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포트는 2021년에 펴낸 『새로운 미래, 담대한 여정』에 실린 송바우나님의 글입니다. 이 사이트에는 원문의 일부만 게시했습니다. 전체 내용은 하단의 PDF파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처명: 송바우나. 2021. 「우리나라 이중언어 교육의 현황과 도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기획. 『새로운 미래, 담대한 여정』.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168-195쪽)

1. 단일 언어 국가의 변화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민족은 단순히 생물학적 인종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지역에서 공통의 언어와 문화, 관습, 전통을 공유하는 집단을 의미한다.1)한스 콘. 민족주의의 개념. 백낙청 편.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창비. 1981. 31~39쪽 민족은 심리적인 개념이다. 

언어는 민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구현한다. 로마제국과 중세시대 유 럽에서 귀족과 민중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었다. 사회 구성원의 공동체 소 속감은 현저히 낮았다. 무엇보다 두 계급 사이의 간극은 사용하는 언어에서 컸는데, 18세기 말 한 국가 내의 모든 계급이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생활양식 을 향유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자신들을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인식하게 됐다.2)존 J 미어샤이머. 이춘근 옮김.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김앤김북스. 2020. 156~160쪽 

물론 민족과 언어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포르투갈어를 모어로 사용한다고 해서 포르투갈인과 브라질인이 같은 민족은 아니며, 캐나다인이라고 해 서 모두 영어를 모어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캐나다 인구의 20% 이상은 프랑스 어를 모어로 사용한다. 하지만 언어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가치관을 담아 내는 그릇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언어는 민족을 구분하는 여러 기준 중 상당히 유효한 문화적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단일 민족, 단일 언어 국가 

우리나라는 삼국 통일 이후 언어를 비롯하여 같은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민족적 동질감을 오랫동안 잘 유지해 오고 있다. 예부터 사용되어 온 백의민 족이나 배달의 민족,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용어가 이를 방증한다. 1648년 베스 트팔렌 조약으로 유럽에서 민족 국가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후 국경이 그어진 많은 근대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단일 민족 국가를 신화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실체가 명확하다.

언어를 통해 민족 정체성은 강화되고, 그런 의식은 정책에 반영된다.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은 조선 시대 한글 창제가 씨앗이었지만 근대에 들어서서야 구체화됐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국어 연구는 민족의식의 발로였다. 광복 이후 시행된 한글전용정책 및 국어순화정책, 4대 정서법 등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은 시종일관 단일 언어의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언어 정책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욕설이나 성차별,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통제함으로써 언어를 순화하려는 시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국경 내의 모든 구성원이 단일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언어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는 실제 많지 않다.

많은 나라들은 국어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산물이자 일종의 규범이라는 점에서 헌법이 반드시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모로코와 시리아, 리비아나 코트디부아르, 기니비사우 등 78개의 국가는 유의미한 수의 다른 언어 구사자가 존재함에도 헌법에 단일 언어를 유일한 공용어로 못 박아놓고 있다.3)버나드 스폴스키. 김일환·이상혁 옮김. 언어 정책: 사회언어학의 핵심 주제.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2020. 33~36쪽, 219~234쪽.

우리나라는 헌법에 국어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판례를 통해 관습헌법의 일반적 성립 요건으로 관행의 존재와 반복·계속성, 항상성, 명료성, 국민적 합의를 제시한 바 있어4)헌법재판소.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04헌마554. 2004-10-21. 국어가 한국어라는 점은 관습헌법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국어는 2005년 법률로 처음 규정되었는데 「국어기본법」은 “국어는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새로운 언어 정책의 등장

광복 이후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꾸준히 영어를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일본어나 중국어 등 다른 언어의 학습도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한국어를 모어로 삼고 있기에 영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는 외국어로서 학습되고 있다.

한국어를 학습의 단일 언어로 하는 정책의 기류는 흔들림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 지형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언어 정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외국인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5%에 달하며, 다문화가족의 구성원은 2%를 상회한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하면 다문화가족은 귀화자와 결혼이민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의미한다.

<표 1> 우리나라 다문화 인구 (2019년)

자료: 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2020.5)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통조사. 2020.




2009년부터 정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에게 부모의 모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전신인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은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5개소를 대상으로 다문화가족 이중언어 교실을 출범했다. 같은 해 서울시 교육청은 다문화가족의 부모를 이중언어 강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 현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6)이재분·박균열·김갑성·김선미·김숙이·이해영·류명숙. 다문화가족 자녀의 결혼이민 부모 출신국 언어 습득을 위한 교육 지원 사례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 2010. 49~78쪽.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개념이지만 일찍이 다문화를 겪은 많은 서구의 국가들은 이미 이중언어 교육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중언어 교육 정책의 도입은 문화에 대한 관점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모든 언어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의 발전이다. 기존의 언어 정책이 민족 정체성을 반영하는 대상이라면, 이중언어 교육은 보편적 인권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우리 사회는 결혼이민자 등의 한국어 실력 부족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모어 사용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본 글은 우리나라 언어 정책의 큰 틀을 해체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다문화가족의 구성원들에게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수단의 하나로서 이중언어 교육 정책을 고찰할 것이다.

