단의 PDF파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처명: 홍석환. 2022. 「자연의 회복력: 기후위기시대와 산불」.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과 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찰과 제언』.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247-270쪽.)

기후위기와 산불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선

 기후위기는 이미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가장 심각한 문제로 다가와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다소의 불편함이나 소수의 취약계층만이 겪는,나와는 관계없는 그런 먼 이야기가 아닌 모든 생명체가 존재 자체의 위협을 느껴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문제의 해결을위해 어느 한 명이나 한 집단 또는 몇몇 국가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들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동체가 합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합심해야 할 공동체가 지구의 온 인류이기에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공유지의 비극이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된 상황이지만, 정작 우리 개개인의 행동양식은 아직 우리의 공유지가 모든 안일함을 받아줄 만큼 넉넉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2022년 지금도 우리는 기후위기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최근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2021)1)IPCC.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 Summary for Policymakers. 2021. p.14.에 담긴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다양한 증거에 기초한 시나리오에서 인류가 중간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고 해도 21세기 동안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2℃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이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분을 1.5℃ 이내로 억제하고자 하는 인류의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과학적 실천 전략의 적극 이행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아무런 실효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자연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을 활용하기 위한 접근은 심각하리만큼 후진적이다.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수 있는 데다 실질적으로 현재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임이 분명함에도 우리의 관심 밖에 있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너무나 1차원적이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우리의 인식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의례적 방법은 먼저, 문제해결을 위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해당 예산을 빠르게 집행하는 것이다. 고난도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의 확보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인식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모든 분야가 동일시되는데, 어떠한 문제 발생 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특히 그 수장은 ‘무능’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반면 문제 해결과는 전혀 무관하며, 되려 문제를 더욱 키우는 방법이라 하더라도 예산을 확보하게 되면 ‘유능’해진다. 결국, 예산과 인력을 통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이를 악용해 사업을 위한 예산의 집행이 이루어진다. 문제의 해결은커녕 더 큰 위기로 나아가는 지렛대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만성적 돈 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언뜻 간단하고, 해결도 쉬울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특성상 좀체 해결이 어려운, 고착화된 시스템적 문제이다. 선거라는 제도와 자본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기반이 되는 견고한 사회시스템이 낳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더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하길 바라고, 마치 이것이 지역의 발전 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포장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능력은 예산을 확보한, 확보에 기여한 양에 비례한다. 절약이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고 분명 모두에게 긍정적이며 효과적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난제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와 선거제도는 절약과는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분명 기후위기의 완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어야만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비용의 투입이 효과적인 것은 아님을 인식해야만 할 때이다. 특히, 자연과 연결된 해법들은 비용이 투입되면 될수록 그 역할이 증대되기는커녕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많음을 인식하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보다 현명한, 새로운 시선으로의 접근이 요구된다. 재난으로 보이는 산불 또한 마찬가지이다.

산불 이후 벌어진 일 

2022년 3월, 서울 면적의 3분의 1이라는 어마한 면적의 숲을 태운 산불이 발생했다. 울진의 초대형 산불 외에도 봄철 건조와 맞물려 대형산불이 전국 곳곳에서 국민을 위협했다. 이런 대형산불들이 발생하자마자 모든 언론이 기후위기에 의한 재난이라 앞다투어 방송과 기사를 송출했고, 시급히해결해야 할 방법들을 산림청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제시했다. 산불이 발생한 지자체는 대형산불을 국가재난으로 인식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청하기 바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이 지자체로 들어오게 노력했지만 정작 그 돈이 합리적으로 쓰이게 될지는 관심 밖이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살펴봐야만 하는 것은, 만약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된 후 투입되는, 공적자금으로 진행하는 문제 해결 방법이 과연 적정한가에 대한 물음이다.

