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6년 3월 발간된 『함께 회복력: 위기의 시대, 공존을 설계하다』에 수록된 이윤석 저자의 기고문입니다. 인용 시에는 아래 서식에 맞춰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출처명: 이윤석. 2026. 「관계 단절과 외로움, 고위험사회의 징후와 과제」. 이민주·이윤석·배보람·진상현·이현성·오현순. 『함께 회복력: 위기의 시대, 공존을 설계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37-62쪽.)

목차

  1. 사회적 고립의 증가
  2. 사회적 고립의 정의, 원인 그리고 영향
  3. 사회적 고립에 대한 정책적 대응
  4. 향후 과제

1. 사회적 고립의 증가

1) 1인가구의 확산과 가족 구조의 해체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고립이 빠르게 확산되는 첫 번째 원인은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다. 한국의 경우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율은 2000년 15% 수준에서 2024년 현재 36%를 넘어섰다(통계청, 2025).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향후 10년 내에 4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통계청, 2024). 그 배경에는 고령화의 가속화, 출산율의 급감, 혼인율의 감소, 이혼율의 증가라는 네 가지 구조적 요인이 결합되어 있다. 즉, 더 이상 결혼과 가족이 삶의 기본 단위로 작동하지 않고, 개인 단위의 생애 구조가 사회 전반에 정착된 것이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특히 ‘노인 1인가구’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배우자 사별, 자녀와의 분리, 또는 도시로 떠난 가족과의 단절로 인해 노년층은 물리적·정서적 고립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양순미·홍숙자, 2003; Steptoe et al., 2013).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돌봄과 교류의 핵심적 기반이었지만, 핵가족화와 더불어 이제 그 역할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가족이 해체되면서 ‘관계의 기본 단위’가 사라지고, 이웃이나 지역사회 역시 예전처럼 긴밀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은 고립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또한, 청년층의 경우에는 경제적 불안정과 주거비 부담, 불확실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박진백, 2024; 김유빈 외, 2024). 혼인율이 낮아지면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의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1인가구의 증대’는 단순히 가족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기반이 구조적으로 축소되는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은 독립을 통해 자유를 얻지만, 그 대가로 관계적 안정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의 해체’는 정서적 외로움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의 약화와 공동체 붕괴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상호 돌봄과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지역의 사회적 회복력(Resilience)을 약화시키며 사회적 고립을 구조화한다.

2) 디지털 전환 and 비대면 상호작용의 일상화

두 번째로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은 디지털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SNS의 확산은 인간의 관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Rainie, L. & Wellman. B, 2012). 이제 사람들은 물리적 만남보다 온라인 상호작용을 더 자주 경험한다. 메신저,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은 ‘즉각적인 연결’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연결은 대부분 피상적이며 감정의 깊이를 담기 어렵다(이려정·정병웅, 2020).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 존재이지만, 그 관계가 ‘데이터화된 관계’, 즉 클릭과 좋아요, 팔로우 숫자로 측정되는 관계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은 역설적이다. 연결은 많아졌지만, 진정한 관계는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타인과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온라인에서의 비교, 평가, 소외 경험이 누적되며 심리적 외로움을 더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면 관계의 회복’보다 ‘비대면의 효율성’이 우선시되었고, 이는 사회적 유대감의 약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디지털 고립은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난다(이복자, 2013; 김상민, 2022). 청년층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일상을 소비하며 비교와 자기검열의 피로를 겪고, 중장년층은 빠른 기술 변화 속에서 디지털 소통망에서 배제되거나, 피상적 관계에 머물며 소외감을 경험한다. 더 나아가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은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연결되게 만들어, 사회적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폐쇄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디지털화된 사회는 관계의 범위를 넓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고립’을 확산시키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정서적으로는 단절된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관계는 빠르고 가볍게 형성되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이러한 ‘얕은 관계’의 만연은 외로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현상, 즉 고위험사회의 새로운 징후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조사에 나타난 한국의 사회적 고립 상황