먼저 이중언어 교육의 일반적인 원리와 이중언어 교육의 필요성을 논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발아 단계인 우리나라 이중언어 교육의 환경과 정책 현황 및 문제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이중언어 교육의 실제

이중언어, 이중언어 교육이라는 장막 걷어내기

이중언어 교육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이중언어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 두 언어를 어떤 영역에서 어느 수준으로 구사해야 이중언어 구사자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많은 논쟁이 있어 왔다.

말하기와 듣기, 읽기, 쓰기라는 네 가지 언어 기능 중 어떤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정확한 발음으로 얼마만큼 많은 어휘를 문법에 맞게 구사해야 이중언어 구사자라고 할 수 있는가? 이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언어를 모든 영역에서 같은 수준으로 완벽하게 구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무리 뛰어난 이중언어 구사자라 하더라도 디폴트값으로 사고를 하는 주 언어는 하나이다.7)리콴유. 송바우나 옮김.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 싱가포르의 위대한 도전. 행복에너지. 2020. 18쪽, 84~86쪽, 285~286쪽. 이중언어 구사자가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목적과 배경은 다양하기 때문에 발음과 어휘, 문법이라는 언어의 형식면에서 두 언어를 균형 있게 숙달하기는 어렵다. 이는 이중언어 교육을 설계하는 정책 결정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언어가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근본적인 전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중언어 구사자란 언어의 형식적인 수준을 어느 정도 갖춤으로써 두 언어로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며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두 언어 모두 기능적으로 유창한 경우 이중언어를 구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8)엘렌 비알리스톡. 김영주·이정민 옮김. 이중언어 발달: 언어와 문해력 그리고 인지. 한국문화사. 2011. 6~26쪽.

언어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이중언어 구사자는 세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을 소유하게 된다. 따라서 이중언어 구사자는 다른 문화에 대해 유연하고 열린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중언어 구사자는 표현의 메커니즘을 두 개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확산적인 사고방식을 가진다. 그리고 단일 언어 구사자에 비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를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때 상대방의 요구에 인지적으로 민감하게 더 잘 대응한다.9)콜린 베이커. 연준흠·김주은 옮김. 이중언어의 기초와 교육. 박이정. 2014. 230~234쪽, 244~246쪽.

그렇다면 이중언어 교육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외국어 교육과의 차이점을 살펴봄으로써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이중언어 교육과 외국어 교육은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위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인 목적이 같다.

좁은 의미에서는 외국어를 가르치느냐 외국어로 가르치느냐로 양자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학교에서 학습의 매개 언어로써 영어를 주로 사용하되, 일부 과목은 중국어나 말레이어, 타밀어로 가르친다. 그러나 보통은 언어 학습의 수단이 아닌 목표에 중점을 두고 이중언어 교육을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국어 교육에서는 학습자 또는 교육자가 선택한 언어를 학습한다. 학습 언어의 유용성은 주관적이다. 학습자의 의지가 전제되므로 외국어 교육은 어떤 언어를 배우는가와 상관없이 학습자가 느끼는 사회적 유용성을 충족시킨다. 반면 이중언어 교육은 언어의 사회적 유용성에 민감하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나 중국어는 사용 범위에 있어 우즈벡어나 타갈로그어보다 유용하다. 이중언어로 전자를 배우는 사람과 후자를 배우는 사람의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족의 자녀들 중 한국어보다 외국에서 태어난 부모의 모어를 더 잘 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5.9%에 불과하다.10)최윤정·김이선·선보영·동제연·정해숙·양계민·이은아·황정미.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518~520쪽. 이런 결과는 다문화가족의 외국 출신 부모의 모어가 사회적 가치를 대체로 인정받고 있지 못 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따라서 이중언어 교육에서는 학습 언어의 사회적 가치가 낮을수록 그 언어의 가치를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교육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중언어 교육의 방법론과 연관이 깊다.

이중언어 교육이 외국어 교육과 또 다른 점은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양자 간 교육 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 교육은 학교와 같이 제한된 공간에서 학습되지만, 이중언어 교육 환경에서 학습자는 가정을 위시하여 다른 언어를 모어로 구사하는 사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생활한다.

그러므로 단일 언어 사회에서 소수 언어를 구사하는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유용함을 인정받지 못 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구사자는 나이가 어릴수록 대부분 단일 언어 구사자로 자란다는 안타까운 연구 결과가 있다.11)나카지마 카즈코. 이미숙·조선영·장근수·송은미·황영희 옮김. 이중언어와 다언어의 교육: 캐나다·미국· 일본의 연구와 실천. 한글파크. 2012. 25~27쪽.

