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제연구소 오름

1. 단일 언어 국가의 변화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민족은 단순히 생물학적 인종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지역에서 공통의 언어와 문화, 관습, 전통을 공유하는 집단을 의미한다.1)한스 콘. 민족주의의 개념. 백낙청 편.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창비. 1981. 31~39쪽 민족은 심리적인 개념이다. 

언어는 민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구현한다. 로마제국과 중세시대 유 럽에서 귀족과 민중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었다. 사회 구성원의 공동체 소 속감은 현저히 낮았다. 무엇보다 두 계급 사이의 간극은 사용하는 언어에서 컸는데, 18세기 말 한 국가 내의 모든 계급이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생활양식 을 향유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자신들을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인식하게 됐다.2)존 J 미어샤이머. 이춘근 옮김.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김앤김북스. 2020. 156~160쪽 

물론 민족과 언어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포르투갈어를 모어로 사용한다고 해서 포르투갈인과 브라질인이 같은 민족은 아니며, 캐나다인이라고 해 서 모두 영어를 모어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캐나다 인구의 20% 이상은 프랑스 어를 모어로 사용한다. 하지만 언어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가치관을 담아 내는 그릇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언어는 민족을 구분하는 여러 기준 중 상당히 유효한 문화적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단일 민족, 단일 언어 국가 

우리나라는 삼국 통일 이후 언어를 비롯하여 같은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민족적 동질감을 오랫동안 잘 유지해 오고 있다. 예부터 사용되어 온 백의민 족이나 배달의 민족,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용어가 이를 방증한다. 1648년 베스 트팔렌 조약으로 유럽에서 민족 국가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후 국경이 그어진 많은 근대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단일 민족 국가를 신화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실체가 명확하다.

언어를 통해 민족 정체성은 강화되고, 그런 의식은 정책에 반영된다.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은 조선 시대 한글 창제가 씨앗이었지만 근대에 들어서서야 구체화됐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국어 연구는 민족의식의 발로였다. 광복 이후 시행된 한글전용정책 및 국어순화정책, 4대 정서법 등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은 시종일관 단일 언어의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언어 정책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욕설이나 성차별,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통제함으로써 언어를 순화하려는 시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국경 내의 모든 구성원이 단일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언어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는 실제 많지 않다.

많은 나라들은 국어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산물이자 일종의 규범이라는 점에서 헌법이 반드시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모로코와 시리아, 리비아나 코트디부아르, 기니비사우 등 78개의 국가는 유의미한 수의 다른 언어 구사자가 존재함에도 헌법에 단일 언어를 유일한 공용어로 못 박아놓고 있다.3)버나드 스폴스키. 김일환·이상혁 옮김. 언어 정책: 사회언어학의 핵심 주제.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2020. 33~36쪽, 219~234쪽.

우리나라는 헌법에 국어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판례를 통해 관습헌법의 일반적 성립 요건으로 관행의 존재와 반복·계속성, 항상성, 명료성, 국민적 합의를 제시한 바 있어4)헌법재판소.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04헌마554. 2004-10-21. 국어가 한국어라는 점은 관습헌법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국어는 2005년 법률로 처음 규정되었는데 「국어기본법」은 “국어는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새로운 언어 정책의 등장

광복 이후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꾸준히 영어를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일본어나 중국어 등 다른 언어의 학습도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한국어를 모어로 삼고 있기에 영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는 외국어로서 학습되고 있다.

한국어를 학습의 단일 언어로 하는 정책의 기류는 흔들림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 지형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언어 정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외국인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5%에 달하며, 다문화가족의 구성원은 2%를 상회한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하면 다문화가족은 귀화자와 결혼이민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의미한다.

<표 1> 우리나라 다문화 인구 (2019년)

자료: 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2020.5)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통조사. 2020.




2009년부터 정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에게 부모의 모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전신인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은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5개소를 대상으로 다문화가족 이중언어 교실을 출범했다. 같은 해 서울시 교육청은 다문화가족의 부모를 이중언어 강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 현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6)이재분·박균열·김갑성·김선미·김숙이·이해영·류명숙. 다문화가족 자녀의 결혼이민 부모 출신국 언어 습득을 위한 교육 지원 사례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 2010. 49~78쪽.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개념이지만 일찍이 다문화를 겪은 많은 서구의 국가들은 이미 이중언어 교육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중언어 교육 정책의 도입은 문화에 대한 관점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모든 언어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화의 발전이다. 기존의 언어 정책이 민족 정체성을 반영하는 대상이라면, 이중언어 교육은 보편적 인권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우리 사회는 결혼이민자 등의 한국어 실력 부족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모어 사용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본 글은 우리나라 언어 정책의 큰 틀을 해체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다문화가족의 구성원들에게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수단의 하나로서 이중언어 교육 정책을 고찰할 것이다.

먼저 이중언어 교육의 일반적인 원리와 이중언어 교육의 필요성을 논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발아 단계인 우리나라 이중언어 교육의 환경과 정책 현황 및 문제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이중언어 교육의 실제

이중언어, 이중언어 교육이라는 장막 걷어내기

이중언어 교육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이중언어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 두 언어를 어떤 영역에서 어느 수준으로 구사해야 이중언어 구사자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많은 논쟁이 있어 왔다.