최근 조사들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고립 혹은 은둔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국무조정실이 추진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 중 80% 이상이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응답했고, 67.2%는 실제로 탈고립 시도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보건복지부, 2023). 또한 이 조사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정보 부족(28.5%), 비용 부담(11.9%), 적절한 지원 기관의 부재(10.5%)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응답은 고립 상태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제약과 지원 체계의 미비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사회적 고립 및 외로움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주요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가치연구원과 트리플라잇이 공동으로 진행한 2024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 문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인구 구조 변화, 고령화 및 1인가구 증가 등을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관계 단절 또는 사회적 돌봄의 부족 문제를 주요 사회 과제로 꼽고 있다(사회적가치연구원·트리플라잇, 2024). 특히 개인의 삶의 질과 공동체 유대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 고립감을 사회문제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사회 전체가 관계 단절과 외로움의 문제를 점점 더 체감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세계적으로도 낮은 사회적 연결 수준

한국의 사회적 고립 문제는 국내 차원을 넘어, 국제 비교에서도 매우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난다. OECD가 매년 발표하는 『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s)” 부문에서 꾸준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OECD, 2024). 이 지표는 개인이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 즉 사회적 지지망(social support network)의 존재 여부를 측정하는 항목으로, OECD 평균이 약 91%인 반면 한국은 75% 수준에 그친다. 다시 말해, 한국인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더 적은 비율로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경제적 성장 수준이나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계망이 매우 약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호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한국 사회의 관계적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반영한다. OECD 다수 국가에서는 지역 공동체, 시민단체, 종교 모임, 친구 관계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연결망이 개인의 정서적 안전망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급속한 도시화와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관계의 사적화”, 즉 가족과 소수의 친밀한 관계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가족 외의 사회적 연결이 단절되면 대체할 네트워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Better Life Indicator의 세부분석에서도 한국은 ‘타인에 대한 신뢰도’, ‘공동체 소속감’, ‘타인과의 교류 빈도’가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OECD, 2024). 이는 한국 사회가 물질적으로는 선진국의 수준에 도달했지만, 정서적·사회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고립사회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2. 사회적 고립의 정의, 원인 그리고 영향

1) 사회적 고립의 정의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이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 물리적·정서적으로 단절된 상태를 뜻한다. 사회적 고립을 최초로 개념화한 연구자 중 한 명인 Townsend(1957)는 사회적 고립을 “가족과 지역사회에 거의 접촉이 없는 것”으로 정의했다. 즉, 일상적인 관계와 교류가 단절되어 사회적 연결의 최소한의 기반이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후 학자들은 사회적 고립을 다양한 차원에서 정의해 왔지만, 공통적으로는 사회적 관계의 양적·질적 축소를 핵심 요소로 본다. 박찬웅 외(2020)는 사회적 고립을 “사회적 관계가 물리적으로 단절되거나, 맺고 있는 관계의 수준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낮은 상태”로 규정하였으며, 이는 단순한 외로움의 감정보다 더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부재의 상태를 의미한다.

또한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비자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김춘남 외(2018)는 사회적 고립을 “비자발적인 요인에 의해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외부와 단절되고, 그 결과로 고독감·외로움 등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경험하는 현상”으로 정의했다. 이런 비자발적 고립은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강신욱·김안나(2005)는 비자발적 고립 상태의 개인이 공동체로부터 배제될 때, 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배제의 결과이자 원인이며, 단순한 개인의 적응 실패가 아니라 사회가 포용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고립에 대한 대응은 개인의 회복 탄력성 강화뿐 아니라, 사회가 책임지고 관계망을 회복시키는 구조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2)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 형태: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고립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때, 개인은 사회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물리적·정신적으로 격리된 상태로 빠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우리는 ‘은둔(隱遁)’이라고 부르며, 이는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인 형태로 이해할 수 “있고, 이지민(2019)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를 사회적 고립의 한 유형이 아니라, 그 극단적 형태를 보여주는 특정한 사회현상으로 규정했다. 은둔은 단순한 내향성이나 일시적 회피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 수행 자체를 포기하고 장기간 사회적 접촉을 피하는 상태를 말한다(김혜원, 2022). 즉, 외부 세계와의 모든 관계—학교, 직장, 친구, 지역사회—가 단절된 상태로, 개인은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시키는 것이다.

이 용어는 1970년대 후반 일본에서 처음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일본어 히키코모루(引き籠もる)는 ‘틀어박히다’ 또는 ‘스스로를 가두다’라는 뜻을 가지며, 여기에서 파생된 히키코모리(hikikomori)는 의무교육을 포함한 학업, 비상근직을 포함한 취업, 그리고 가정 외의 인간관계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며 최소 6개월 이상 집 안에 머무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은둔형 외톨이는 단순히 개인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 가족 내 관계의 단절, 정신적 고립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된다. 한국에서도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위험 신호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은둔 고립의 실태: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 중 약 4.5%, 최대 13만 명이 ‘고립 또는 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서울시, 2013). 이는 전국적으로는 약 61만 명에 이르는 수준으로, 한국 사회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 조사는 서울시가 2022년 5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최초로 전문조사기관을 통해 만 19~39세 청년 5,513명과 청년 거주 가구 5,22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고립’은 정서적·물리적 단절이 6개월 이상 지속된 상태로, ‘은둔’은 외출이 거의 없는 생활이 6개월 이상 이어진 경우로 정의되었다.