결국 이중언어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중언어 배경을 가지고 있는 학습자들이 한국어만 구사하는 감산적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두 언어에서 모두 지적 능력이 발달하는 가산적 이중언어 구사자로 육성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12)변지원. 두 개의 혀. 에피스테메. 2017. 126~130쪽, 139~142쪽.


지금 왜 이중언어 교육인가

정부는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언어 취약 계층이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 환경에 출신, 인종 등에 따른 언어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13)문화체육관광부·관계부처 합동. 제3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 2017~2021. 2017. 30쪽. 2018년 우리나라의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 중 지난 1년간 한국생활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22.3%에 이른다.14)최윤정 외. 앞의 책. 180~183쪽.

이처럼 새로운 언어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언어 정책은 다문화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랜 시간 견고하게 유지해 온 단일 언어 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어 중심의 다문화 언어 정책은 사회 통합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외국 출신의 결혼이민자 등에게 한국어는 실질적으로 외국어일 뿐이다. 제2언어는 어릴수록 빨리 습득하며, 성인이 되어 배운 제2언어를 모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경우는 학습자의 5%에 불과하다.15)바바라 A 바우어. 박찬규 옮김.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구름서재. 2016. 61~68쪽.

따라서 결혼이민자 등은 자신의 모어에 비해 서툰 한국어로 자녀들을 교육해야 하는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실제로 만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중 약 26.3%가 자녀를 양육할 때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자녀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꼽았다.16)최윤정 외. 앞의 책. 142~145쪽.

결국 다문화가족의 부모가 자녀와 한국어로만 소통하는 것에는 제약이 따르게 되고, 그런 제약은 자녀들의 언어 발달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외국 출신 부모들은 자녀를 교육함에 있어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위축감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이중언어 교육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부모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을 추동한다. 부모들은 유창한 모어로 자녀와 대화함으로써 자녀 교육에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부모의 모어로 부모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 지능과 학습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17)박정은. 다문화사회에서 생각하는 모어교육: 이주가정과 국제결혼가정을 중심으로. 일지사. 2007. 94~111쪽.

이처럼 이중언어 교육은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한발 더 나아가 외국어 구사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확대되어 가고 언어를 하나의 자산으로 보는 관점이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이중언어 교육이 실효성 높은 정책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다른 나라의 이중언어 교육 현황

우리나라에서 이중언어 교육 정책은 아직 도입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황을 살펴보기에 앞서 일찍이 이중언어 교육을 시행해 온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이중언어 교육은 전환기적 이중언어 교육과 발달 이중언어 교육, 양방향 이중언어 교육 등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1968년 이중언어 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된 전환기적 이중언어 교육이다.

전환기적 이중언어 교육은 영어가 아닌 언어를 모어로 구사하는 학생이 우선 자신의 모어로 교육을 받다가, 점차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을 늘려나가며 결국 영어만 사용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어는 영어 능력을 갖추게 될 때까지 1년에서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사용하는 한시적인 수단인 것이다.18)박영순. 이중언어교육의 본질과 한국어교육의 과제. 이중언어학. 2005. 제29호. 14~15 쪽.

소수 언어를 인정하지 않는 동화주의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언어소수자들은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해오고 있다. 이는 이중언어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이중언어 교육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19)오영인. 미국의 언어정책과 정체성 문제: 21세기 전환기 이중언어 교육을 둘러싼 담론적 각축. 미국사연구. 2015. 제41집. 151~190쪽. 그나마 이중언어 교육의 대상 언어가 스페인어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은 미국의 전환기적 이중언어 교육의 문제점을 심화시킨다.

미국의 이중언어 교육 정책이 영어가 아닌 모어 구사자를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 데 비해, 유럽은 전 국민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언어주의를 지향한다. 유럽연합은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모든 관보와 규정을 24개의 공용어로 작성한다. 유럽의 이중언어 교육 정책은 국경개념이 비교적 느슨한 유럽의 구성원들이 지역 내에서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기능적 목적이 크다.