말하기와 듣기, 읽기, 쓰기라는 네 가지 언어 기능 중 어떤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정확한 발음으로 얼마만큼 많은 어휘를 문법에 맞게 구사해야 이중언어 구사자라고 할 수 있는가? 이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언어를 모든 영역에서 같은 수준으로 완벽하게 구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무리 뛰어난 이중언어 구사자라 하더라도 디폴트값으로 사고를 하는 주 언어는 하나이다.7)리콴유. 송바우나 옮김.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 싱가포르의 위대한 도전. 행복에너지. 2020. 18쪽, 84~86쪽, 285~286쪽. 이중언어 구사자가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목적과 배경은 다양하기 때문에 발음과 어휘, 문법이라는 언어의 형식면에서 두 언어를 균형 있게 숙달하기는 어렵다. 이는 이중언어 교육을 설계하는 정책 결정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언어가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근본적인 전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중언어 구사자란 언어의 형식적인 수준을 어느 정도 갖춤으로써 두 언어로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며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두 언어 모두 기능적으로 유창한 경우 이중언어를 구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8)엘렌 비알리스톡. 김영주·이정민 옮김. 이중언어 발달: 언어와 문해력 그리고 인지. 한국문화사. 2011. 6~26쪽.

언어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이중언어 구사자는 세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을 소유하게 된다. 따라서 이중언어 구사자는 다른 문화에 대해 유연하고 열린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중언어 구사자는 표현의 메커니즘을 두 개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확산적인 사고방식을 가진다. 그리고 단일 언어 구사자에 비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를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때 상대방의 요구에 인지적으로 민감하게 더 잘 대응한다.9)콜린 베이커. 연준흠·김주은 옮김. 이중언어의 기초와 교육. 박이정. 2014. 230~234쪽, 244~246쪽.

그렇다면 이중언어 교육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외국어 교육과의 차이점을 살펴봄으로써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이중언어 교육과 외국어 교육은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위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인 목적이 같다.

좁은 의미에서는 외국어를 가르치느냐 외국어로 가르치느냐로 양자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학교에서 학습의 매개 언어로써 영어를 주로 사용하되, 일부 과목은 중국어나 말레이어, 타밀어로 가르친다. 그러나 보통은 언어 학습의 수단이 아닌 목표에 중점을 두고 이중언어 교육을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국어 교육에서는 학습자 또는 교육자가 선택한 언어를 학습한다. 학습 언어의 유용성은 주관적이다. 학습자의 의지가 전제되므로 외국어 교육은 어떤 언어를 배우는가와 상관없이 학습자가 느끼는 사회적 유용성을 충족시킨다. 반면 이중언어 교육은 언어의 사회적 유용성에 민감하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나 중국어는 사용 범위에 있어 우즈벡어나 타갈로그어보다 유용하다. 이중언어로 전자를 배우는 사람과 후자를 배우는 사람의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족의 자녀들 중 한국어보다 외국에서 태어난 부모의 모어를 더 잘 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5.9%에 불과하다.10)최윤정·김이선·선보영·동제연·정해숙·양계민·이은아·황정미.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518~520쪽. 이런 결과는 다문화가족의 외국 출신 부모의 모어가 사회적 가치를 대체로 인정받고 있지 못 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따라서 이중언어 교육에서는 학습 언어의 사회적 가치가 낮을수록 그 언어의 가치를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교육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중언어 교육의 방법론과 연관이 깊다.

이중언어 교육이 외국어 교육과 또 다른 점은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양자 간 교육 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 교육은 학교와 같이 제한된 공간에서 학습되지만, 이중언어 교육 환경에서 학습자는 가정을 위시하여 다른 언어를 모어로 구사하는 사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생활한다.

그러므로 단일 언어 사회에서 소수 언어를 구사하는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유용함을 인정받지 못 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 구사자는 나이가 어릴수록 대부분 단일 언어 구사자로 자란다는 안타까운 연구 결과가 있다.11)나카지마 카즈코. 이미숙·조선영·장근수·송은미·황영희 옮김. 이중언어와 다언어의 교육: 캐나다·미국· 일본의 연구와 실천. 한글파크. 2012. 25~27쪽.

결국 이중언어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중언어 배경을 가지고 있는 학습자들이 한국어만 구사하는 감산적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두 언어에서 모두 지적 능력이 발달하는 가산적 이중언어 구사자로 육성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12)변지원. 두 개의 혀. 에피스테메. 2017. 126~130쪽, 139~142쪽.


지금 왜 이중언어 교육인가

정부는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언어 취약 계층이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 환경에 출신, 인종 등에 따른 언어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13)문화체육관광부·관계부처 합동. 제3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 2017~2021. 2017. 30쪽. 2018년 우리나라의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 중 지난 1년간 한국생활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22.3%에 이른다.14)최윤정 외. 앞의 책. 180~183쪽.

이처럼 새로운 언어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언어 정책은 다문화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랜 시간 견고하게 유지해 온 단일 언어 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어 중심의 다문화 언어 정책은 사회 통합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외국 출신의 결혼이민자 등에게 한국어는 실질적으로 외국어일 뿐이다. 제2언어는 어릴수록 빨리 습득하며, 성인이 되어 배운 제2언어를 모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경우는 학습자의 5%에 불과하다.15)바바라 A 바우어. 박찬규 옮김.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구름서재. 2016. 61~68쪽.