청년들이 고립·은둔 상태에 빠진 주요 계기는 실직·취업 실패(45.5%),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대인관계의 어려움(40.3%)이었다. 여성은 주로 심리적 요인(46.3%)을, 남성은 경제적 요인(46.7%)을 주요 계기로 꼽았다. 또한 고립군은 성별과 원인에 따라 ‘은둔형’, ‘좌절형’, ‘의존형’, ‘관계단절형’ 등으로 구분되었으며, 여성은 정서적 요인, 남성은 사회적 관계 단절과 실직 경험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양상에 따른 지원 역시 필요하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5.6%가 거의 외출하지 않고 집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은둔 기간이 5년 이상인 청년이 28.5%, 10년 이상 장기 은둔 상태인 경우도 11.5%에 달했다. 고립 생활의 시작 시점은 주로 20대(39.5%)였고, 여성은 남성보다 더 이른 시기인 19세 이전부터 고립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24.1%). 건강 상태 또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체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43.2%, 정신건강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인 비율은 18.5%였다. 남성보다 여성의 약물 복용 비율(21.2%)이 더 높았으며, 정서적 지원에 대한 요구도 뚜렷했다.

고립·은둔 생활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으로는 경제적 지원(57.2%), 심리 상담(여성 43.6%, 남성 29.1%), 병원 진단 및 치료(여성 31.3%, 남성 17.2%) 순으로 필요성이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음건강 비전센터(가칭)’ 설립 등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해, 고립·은둔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종합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4) 생애주기별로 다른 사회적 고립의 원인

사회적 고립은 어느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 걸쳐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먼저 아동·청소년기는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이 사회적 관계 형성의 핵심 무대다. 그러나 학교 부적응, 따돌림, 학업 스트레스, 온라인 중심의 관계로의 전환 등이 청소년의 사회적 고립을 촉발한다(유민상 외, 2023). 또래 집단에서의 배제나 학습 실패 경험은 자존감 저하와 대인 기피로 이어지고, 이는 이후 성인기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현실에서의 교류보다 온라인 상호작용에 의존하는 비율이 증가했는데, 이는 관계의 깊이를 얕게 만들고 정서적 고립감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Bear et al., 2025). 결국 아동·청소년기의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성격 문제나 개인의 내향성으로 환원할 수 없으며, 학교와 또래문화, 사회적 돌봄의 부재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청·중장년기 이후로는 고립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청·장년층에서는 실업, 불안정한 노동, 경제적 압박, 비혼 또는 이혼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박찬웅 외, 2020). 직장 내 관계 단절이나 고용 불안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축소로 이어지고, 혼인과 가족 형성이 줄어들면서 일상적 정서 교류의 기반이 약화된다. 중·노년기에는 퇴직, 배우자 사별, 자녀의 독립, 건강 악화 등이 결합되어 고립이 심화된다(Cornwell & Waite, 2009). 특히 노년층의 경우 생계 기반뿐 아니라 사회적 역할 상실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 크며, 이로 인해 외로움, 우울감, 심지어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권중돈 외, 2012; Donovan & Blazer, 2020). 이렇게 생애주기별로 사회적 고립의 원인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사회적 연결망이 약화되고,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자원이 줄어드는 구조적 조건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5) 사회적 고립의 영향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인간관계의 부재를 넘어, 개인의 신체 건강과 생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Beller와 Wagner(2018)는 사회적 고립이 높은 사망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으며, Holt-Lunstad 등(2015)은 사회적 연결이 약한 개인이 조기 사망 위험이 높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사회적 고립은 수면의 질 저하와 심혈관계 질환, 인지능력 저하 등 다양한 생리적 문제와 연관된다(Hawkley & Capitanio, 2015). Cacioppo 등(2002)은 외로움이 수면 장애와 깊이 관련된다는 점을, Levine(2012)은 섭식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을, Pressman 등(2005)은 면역력 저하와의 상관관계를 보고했다. 즉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정신적 스트레스 반응을 넘어 신체적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사회적 위험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정신적·정서적 측면에서도 사회적 고립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현저히 낮은 행복감과 높은 우울감을 보이며, 절망감을 느낀 비율은 4.6배, 자살 충동은 약 4배 높게 나타났다(이윤석 외, 2022). 이는 우울(Horowitz, French, & Anderson, 1982), 불안(Wei, Russell, & Zakalik, 2005), 죄책감(Sermat, 1980), 절망(Rubenstein & Shaver, 1982), 자기비하(Rubenstein & Shaver, 1982) 등 부정적 정서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사회적 관계망이 거의 없는 사람들은 취업, 의료, 복지 등 사회적 자원에 접근할 기회가 줄어들며, 이는 경제적 곤란과 가족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영국의 OPN(Opinions and Lifestyle Survey)에 따르면 실업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외로움이 악화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이는 사회적 고립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질(quality of society)을 저해하는 사회적 질병임을 보여준다.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 단순한 외로움이나 정신적 고통을 넘어 사회적 위험 행동, 심지어 범죄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Martens & Palermo, 2005).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관계망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규범 학습, 사회적 책임을 내면화하게 되는데, 고립 상태에 빠진 개인은 이러한 규범이나 책임 의식이 약해질 수 있다. 실제로 실업, 취업 실패, 인간관계 단절 등의 이유로 사회망에서 배제된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고립 청년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거나 범죄로까지 상황이 악화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예컨대 은둔 상태가 장기화된 청년이 외출을 거의 하지 않거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완전히 끊은 상황에서는, 개인 내부의 좌절과 무기력감이 누적되며 자기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Kato et al., 2019). 경제적 어려움이나 정신건강 문제, 의지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범죄 행위(예: 절도, 사기, 폭력 등)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고립은 단지 개인의 고독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안전이나 치안, 사회 전체의 안정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으며, 방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범죄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3. 사회적 고립에 대한 정책적 대응