먼저, 국가재난으로 규정된 산불의 올바른 대책을 위해서는 작은 불이 왜 크게 확산되었는가를 살펴보는데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한 규명이되지 않는다면 대책은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산불확산의 분석은 어느 정도 시간을 요할까? 간단한 화재 사고의 분석을 위해서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만약 화재가 주변으로 확산되었다면 그 원인의 분석은 매우 복잡해진다. 서울시 면적의 1/3이나 태울 만큼 거대한 불이었고 무려 9일간이나 태운 불의 원인분석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시간을 들인과학적 검토가 필요함은 자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역사상최악 산불에 대한 대응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다. 산불이 꺼진 지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복구 비용으로만 무려 4,170억 원이 책정·투입되었다. 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어떤 과학적 근거로 투입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분석이 없으니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명백한 것은 대부분 비용이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지원되지 않고 산림의 복구를 위해 사용된다는것이다. 그러나 복구가 되는지는 의문투성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숲의 건조화가 문제라고 원인을 진단했으니, 원인의 해소를 위해 이 막대한 자금은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에 투입될까? 이러한 물음에 따라 대책을 살펴보면, 진단과 대책이 전혀 일관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단지 피해를 입은 특정 지자체에 막대한 중앙정부의 세금이 투입되었다는 사실 밖에는 없다. 몇 가지 구체적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대형산불 발생에 대한 질문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심각해지고 있는가? 

거의 모든 언론이 과학적 분석보다는 산불을 주관하는 산림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대형산불의 원인을 기후변화와 연결하였다. 보다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검증이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 언어로 접근함으로써 대안이 없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형산불을 기후변화 때문으로 치부하는 순간,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일이거의 없어지고 앞으로의 산불도 재난으로 받아들일 일만 남기 때문이다. 모두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이번 울진산불에 놀라던 시점에 시의적절한 연구 결과가 한 편 발표되었다. 울진산불이 한창이던 2022년 3월, 전 세계 산불위험정도를 분석하고미래 산불위험도를 예측한 한 편의 논문(Senande-Rivera et al, 2022)2)Senande-Rivera, M., Insua-Costa, D. & Miguez-Macho, G. “Spatial and temporal expansion of global wildland fire activity in response to climate change”. Nature Communications, 13, 1208. 2022. https://doi.org/10.1038/s41467-022-28835-2이 그것이다. 지구 전체의 산불 상황에 대한 연구 결과로 우리나라와 지구 다른곳과의 산불위험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현재 산불위험정도는 지구 전체와 비교했을 때 어느정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가를 봐야만 한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현재 전 세계에서 산불에 가장 안전한 나라로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더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질 먼 미래에도 전 세계에서 산불위험정도가 낮은, 산불에 안전한 지역으로 분석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일반적 인식이나, 우리나라 산불의 확대 경향과는 달리 과학적 분석데이터는 산불에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어놓는 것인가라는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기후대에 의한 산림발달 특성에 기인한 결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물이 생장을 멈추고 휴지기에 들어가는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고, 반대로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인 여름철에는 강수량이 많은 특징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잎이 큰 활엽수가 번성하게 된다. 이들 활엽수 대부분은 겨울철에는 추위에 의해 잎이 떨어지는 낙엽수들이다. 결국 비가 많은 여름철에는 왕성하게 잎에서 광합성을 하게 되고 가뭄이 드는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게 되어, 마른 잎을 달고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산불에서 자유롭게 된다. 이러한 기후대적 특징으로 발달하는 숲의 구조로 인해 우리나라 산불위험은 극히 낮아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활엽수림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게 되어 산불위험도는 낮아져야만 한다.