따라서 결혼이민자 등은 자신의 모어에 비해 서툰 한국어로 자녀들을 교육해야 하는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실제로 만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중 약 26.3%가 자녀를 양육할 때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자녀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꼽았다.16)최윤정 외. 앞의 책. 142~145쪽.

결국 다문화가족의 부모가 자녀와 한국어로만 소통하는 것에는 제약이 따르게 되고, 그런 제약은 자녀들의 언어 발달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외국 출신 부모들은 자녀를 교육함에 있어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위축감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이중언어 교육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부모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을 추동한다. 부모들은 유창한 모어로 자녀와 대화함으로써 자녀 교육에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부모의 모어로 부모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 지능과 학습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17)박정은. 다문화사회에서 생각하는 모어교육: 이주가정과 국제결혼가정을 중심으로. 일지사. 2007. 94~111쪽.

이처럼 이중언어 교육은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한발 더 나아가 외국어 구사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확대되어 가고 언어를 하나의 자산으로 보는 관점이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이중언어 교육이 실효성 높은 정책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다른 나라의 이중언어 교육 현황

우리나라에서 이중언어 교육 정책은 아직 도입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황을 살펴보기에 앞서 일찍이 이중언어 교육을 시행해 온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이중언어 교육은 전환기적 이중언어 교육과 발달 이중언어 교육, 양방향 이중언어 교육 등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1968년 이중언어 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된 전환기적 이중언어 교육이다.

전환기적 이중언어 교육은 영어가 아닌 언어를 모어로 구사하는 학생이 우선 자신의 모어로 교육을 받다가, 점차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을 늘려나가며 결국 영어만 사용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어는 영어 능력을 갖추게 될 때까지 1년에서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사용하는 한시적인 수단인 것이다.18)박영순. 이중언어교육의 본질과 한국어교육의 과제. 이중언어학. 2005. 제29호. 14~15 쪽.

소수 언어를 인정하지 않는 동화주의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언어소수자들은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해오고 있다. 이는 이중언어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이중언어 교육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19)오영인. 미국의 언어정책과 정체성 문제: 21세기 전환기 이중언어 교육을 둘러싼 담론적 각축. 미국사연구. 2015. 제41집. 151~190쪽. 그나마 이중언어 교육의 대상 언어가 스페인어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은 미국의 전환기적 이중언어 교육의 문제점을 심화시킨다.

미국의 이중언어 교육 정책이 영어가 아닌 모어 구사자를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 데 비해, 유럽은 전 국민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언어주의를 지향한다. 유럽연합은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모든 관보와 규정을 24개의 공용어로 작성한다. 유럽의 이중언어 교육 정책은 국경개념이 비교적 느슨한 유럽의 구성원들이 지역 내에서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기능적 목적이 크다.

유럽의 이중언어 교육은 유럽인들의 가치관 형성을 돕는 의도적인 목적도 가지고 있다. 유럽의 결집을 도모하고 공동의 가치와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더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관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중언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20)S Breidbach. European communicative integration: The function of foreign language teaching for the development of a European public sphere. Language, Culture and Curriculum, Special Edition, 15(3), 2002. pp 1~11; U. K. Preuß & F Requejo (Eds.). European citizenship, multiculturalism and the state. Baden-Baden: Nomos. 1998; 차재국. 유럽의 복수언어정책과 영어교육의 경향. 영어교육연구. 2004. 제16권 4호. 299쪽에서 재인용

세부적인 언어 교육 정책은 유럽연합의 각 회원국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이중언어 교육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유럽이사회는 회원국들에게 국민들이 어린 시절부터 이중언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1989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소크라테스 프로그램에 이어 평생 학습 프로그램, 에라스무스 플러스 프로그램 순으로 다언어주의를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해오고 있다. 이런 정책들을 통해 언어 교육의 교수법을 개발하고, 언어 학습을 통한 각종 연수를 지원함으로써 언어 교육 증진과 상호 문화 이해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21)Wikipedia. Erasmus Programme. https://en.wikipedia.org/wiki/Erasmus_Programme. 2021. 3. 3; 이복남. EU 언어 정책: 언어 교육을 중심으로. EU연구. 2004. 15호. 241~259쪽.

단, 브렉시트와 함께 흔들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유럽인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영어를 이중언어의 대상으로 학습하고 있는 편중 현상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유럽연합과 회원국 간 언어 정책의 갈등과 유럽연합의 공용어를 제외한 소수 언어의 소외 역시 당면한 문제이다.22)이복남. 유럽연합 다언어주의 정책의 성과와 한계: 공용어 운용을 중심으로. 유럽연구. 2010. 제28권 제2호. 209~232쪽. 