1) 영국

영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외로움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나라 중 하나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외로움 지표(Loneliness Index)를 개발해, 사회적 고립의 실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이 실시한 Community Life Survey 2021-2022에 따르면, 잉글랜드 거주 16세 이상 응답자의 47%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특히 16~24세 청년층이 외로움을 가장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외로움이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영국 정부는 2018년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하며 사회적 고립 문제를 정부 차원의 우선 과제로 공식화했다. 당시 스포츠·시민사회 장관(Minister for Sport and Civil Society)이 외로움 전담 장관으로 임명되었으며, 같은 해 범정부 차원의 전략인 「연결된 사회: 외로움에 맞서기 위한 전략(A Connected Society: A Strategy for Tackling Loneliness)」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세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첫째,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가 외로움에 처한 사람을 함께 지원하도록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것이며, 이를 위해 “Let’s Talk Loneliness”(2019~2021), “Better Health: Every Mind Matters” (2022) 같은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했다. 둘째, 공공과 민간 부문을 아우르는 150개 조직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주체가 외로움 해소에 참여하도록 했다. 셋째, 외로움 관련 정책이 경험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도록 증거 기반 정책 체계를 확립했다. 또한 코로나19 기간에는 “Loneliness Engagement Fund”(2021~2022)를 통해 외로움에 취약한 집단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고립을 단순한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닌 공공의 복지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2) 일본

일본은 사회적 고립이 가장 먼저 사회문제로 부각된 나라 중 하나로,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라는 용어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만큼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심각하다. 2023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은둔형 외톨이, 즉 히키코모리 인구는 약 46만 명으로 추산되었다(日本内閣府, 2023). 이는 일본 전체 성인 인구의 약 1% 수준으로, 장기간 사회와의 접촉이 단절된 사람들이 상당한 규모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년층의 장기 은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더 이상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전반의 사회적 위기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사회 비용과 복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1년 2월,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 담당 부서’를 신설했다. 이는 사회적 고립을 복지정책의 한 영역이 아닌, 독립적인 국가 과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고독·고립 대책의 중점계획’을 발표하여,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가 함께 고립 문제를 예방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어 2023년 5월에는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을 제정하여,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은 취업 지원, 심리 상담, 지역 커뮤니티 복원 등 다양한 영역의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사회적 고립이 단순한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해야 할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3) 한국

