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명: 이제복. 2021. 「아동이 행복한 도시가 지방자치단체의 미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기획. 『새로운 미래, 담대한 여정』.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142-167쪽)
1. 대한민국에 아동이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동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다. 절대적인 출생아 수도 지난해 27만 2400명으로 재작년 대비 3만 300명이 줄었다.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최초다. 출생아 수는 2000년까지 60만 대를 유지하다가 2001년에 50만 대, 2002 년에 40만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어서 2017년에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내려 온 뒤, 3년간 30만 명대로 지켜오다가 작년에는 급기야 20만 대를 기록한 것이 다.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아동 인구수의 추락을 대한민국은 경험하 고 있다.
<그림 1> 대한민국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

최초로 대한민국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국가의 인구가 현상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OECD 회원국 37개국 평균인 1.63명은커녕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0.84명으로 압도적인 꼴찌다.
태어나는 사람이 이토록 적으니 대한민국 인구의 ‘자연 감소’는 필연적으로 예측되어 왔으나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가 발생했다.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는 것은 출생한 인구에서 사망한 인구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뜻이다.2)조선비즈. 2021-02-24. 인구절벽 현실화… 작년 인구 3만3000명 자연 감소 ‘사상 처음’.
통계청의 2020년 인구동향조사 출산·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 2499명인 반면, 사망자는 30만 5100명이었다. 즉, 2020년 인구 자연증가분은 –3만 3000명으로 대한민국 인구가 3만 3000명 감소한 것이다.
지방 소멸은 다가온 현실이자 정해진 미래
국가의 총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구 자연 감소가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방의 인구 소멸을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마스다 지표’를 사용하는데 20∼39세의 가임 여성 수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으로서 1.0 미만은 쇠퇴 시작 지역, 0.5 미만은 소멸 위험 지역,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3)세계일보. 2021-03-03. 신생아 울음소리 듣기 힘들다… 중소도시도 ‘축소도시’로. 세계일보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전국 228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105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2014년 79곳에서 6년 만에 26곳이나 늘어난 수치다.4)같은 기사.
특히 전라남도와 경상북도에서 지방 소멸이 가파르게 진행 중인데 전라남도는 22개 지자체 중 18곳, 경상북도는 23개 지자체 중 19곳이 소멸 위험지역이다. 전라남도 옴천면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고령화의 전형적인 ‘인구 절벽’을 고스란히 겪어왔다. 2010년 12월 기준 1041명이었던 옴천면 인구는 지난해 648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최근 3년간 옴천면 출생아는 2명에 불과했고 지난해와 2018년 출생아는 0명으로 아이 울음소리가 없었다. 반면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16명으로 2018년 7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되면 10년 후 옴천면 인구는 300명대 이하로 떨어져 결국 소멸될 것으로 전망된다.5)같은 기사.
대학에 이어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위기 확산
출산율 감소는 2001년부터 시작되어 이제 20년이 지속되어 그 영향이 대학까지 미치고 있다. 올해 수험생 수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어지면서 최악의 미달 사태를 빚었다. 2021학년도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 5774명으로 수능 응시자보다 13만 4740명이나 많고 고3 수험생 43만 8000명보다도 11만 7774명이나 많다.
문제는 대학의 신입생 유치 어려움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해 고3이 된 2002년생 이후 올해까지 끊임없이 출생아 수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3년 후면 출산율 급락의 시작이었던 2001년생들이 경제활동 인구로 투입되는데 그때는 대학의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감소의 위기가 다가온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최소 향후 20년간 더욱 심각하게 맞이하게 될 확정된 미래다.
2.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을까?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공존한다. 기본적으로 연령, 성별, 지역을 기준으로 사회 구성원을 분류할 수 있는데 흔히 말하는 중년 남성, 장년 여성 등이 그 예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30대 여성 인구가 20년 연속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현상을 인식하고 대응할까? 아마 우리 사회가 30대 여성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인지, 그 주요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개선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기본적인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아동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저출산에 대하여 적용하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아동 인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왜 대한민국이 아동이 살기에 좋지 않은 나라인가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고, 오직 아이를 낳는 청년층의 삶의 질에 대해서만 물어 온 것이다. 물론 아동이라는 대상의 특성상 부모가 일단 낳아야 탄생하게 되고, 출산 직후에는 특별히 가족에 대한 의존성이 크다는 면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부모의 삶에서 찾는 것은 일견 합리적이고 타당한 정책적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오직 본인의 삶의 질 때문 만일까?
아이가 행복하기 힘든 사회에서는 출산 포기
뉴스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초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나오거나, 아동학대로 어린이집 아이가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방영될 때면 흔히 “이미 태어난 아이도 안전하게 살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를 더 낳으란 말이냐?”라는 댓글들이 달린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번식을 할 때 현재 환경이 자식이 생존하기에 적절한 환경인가를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대한민국의 저출산도 한국인들이 내 아이가 안전하게 태어나고 행복하게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라라고 본능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8년도에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결혼에 대한 조사와 출산에 대한 조사를 구분하여 진행한 것이 특징인데 미혼 남녀가 생각하는 가장 필요한 결혼 지원 정책으로는 1위가 신혼집 마련 지원(27.9%), 2위가 청년 고용 안정화(23.8%), 3위가 결혼으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 제고(20.1%) 등 대부분의 응답이 경제적 상황과 연관이 깊었다. 즉,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출산의 주체인 기혼 여성이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응답한 이유에서는 사뭇 다른 응답이 나왔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먼저 조사 대상 1만 1009명 전체에게 자녀 필요성에 대해 묻고 이 중 ‘없어도 무관하다’라고 답한 10.6%(1896명)에게 다시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었다. 그 결과 제일 많은(25.3%) 답변을 받은 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였다. 미혼 남녀 역시6)이소영·김은정·박종서·변수정·오미애· 이상림·이지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108쪽.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를 선택한 비율이 28.3%로 제일 높았다.7)같은 책. 334쪽.
<그림 2> 기혼 여성이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응답한 이유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기혼이든 미혼이든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아동이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 즉 ‘아동이 행복하기 위한 기본 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아동의 삶은 객관적으로 어떤 상태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
우리나라 아동의 삶을 파악하는 가장 기본 지표는 아동 스스로 체감하는 삶의 만족도에 대한 실태조사일 것이다.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11세, 13세, 15세)의 삶의 만족도를 ‘2015년 OECD 웰빙지수’에서 측정한 27개 회원국 아동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 점수는 6.62점으로 최하위였다.9)류정희·이상정·전진아·박세경·여유진·이주연·김지민·송현종·유민상·이봉주.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 544쪽.
<그림 3> OECD 국가 아동들의 행복도 비교