 

각주   [ + ]

1. 한스 콘. 민족주의의 개념. 백낙청 편.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창비. 1981. 31~39쪽
2. 존 J 미어샤이머. 이춘근 옮김.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김앤김북스. 2020. 156~160쪽
3. 버나드 스폴스키. 김일환·이상혁 옮김. 언어 정책: 사회언어학의 핵심 주제.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2020. 33~36쪽, 219~234쪽.
4. 헌법재판소.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04헌마554. 2004-10-21.
5. 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통조사. 2020.
6. 이재분·박균열·김갑성·김선미·김숙이·이해영·류명숙. 다문화가족 자녀의 결혼이민 부모 출신국 언어 습득을 위한 교육 지원 사례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 2010. 49~78쪽.
7. 리콴유. 송바우나 옮김.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 싱가포르의 위대한 도전. 행복에너지. 2020. 18쪽, 84~86쪽, 285~286쪽.
8. 엘렌 비알리스톡. 김영주·이정민 옮김. 이중언어 발달: 언어와 문해력 그리고 인지. 한국문화사. 2011. 6~26쪽.
9. 콜린 베이커. 연준흠·김주은 옮김. 이중언어의 기초와 교육. 박이정. 2014. 230~234쪽, 244~246쪽.
10. 최윤정·김이선·선보영·동제연·정해숙·양계민·이은아·황정미.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518~520쪽.
11. 나카지마 카즈코. 이미숙·조선영·장근수·송은미·황영희 옮김. 이중언어와 다언어의 교육: 캐나다·미국· 일본의 연구와 실천. 한글파크. 2012. 25~27쪽.
12. 변지원. 두 개의 혀. 에피스테메. 2017. 126~130쪽, 139~142쪽.
13. 문화체육관광부·관계부처 합동. 제3차 국어 발전 기본계획 2017~2021. 2017. 30쪽.
14. 최윤정 외. 앞의 책. 180~183쪽.
15. 바바라 A 바우어. 박찬규 옮김.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구름서재. 2016. 61~68쪽.
16. 최윤정 외. 앞의 책. 142~145쪽.
17. 박정은. 다문화사회에서 생각하는 모어교육: 이주가정과 국제결혼가정을 중심으로. 일지사. 2007. 94~111쪽.
18. 박영순. 이중언어교육의 본질과 한국어교육의 과제. 이중언어학. 2005. 제29호. 14~15 쪽.
19. 오영인. 미국의 언어정책과 정체성 문제: 21세기 전환기 이중언어 교육을 둘러싼 담론적 각축. 미국사연구. 2015. 제41집. 151~190쪽.
20. S Breidbach. European communicative integration: The function of foreign language teaching for the development of a European public sphere. Language, Culture and Curriculum, Special Edition, 15(3), 2002. pp 1~11; U. K. Preuß & F Requejo (Eds.). European citizenship, multiculturalism and the state. Baden-Baden: Nomos. 1998; 차재국. 유럽의 복수언어정책과 영어교육의 경향. 영어교육연구. 2004. 제16권 4호. 299쪽에서 재인용
21. Wikipedia. Erasmus Programme. https://en.wikipedia.org/wiki/Erasmus_Programme. 2021. 3. 3; 이복남. EU 언어 정책: 언어 교육을 중심으로. EU연구. 2004. 15호. 241~259쪽.
22. 이복남. 유럽연합 다언어주의 정책의 성과와 한계: 공용어 운용을 중심으로. 유럽연구. 2010. 제28권 제2호. 209~232쪽.

1. 한국 사회가 늙고 있다 

액티브시니어의 ‘나빌레라’ 

2016-2017년 연재된 웹툰 ‘나빌레라’는 우편 공무원에서 은퇴한 노인 심 덕출이 소년 시절부터 가져온 꿈인 발레를 배우는 만화로, 노년의 생활문화, 가족관계, 그리고 치매와 같은 노년 질병 등 우리사회 노인의 이야기를 발레 라는 소재를 통해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웹툰은 2019년 5월 서울예 술단에 의해 뮤지컬로 공연되기도 하였고, 2021년에는 드라마로도 방영되며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노인’은 만 65세 이상의 인구를 지칭하는 용어이다.1)통계청. 고령인구비율(65세 이상). 2019. 최근에는 상대적으 로 젊은 노인을 뉴 시니어(New senior) 또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부른다. ‘나빌레라’의 주인공 ‘심덕출’ 또한 액티브 시니어이다. 이들은 여생을 소일 하며 보냈던 기존 실버세대와 달리 ‘건강한 노년의 삶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와 잘 죽는법(well-dying)에 관심이 많다.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라 노인의 다양한 여가활동 욕구에 부합하는 여가 장소 및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인의 활 동공간은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등 정적활동을 위한 실내시설에 치중 되어 있다. 국내 노인복지는 격리형 보호와 돌봄에 치중되어 노인의 여가활동 욕구와 노인여가시설 간의 괴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며, 동시에 노인의 주체적 활동을 장려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켜 줄 수 있는 놀이형 노인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돌봄 비용 상승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2025년경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이 제시한 세계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평균 연령은 이미 40세를 넘었으며, 2030년에는 평균 연령이 50세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출생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의 가속화와 함께 고령 장애인 비율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65세 이상 장애인 비율은 2010년 37.1%에서 2019년 48.3%로 증가하였다.2)보건복지부. 2019 등록장애인 현황 자료. 2020-04-20. 현재는 비장애인이지만 향후 노화로 행동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까지 포함하면 고령 장애 출현율 또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은 노화를 통해 근력이나 유연성 등 생체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데,3)현외성. 한국노인복지학 강론. 유풍출판사. 2005. 주로 등산이나 산책과 같은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는 우리나라 노인의 운동 행태로는 근력 퇴화를 방지하기가 어렵다.4)헬스조선. 2020-02-27. 노인에게 필요한 ‘백근(白筋)’ 어떻게 단련하나? 노인들이 유산소 중심의 운동만 할 경우, 일상생활에 중요한 유연성, 균형 등과 같은 기능 또한 기르기 어렵다. 노인 낙상 사고 비율이 다른 연령의 10배, 낙상 사고 입원 비율은 다른 연령의 8배에 육박하는 이유이다.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 골절은 발생 후 심각한 기능 저하와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심지어 골절 후 합병증으로 6명 중 1명이 1년 이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5)건강검진뉴스. 2020-12-23. 겨울철 빙판길, 노인 낙상 주의…코로나19로 집안 낙상 사고도 늘어. 