유럽의 이중언어 교육은 유럽인들의 가치관 형성을 돕는 의도적인 목적도 가지고 있다. 유럽의 결집을 도모하고 공동의 가치와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더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관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중언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20)S Breidbach. European communicative integration: The function of foreign language teaching for the development of a European public sphere. Language, Culture and Curriculum, Special Edition, 15(3), 2002. pp 1~11; U. K. Preuß & F Requejo (Eds.). European citizenship, multiculturalism and the state. Baden-Baden: Nomos. 1998; 차재국. 유럽의 복수언어정책과 영어교육의 경향. 영어교육연구. 2004. 제16권 4호. 299쪽에서 재인용

세부적인 언어 교육 정책은 유럽연합의 각 회원국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이중언어 교육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유럽이사회는 회원국들에게 국민들이 어린 시절부터 이중언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1989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소크라테스 프로그램에 이어 평생 학습 프로그램, 에라스무스 플러스 프로그램 순으로 다언어주의를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해오고 있다. 이런 정책들을 통해 언어 교육의 교수법을 개발하고, 언어 학습을 통한 각종 연수를 지원함으로써 언어 교육 증진과 상호 문화 이해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21)Wikipedia. Erasmus Programme. https://en.wikipedia.org/wiki/Erasmus_Programme. 2021. 3. 3; 이복남. EU 언어 정책: 언어 교육을 중심으로. EU연구. 2004. 15호. 241~259쪽.

단, 브렉시트와 함께 흔들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유럽인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영어를 이중언어의 대상으로 학습하고 있는 편중 현상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유럽연합과 회원국 간 언어 정책의 갈등과 유럽연합의 공용어를 제외한 소수 언어의 소외 역시 당면한 문제이다.22)이복남. 유럽연합 다언어주의 정책의 성과와 한계: 공용어 운용을 중심으로. 유럽연구. 2010. 제28권 제2호. 209~232쪽. 



 

참고문헌   [ + ]

1. 한스 콘. 민족주의의 개념. 백낙청 편.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창비. 1981. 31~39쪽
2. 존 J 미어샤이머. 이춘근 옮김.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김앤김북스. 2020. 156~160쪽
3. 버나드 스폴스키. 김일환·이상혁 옮김. 언어 정책: 사회언어학의 핵심 주제.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2020. 33~36쪽, 219~234쪽.
4. 헌법재판소.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04헌마554. 2004-10-21.
5. 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통조사. 2020.
6. 이재분·박균열·김갑성·김선미·김숙이·이해영·류명숙. 다문화가족 자녀의 결혼이민 부모 출신국 언어 습득을 위한 교육 지원 사례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 2010. 49~78쪽.
7. 리콴유. 송바우나 옮김.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 싱가포르의 위대한 도전. 행복에너지. 2020. 18쪽, 84~86쪽, 285~286쪽.
8. 엘렌 비알리스톡. 김영주·이정민 옮김. 이중언어 발달: 언어와 문해력 그리고 인지. 한국문화사. 2011. 6~26쪽.
9. 콜린 베이커. 연준흠·김주은 옮김. 이중언어의 기초와 교육. 박이정. 2014. 230~234쪽, 244~246쪽.
10. 최윤정·김이선·선보영·동제연·정해숙·양계민·이은아·황정미.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518~520쪽.
11. 나카지마 카즈코. 이미숙·조선영·장근수·송은미·황영희 옮김. 이중언어와 다언어의 교육: 캐나다·미국· 일본의 연구와 실천. 한글파크. 2012. 25~27쪽.
12. 변지원. 두 개의 혀. 에피스테메. 2017. 126~130쪽, 139~142쪽.
13. 문화체육관광부·관계부처 합동. 제3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 2017~2021. 2017. 30쪽.
14. 최윤정 외. 앞의 책. 180~183쪽.
15. 바바라 A 바우어. 박찬규 옮김.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구름서재. 2016. 61~68쪽.
16. 최윤정 외. 앞의 책. 142~145쪽.
17. 박정은. 다문화사회에서 생각하는 모어교육: 이주가정과 국제결혼가정을 중심으로. 일지사. 2007. 94~111쪽.
18. 박영순. 이중언어교육의 본질과 한국어교육의 과제. 이중언어학. 2005. 제29호. 14~15 쪽.
19. 오영인. 미국의 언어정책과 정체성 문제: 21세기 전환기 이중언어 교육을 둘러싼 담론적 각축. 미국사연구. 2015. 제41집. 151~190쪽.
20. S Breidbach. European communicative integration: The function of foreign language teaching for the development of a European public sphere. Language, Culture and Curriculum, Special Edition, 15(3), 2002. pp 1~11; U. K. Preuß & F Requejo (Eds.). European citizenship, multiculturalism and the state. Baden-Baden: Nomos. 1998; 차재국. 유럽의 복수언어정책과 영어교육의 경향. 영어교육연구. 2004. 제16권 4호. 299쪽에서 재인용
21. Wikipedia. Erasmus Programme. https://en.wikipedia.org/wiki/Erasmus_Programme. 2021. 3. 3; 이복남. EU 언어 정책: 언어 교육을 중심으로. EU연구. 2004. 15호. 241~259쪽.
22. 이복남. 유럽연합 다언어주의 정책의 성과와 한계: 공용어 운용을 중심으로. 유럽연구. 2010. 제28권 제2호. 209~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