2018년 한국방정환재단이 펴낸 제10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에서도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한 아동의 비율이 71.9%로 OECD 국가(평균 85.1%)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국가들에 비해서도 삶의 만족도가 낮게 나왔다는 점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높다고 하여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다각적인 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학업 스트레스와 자살률
대한민국 아동의 학업 스트레스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고질적인 문제다. 해외와 비교해 보면 2013년도 UNICEF에서 조사한 Children’s subjective well-being in Rich Countries에서 학업 스트레스 분야에서 30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학업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인 이유는 청소년 자살로 이어지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림 4> 학업스트레스

김미숙. 한국아동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11)Bradshaw. Children’s Subjective Well-being in Rich Countries. WP~2013~03. UNICEF. 2013; 김미숙. 한국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
아동·청소년의 33.8%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거나 자주 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원인으로 학업 문제(37.2%)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12)국민일보. 2019-12-24. 또 하나의 부끄러운 세계 1등… 아동·청소년 행복도 OECE 최하위.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아동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다.
UNICEF가 2020년도 발표한 ‘2020 Worlds of Influence Understanding What Shapes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에서 15-19세 청소년 자살률(10만 명당)을 보면 우리나라는 실제로 41개국 중 공동 13위로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그림 5> 15-19세 청소년 자살률(10만 명당)

UNICEF. 202013)2020 Worlds of Influence Understanding What Shapes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 UNICEF. 2020.
아동 안전사고와 사망률
혹시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어떨까? 우리나라 아동 사망사고 중 1위는 교통사고(44%)이고, 교통사고 유형 1위는 보행 중 사고이다(50.7%). 하지만 이 수치는 해외와 비교해 봐도 높은 수준이다. 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의하면 2018년도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 또한 OECD 26개국 중 상위 6위로서 OECD 평균 0.26명/10만 명 보다 38% 높은 0.36명/10만 명이다.
<그림 6> OECD 회원국 교통사고 비교

위 3가지 ‘아동의 삶의 만족도’, ‘학업 스트레스와 자살률’, ‘아동 안전사고와 사망률’ 통계로 우리나라 아동의 삶을 파악해 봤을 때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아이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라라고 판단하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참고문헌
| 1. | ↑ | 통계청(https://kostat.go.kr). |
| 2. | ↑ | 조선비즈. 2021-02-24. 인구절벽 현실화… 작년 인구 3만3000명 자연 감소 ‘사상 처음’. |
| 3. | ↑ | 세계일보. 2021-03-03. 신생아 울음소리 듣기 힘들다… 중소도시도 ‘축소도시’로. |
| 4, 5. | ↑ | 같은 기사. |
| 6. | ↑ | 이소영·김은정·박종서·변수정·오미애· 이상림·이지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108쪽. |
| 7. | ↑ | 같은 책. 334쪽. |
| 8. | ↑ | 같은 책. 108쪽. |
| 9. | ↑ | 류정희·이상정·전진아·박세경·여유진·이주연·김지민·송현종·유민상·이봉주.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 544쪽. |
| 10. | ↑ | 같은 책. 545쪽. |
| 11. | ↑ | Bradshaw. Children’s Subjective Well-being in Rich Countries. WP~2013~03. UNICEF. 2013; 김미숙. 한국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 |
| 12. | ↑ | 국민일보. 2019-12-24. 또 하나의 부끄러운 세계 1등… 아동·청소년 행복도 OECE 최하위. |
| 13. | ↑ | 2020 Worlds of Influence Understanding What Shapes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 UNICEF. 2020. |
| 14. | ↑ | 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http://taas.koroad.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