<그림 1> 세계 주요국가 인구통계

자료: https://zeihan.com6)https://zeihan.com



신체 노화로 인한 안전사고는 건강보험료 지출의 주요 원인이다. 2019년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40%를 차지했으며, 2025년에는 60조 원까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7)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 2019. 이뿐 아니라 가정의 부양 부담증가, 복지비용 증가, 노인 우울증 문제 역시 돌봄에 대한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노화에 대비하기 위한 운동시설과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그램 등의 공공 건강시설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림 2> 2020년 노인돌봄예산

자료: 보건복지부; 한국경제. 2019-11-08.8)보건복지부; 한국경제. 2019-11-08. 복지 확대·빠른 고령화에 노인돌봄 예산 내년 1.8兆…3년 새 두배 넘게 늘었다.


<그림 3>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 지출 예상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국민일보. 2016-01-04.9)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국민일보. 2016-01-04. 2060년 노인 의료비 최대 20배 늘어난다.

2. 포용적 성장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세계적으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새로운 성장 모델이자 국가정책의 핵심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이하 OECD)에서도 사회통합(social cohesion)의 요소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사회 이동(social mobility)과 함께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을 강조하였으며, 한국 역시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해 맞춤형(well-targeted) 사회지출의 폭을 확대하고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우리 정부 또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 목표하에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중요한 국정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용적 복지국가란 어느 계층도 소외되지 않고 경제성장의 과실과 복지서비스를 고루 누리며,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이다.10)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7-12-18.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논하다!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소득보장과 건강·의료보장 외에 지역 주도의 맞춤형 돌봄 보장이 필요하다. 현재,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지방소멸 및 사회자원노후화 등 사회여건변화로 인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료·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이 평소 살던 곳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지원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실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11)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형 도시재생뉴딜사업 모델 마련 연구. 보건복지부. 2019.  이에 대해 정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1단계 : 노인 커뮤니티 케어)’을 발표하고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추진 로드맵과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12)돌봄이란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의료적 치료 및 관리를 비롯하여 요양, 일상생활 지원, 욕구에 적합한 주거와 여가문화 및 사회참여를 포괄한다(이윤경. 커뮤니티케어의 도입과 방향. 도시문제. 2018. 제 53권 600호)., 서비스 통합 제공의 4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2019년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지역 자율형 통합돌봄모형을 만들기 위해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커뮤니티케어의 주요 중점과제의 실천전략으로 ‘경로당·노인교실에서의 운동, 건강예방 등의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이 제시되었다. 건강예방·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경로당을 2022년까지 3만 개소, 2025년까지 4만 8000개로 확대하는 계획이다. 특히 노화적응 및 건강유지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노인놀이터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3. 노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놀이와 장소가 결합된 공간인 놀이터는 어른보다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어왔기에 노인을 위한 놀이터는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모든 세대는 각자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즐길 권리가 있으며, 노인에게도 그들을 위한 놀이터가 필요하다.

노인놀이터(어르신 놀이터, 시니어 야외운동공간)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노인복지의 새로운 형태로 활발하게 조성·이용되고 있다. 노인놀이터를 구성하는 다양한 운동기구와 프로그램은 노인에게 적합하게 설계되었으며, 노인이 자발적으로 여가 행위를 주도하고 그들의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게 노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노인들은 건강을 관리하며 나아가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과 미국,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노인놀이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고,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부터 고령화 시대 노인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야외활동 공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2020년 2월에는 국회에서 ‘시니어 콘텐츠 포럼’이 개최되었고, 9월 16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2개 시도 및 10개 시군구 자치단체장이 모여 ‘노인정책 전환 모색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놀이형 노인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2021년부터는 충청남도, 경기도, 대구광역시 등 다수의 지자체가 노인놀이터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노인을 위한 놀이형 놀이터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여러 지자체가 노년층의 이용 빈도가 높거나 접근성이 좋은 공원 등을 대상지로 선정하고 노인놀이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12월 충청남도 공주시는 금성동 춘수정 도시공원에 ‘어르신 놀이터’를 조성하였다. 노인의 신체균형과 유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어르신 건강 놀이기구 10여 종이 설치되었으며, 전문강사가 배치되어 기구 등을 활용한 다양한 건강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놀이형 복지 공간으로서 실외형 노인놀이터 조성은 이미 현실화 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노인놀이터를 설치하기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미약하게나마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도울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며, 국내 노인놀이터 조성과 노인운동시설 설치에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노인놀이터 명칭, 입지 선정, 운동프로그램 개발, 법률 및 제도적 지원, 연계 사업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참고할 만한 노인놀이터 선진사례와 모델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   [ + ]