현재 시점에서(1996~2016)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산불위험에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한 곳이다
(색상은 기후대의 구분. 짙은 색이 위험지역, 옅은 색이 안전지역이다).3)같은 논문. 5쪽.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미래에도(2070~2099)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산불위험에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한 곳으로 유지된다(색상은 기후대의 구분. 짙은 색이 위험지역, 옅은 색이 안전지역이다).4)같은 논문. 5쪽.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지역이나 호주 중북부, 유럽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을 포함한 대형산불 발생지역은 대부분 우리와는 달리 식물이 활발하게 자라는 여름철이 건조하다. 온도가 높아 식물이 수분을 증발시켜 왕성하게 광합성을 해야 하는 시기에 정작 물이 없는 것이다. 이 차이는 산불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차이인데, 식물이 뜨거운 여름에 왕성한 증산작용을 하기는커녕 건조한 여름을견디기 위해,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이들 지역에서는 잎과 줄기에 기름 성분을 둘러 잎에서의 증발을 막을 수 있는 식물들만 자라게 된다. 가뜩이나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인데, 식물까지 기름을 둘렀으니, 산불에 매우 취약한 숲으로 발달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광합성을 활발히 하는 시기에 많은 비가 오기 때문에 증발산을 막을 필요가 없는 식물들이 잘 자란다. 산불에 안전한 가장 큰 이유이다. 즉,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숲을 구성하는 식물종이 차이를 보이게 되고, 그 차이가 산불 위험성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이야기하지 않은 채, 단순히 다른 나라의 산불이 크게 발생했기에 우리도 커진다는 논리를 펴 왔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흐름은 여름철에는 더욱 많은 비가 내리고, 반대로 겨울철에는 가뭄이 강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즉, 식물의 생장기간 동안 비가 더 내리게 되어 몸에 기름 성분을 두른 침엽수림의 생육에는 더욱 부정적인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숲이 산불에 안전한 활엽수 숲으로 더욱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오히려 기후변화 때문에 산불위험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불의 감소 현상은 우리와 기후변화의 형태가 가장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접 국가인 일본과 중국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일본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일본 전역 산불 발생 건수는 1975년에는 연간 무려 8,000건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 건수가 꾸준하게 줄어들었고, 2015년 이후에는 연간 1,000건 남짓 발생하고 있다.이 기간 동안 무려 80%가 넘게 줄어든 것이다. 중국도 이러한 변화패턴은 다르지 않다. 2003~2016년의 최근 14년 간 중국의 산불 피해 면적 추이를 분석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Wei et al, 2020)5)Wei, X., Wang, G., Chen, T., Hagan, D.F.T. & Ullah, W. “A Spatio-Temporal Analysis of Active Fires over China during 2003–2016”. Remote Sensing, 12, 1787. 2020. https:// doi.org/10.3390/rs12111787 중국 전역에서 산불로 인한피해 면적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었는데, 추세선에 의하면 16년간 무려 35% 가까이 산불 피해 면적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패턴을보여야 하는 곳은 인접 국가인 일본과 중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불이 대형화되고 잦아지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산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는 우리나라의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며,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산림관리의 방법에서 찾아야 하는근거로 충분하다. 우리나라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면 일본과 중국에는 오지 않는 기후변화가 우리나라에만 유독 심해진다는 황당한 주장을 믿을 수 있어야만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때문이라 주장한다면 우리나라 정부의 산림관리시스템은 정말 최악이라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답이건, 산불억제를 위한 답은 멀리 호주나 미국에서가 아니라, 바로 인접한 일본과 중국을 비교하여 찾아야만 한다.

각주   [ + ]

1. IPCC.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 Summary for Policymakers. 2021. p.14.
2. Senande-Rivera, M., Insua-Costa, D. & Miguez-Macho, G. “Spatial and temporal expansion of global wildland fire activity in response to climate change”. Nature Communications, 13, 1208. 2022. https://doi.org/10.1038/s41467-022-28835-2
3, 4. 같은 논문. 5쪽.
5. Wei, X., Wang, G., Chen, T., Hagan, D.F.T. & Ullah, W. “A Spatio-Temporal Analysis of Active Fires over China during 2003–2016”. Remote Sensing, 12, 1787. 2020. https:// doi.org/10.3390/rs12111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