한국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이 아닌 사회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관련 정책을 총괄하며, 부처 간 협업을 조정한다. 특히 2023년 발표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청년층의 사회적 단절 문제를 국가 정책 의제로 공식화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과 연계하여 고립 청년의 심리·정신건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상담, 위기 개입,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또한 청년층의 가족관계 회복과 자립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립으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이나 정서적 위축 문제를 병행 지원하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이러한 국가 정책을 바탕으로 지역 단위의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고립 청년을 위한 ‘마음건강 비전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청년층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 심리치료, 취업연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인천, 부산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찾아가는 상담팀’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의 복지망과 연계한 고립 청년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정책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전달체계를 마련했다.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치구 복지관, 청년지원센터, 비영리단체(NPO) 등이 협력하여 심리상담, 취업지원,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청년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고립·은둔 대응정책은 중앙정부의 조정과 지방정부의 실행, 그리고 민간의 참여가 결합된 통합적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4. 향후 과제

1) 사회적 인식 전환

첫째,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사회 인식의 변화이다. 지금까지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성격, 의지 부족, 혹은 사회부적응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적 고립은 구조적 요인, 즉 노동시장 불안정, 가족관계의 변화, 디지털 전환 등 사회적 환경 변화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형태의 취약성이다. 따라서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공공의 과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사회적 고립을 새로운 사회적 리스크로 제기하고 공공담론의 중심에 올리는 일이 첫 번째 단계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전체가 사회적 고립의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사회적 캠페인과 교육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언론과 학교, 지역 커뮤니티가 고립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낙인과 편견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혼자 있는 사람’,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지원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질 때 고립된 개인이 공동체 안으로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된다.

2) 사회적 고립 탐색

둘째, 사회적 고립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탄력적 정의와 측정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연구나 정책은 주로 물리적 고립, 즉 외출하지 않거나 사회활동이 단절된 상태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실제 고립은 정서적, 심리적, 관계적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외형상 사회생활을 하고 있더라도 정서적 단절이나 관계의 질적 결핍으로 인해 깊은 고립을 느낄 수 있다(Cornwell & Waite, 2009). 따라서 물리적 단절뿐 아니라 정서적 고립, 사회적 배제의 정도를 함께 평가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적 고립의 정도를 다차원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사회적 고립 지표 개발이 요구된다.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 사회적 관계망의 크기와 질, 외로움의 주관적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지표를 활용해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통계청과 지자체가 연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정책의 정확성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다. 고립의 원인을 세밀히 진단하는 것이 곧 효과적인 개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고립·은둔 지원 정책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당사자를 찾아내는 일이다. 고립된 사람일수록 제도권의 도움을 스스로 요청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아무리 지원책을 마련해도 실제로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발굴 방식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데이터를 분석하면 한 가구 반경 500m, 1,000m 내 상주인구의 이동 빈도를 파악할 수 있어, 일정 기간 동안 거의 외출하지 않은 사람을 탐지할 수 있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거나, 주로 거주지 근처에서만 소비 활동이 이루어지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와 수도 사용량이 현저히 낮은 세대를 결합 분석하면, 물리적 고립 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기준이 철저히 전제되어야 하지만, 빅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탐색은 기존 행정조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은둔 고립 인구를 발견하고, 맞춤형 지원으로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3) 관련 법령 제정

세 번째 과제는 사회적 고립 대응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은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어, 종합적 관점의 접근이 어렵다. 사회적 고립 문제는 복지, 고용, 주거, 정신건강 등 여러 영역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적으로 아우를 법적 틀이 필요하다. 일본이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을 제정해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고립·은둔 문제를 장기적 국가 과제로 인식하고 독립 법률 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법령 제정은 단순히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고, 정부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시하는 효과가 있다. 사회적 고립 문제는 단기간의 지원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 근거에 기반한 5년 또는 10년 단위의 국가 기본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기관이 역할을 분담하고 예산과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4) 부처 간 협의체 구성

마지막으로, 범정부 차원의 부처 간 협의체 구성과 효율적 전달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사회적 고립 문제는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의 정책과 맞닿아 있어, 협업 구조 없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상시 운영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을 연계·통합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 분담과 정보 공유를 강화해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장에서 직접 청년을 지원하는 주체는 지방정부와 지역 복지기관인 만큼, 이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청년지원센터, 지역 복지관, 비영리단체 등 민간 자원과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전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고립 청년이 ‘제도 밖의 사람’으로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적 구조가 정착될 때, 사회적 고립 문제는 단순한 복지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