1. 통계청. 고령인구비율(65세 이상). 2019.
2. 보건복지부. 2019 등록장애인 현황 자료. 2020-04-20.
3. 현외성. 한국노인복지학 강론. 유풍출판사. 2005.
4. 헬스조선. 2020-02-27. 노인에게 필요한 ‘백근(白筋)’ 어떻게 단련하나?
5. 건강검진뉴스. 2020-12-23. 겨울철 빙판길, 노인 낙상 주의…코로나19로 집안 낙상 사고도 늘어.
6. https://zeihan.com
7.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 2019.
8. 보건복지부; 한국경제. 2019-11-08. 복지 확대·빠른 고령화에 노인돌봄 예산 내년 1.8兆…3년 새 두배 넘게 늘었다.
9.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국민일보. 2016-01-04. 2060년 노인 의료비 최대 20배 늘어난다.
10.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7-12-18.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논하다!
11.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형 도시재생뉴딜사업 모델 마련 연구. 보건복지부. 2019. 
12. 돌봄이란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의료적 치료 및 관리를 비롯하여 요양, 일상생활 지원, 욕구에 적합한 주거와 여가문화 및 사회참여를 포괄한다(이윤경. 커뮤니티케어의 도입과 방향. 도시문제. 2018. 제 53권 600호).

2020년 2월 4일, 몇 년간 계류되어 있던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고 8월 4일 에는 시행령이 제정되어 본격 시행하였다. 청년이 처한 현실이 사회문제로 등 장하고 청년정책이 변화·발전해온지 25년이 되었다. ‘청년문제를 논한 것이 그렇게 오래됐어?’ 하겠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 문제가 사회적 큰 문 제로 대두된 이후 일자리 문제는 청년 문제로 인식되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청년문제는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대한 권리보장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었고 법적 기반 마련과 동시에 정책 차원에서는 더 촘촘한 정책 설계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세대 담론의 등장에서부터 호명되지 않 았던 청년세대가 정책대상이 되는 과정,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움직임부터 중 앙정부 정책 흐름, 청년기본조례 제정부터 청년기본법 제정까지 청년 정책의 변화 과정과 그 함의에 대해 다룬다. 

1. 청년 문제의 시작과 청년정책 형성 

기존 사회문제는 특정 계층,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세대 또는 연령 집단을 대상으로 한 문제 정의가 이루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보통은 노 년세대를 대상으로 한 사회문제접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 기,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세계적 저성장 흐름에 따라 주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던 청년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청년 문제는 일자 리문제에서 시작되었다. 김대중 정부 이후로 정부마다 청년 일자리문제를 해 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뚜렷한 해결력을 갖지는 못했다. 20년의 시간 이 훌쩍 넘어 2010년대가 되었지만 청년 일자리문제가 해소되었다고 보지 못 했다. 그리고 이 문제의 심화는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를 늦추는 결과를 낳게 되고, 청년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사회가 주목하지 못했던 청년의 삶

2010년대부터 청년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고통이 곧 지나갈 것으로 간주하고 힘들더라도 버티라는 메시지는 당장 삶을 살아야하는 청년들에겐 가혹한 관망일 뿐이었다. 2014년에는 IMF 이후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이란 슬픈 타이틀을 갖고 주거비 상승으로 주거빈곤률은 높아져갔다. 노동시장 진입의 지체는 청년 미취업자를 계속 양산했고 학자금 및 생활대출 등으로 청년 부채상황도 악화하였다. 더불어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사회 진출 기회에 차이가 발생하고, 계층상승 가능성은 낮아졌다. 계속되는 실패의 경험과 열악한 삶의 환경으로 청년들의 자존감이 저하되고 이는 청년이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되는 것을 심화하였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청년문제 해결 방식이 변화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여전히 일자리 정책에 머물렀다.

청년세대담론의 등장과 청년정책의 단초

청년의 현실과 정책적 문제 해법의 미스가 지속되는 가운데 청년문제는 세대문제로 자리잡았고 담론화되었다. 청년세대를 사회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의 등장은 2007년 ‘88만원 세대’론 때부터이다. ‘88만원 세대’론은 2007년 당시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한국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논의되었다. 이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에서 ‘삼포세대’란 용어가 등장했지만, 이내 취업, 내 집 마련, 건강, 인간관계, 삶까지 포기했다는 자조와 함께 ‘N포세대’란 말까지 나왔다.1)이외에도 뛰어난 스펙에도 불구하고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을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빗대어 표현된 ‘이케아세대’, 기존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는 세대란 표현으로 ‘달관세대’ 등 청년세대의 현 상황에 대한 많은 담론이 양산되었다. 하지만 이런 용어의 생산, 청년의 현실적 어려움과 열악한 환경에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청년의 불안정 노동, 저임금 상황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시작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었다. 

기존 ‘청년’세대의 이미지는 사회변혁을 주도하고 사회의 원동력이자 열정과 에너지가 넘쳤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문제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보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저성장, 수저계급론과 같은 소득, 학력, 계층에 따른 격차 심화 등 사회구조적 원인이 크다는 쪽으로 청년문제의 원인으로 해석되는데 무게가 실리기 시작하였다. 결국 청년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추가 옮겨졌다. 


2.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청년정책 흐름

중앙정부의 청년정책 흐름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실업 해소를 위한 실업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개발, 온라인 기반 워크넷 구축, 인력수급 계획수립 등 실업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진행하였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 제정 후 양극화 해소, 고용친화적 성장을 목표로 청년실업대책특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EITC(근로장려세제) 지원, 평생교육과 능력개발을 강조하며 고용정보 제공을 위한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확충하여 국가 고용지원서비스를 구축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제정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실업 해소를 넘어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직업능력개발, 산학연계, 해외 취·창업 확대, 고졸자 취업 확대 등을 중점으로 다루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고용 대책과 비슷하며 맞춤형 직업훈련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년정책의 범위를 일자리를 넘어 주거, 부채, 문화, 복지, 참여·권리 등으로 확대하였고 2019년 청년비서관 신설 및 국무총리실에 청년정책추진단을 두어 부처별 시행되는 청년정책을 컨트롤하는 단위를 구성하였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점차적으로 청년 문제에 대한 사회 관심이 높아졌지만 청년정책의 주요 골자는 고용촉진이었다. 기초 및 광역 지방정부에서 청년문제를 삶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다방면의 정책을 펼친 것과는 달리 고용촉진을 통해 실업, 미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중앙정부의 청년정책은 이전과 달리 일자리 정책뿐만 아니라 청년 삶 전반으로 정책 범위와 사업 예산을 확대해 청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표 1> 1998년 이후 중앙정부 청년정책 비교

자료: 김기헌. 청년정책 실효성 제고 방안. 보건복지포럼. 2020.2)김기헌. 청년정책 실효성 제고 방안. 보건복지포럼. 2020. 6월 통권 제284호. 70~82쪽.





지방정부에서 시작한 청년보장정책

고용촉진대책을 주요하게 다뤘던 중앙정부 청년정책의 흐름과 달리 지방정부 단위에서는 청년문제를 사회경제적·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청년의 현실을 반영하여 다양한 분야로 세밀한 정책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2013년 4월 서울시는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를 개관하고 청년커뮤니티사업(청년참), 청년활동지원사업과 같은 공모사업을 통해 청년 참여를 확대하고자 하였다. 또한 청년문제를 청년의 목소리로 발굴하고 정책 대안을 청년 스스로 제안하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란 청년정책 참여기구를 만들어 정책의 당사자성을 높였다. 특히 청년정책의 안정적 수립과 집행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에 대한 고민을 높이면서 2014년 10월 「서울특별시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후 2015년 1월 「서울특별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었고 2018년까지 전체 17개 광역시·도에 청년기본조례가 모두 제정되었다. 광역시·도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시·군·구) 중에서는 2019년 12월 기준으로 166개 조례가 제정되어 전체의 73.5% 비율을 차지하였다.3)이현우·이지호·한영빈·오세제·서복경·조은주. 국내외 청년정책 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서. 서울특별시 청년청. 2019. 110쪽. 초기 비슷한 구조와 내용으로 출발했던 지자체 청년기본조례는 지금까지 개정과정을 통해 각 지역의 상황과 특성에 맞춰 변화해오고 있다.


<표 2> 광역시·도 청년기본조례 제정 현황

자료: 자치법규정보시스템.




서울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타 광역시·도는 청년기본조례 제정과 함께 청년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였다. 청년커뮤니티사업, 활동지원사업과 함께 청년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 정의와 해법 검토를 하여 정책을 제안하는 청년정책 참여기구를 운영하였다. 또한 몇몇 광역시·도는 별도 청년센터를 개관하여 적극적으로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였고, 공간을 제공하여 자발적이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촉진하도록 하였다. 







특히 지방정부의 청년정책은 중앙정부의 기존 청년정책과는 결을 달리하였다. 중앙정부에서 오랜 기간 청년문제를 일자리문제로 인식하는 동안 지방정부는 일자리정책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고용상황, 노동시장 진입 지체로 양산된 소득 불안정, 주거 빈곤, 부채 증가 등 청년의 다각적 현실을 청년문제로 규정하였다. 이에 청년정책을 일시적 일자리 정책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행복한 삶 영위를 위해 청년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청년보장정책’으로써 제시하게 된다. 

지방정부는 청년 당사자를 거버넌스 주체로 세우고 청년이 직접 시·도정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기회를 열었다. 지방정부의 청년 거버넌스(청년정책 참여기구) 운영으로 청년정책은 주거, 복지, 문화, 참여·권리, 건강 등 청년의 욕구와 수요에 맞게 발굴되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 ‘전주시 청년건강검진 사업’, ‘부산시 청년 월세 지원사업’ 등 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청년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해당 정책들은 이후 정책의 필요성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도 하였다.



각주   [ + ]

1. 이외에도 뛰어난 스펙에도 불구하고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을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빗대어 표현된 ‘이케아세대’, 기존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는 세대란 표현으로 ‘달관세대’ 등 청년세대의 현 상황에 대한 많은 담론이 양산되었다.
2. 김기헌. 청년정책 실효성 제고 방안. 보건복지포럼. 2020. 6월 통권 제284호. 70~82쪽.
3. 이현우·이지호·한영빈·오세제·서복경·조은주. 국내외 청년정책 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서. 서울특별시 청년청. 2019. 110쪽.
4. 광주청년센터(https://blog.naver.com/gjtheforest/221485590252). 검색일: 2021-03-23. 
5. 뉴스핌. 2019-02-28. 서울시, 최대 10억 ‘청년프로젝트 투자사업’ 모집(http://www.newspim.com/news/ view/20190228000176

1. 지역 기반 그린뉴딜의 이해 – 왜 아래로부터 전환이 필요한가

탄소중립은 가능한가?

탄소중립(Net zero)이 떠오르고 있다. 기후위기에 마주한 모든 사회는 1.5℃ 경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를 감축하고, 2050년 경에는 탄소중립(net zero)에 도달해야만 한다. 갑작스러웠던 코로나19 사태가 시사하듯이, 빈번히 일어나는 재난은 각기의 지역과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 전반을 위협한다. 탄소중립은 이러한 불확실한 위기 앞에서 사회가 이뤄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전환의 목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은 요원하다. ‘어떻게 사회를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환의 방법론이 비어있다. 즉,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급진적이고 구체적인 그린뉴딜 정책이 빈약하다. 

그린뉴딜이란,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소,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탈탄소 경제사회 대전환을 의미한다. 1)이유진. 그린뉴딜,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지방자치 이슈와 포럼. 2020. 그러나 중앙정부가 작년 7월 야심차게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예산 규모부터 (25년까지) 76조 원이라는 타국대비 여러모로 작은 규모인데다가, 그마저도 지역에 쓰이는 것이 아닌 기업의 프로젝트성 사업에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개발·토건 중심의 정책을 전환하지 않은 채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린뉴딜로 줄이는 미미한 온실가스 감축분(2025년까지 1,229만 톤)마저 관성적으로 추진하는 개발·토건 사업으로 인해 가뿐히 상쇄되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중립은 가능한가? 기존 체제의 질서 있는 후퇴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경험 모두 부재한 상황이다. 


지역 중심 그린뉴딜

왜 지역에서 그린뉴딜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해야 할까. 2020년 각 지역은 코로나19, 물난리, 한파 등으로 혹독히 재난을 마주했다. 기상청에서 발간한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급 장마철, 8~9월 태풍의 영향, 여름·겨울철의 이례적인 이상기온으로 최근 연평균 피해의 3배를 초과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어떤 공간이든 기후위기 시대에는 울리히 벡(Ulrich Beck)의 표현처럼 재난이 일상화되는 ‘위험사회’ 속에 놓이게 되는데, 이 위험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곳은 지역이다.

세계일보 기자 윤지로가 작성한 ‘대한민국 기후위기 지도’에는 229개 지방자치단체의 기후변화 위험도가 적응(adapt to climate change)과 감축(reduce emissions) 면으로 나뉘어 드러나 있다.2)세계일보. 2020-07-13. ‘너흰 만들어, 우린 쓸게’… 온실가스 감축 ‘환경 부정의’ [기후위기 도미노를 막아라]  적응 리스크는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된 온난화의 영향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초점을 맞추며 △인구당 의료기관 수 △2030년 예상되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 △온도 상승 폭 △열대야 일수 기준 등으로 구성된다. 이 때 적응에 취약한 지역으로는 부산 5개 자치구(연제·영도·남·서·동구), 의료가 취약한 대구 서구, 기온 상승폭이 높은 광주 남구가 꼽힌다. 적응 리스크가 재난에 대한 것이라면 감축 리스크는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다. 감축 리스크는 탄소배출 감축으로 인한 지자체의 경제·산업적 위험도를 의미하며 △지역내총생산(GRDP)당 배출량 △지역 내 주요 배출기업 감축 의무 △지역 내 좌초위기산업 고용인구 △재정자립도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럴 때, 석탄발전소의 절반이 모여있는 충청남도의 당진, 보령, 태안이 위험 상위권에, 제철소와 석유화학·정제기업, 자동차 공장 등으로 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전남 광양·여수, 충남 아산·서산이 위험 지역에 들어선다. 이렇게 적응과 감축 양 방향으로 기후위기 위험을 관찰할 때, 부산·광주·충남·대구 어느 한 지역 빠지지 않고 모두 기후위기의 당사자가 된다. 각 지역에 닥치는 위험의 종류와, 각 지역이 걸어온 산업경로가 제각각 상이함에 따라 맞춤형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불확실한 미래는 각 기초지자체에게 대응역량을 요구한다. 이러한 전환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는 각각의 지역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지자체 뿐이기에 지역 중심 그린뉴딜 계획의 수립과 실행은 더는 선택사항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초지자체는 주민들과 살을 맞대고 있는 현장성을 지니고, 정책이 직접적으로 실현되고 수행되는 민감성이 작용하며, 계획을 현실로 이루는 장소성을 지니기에 전환을 일구어내는 최전선이자 표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방정부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역사회를 정책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책 환경이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고 단체장의 결정으로 신속하게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험적인 혁신 정책을 시도하기 용이하다. 그 까닭에 “지방정부가 시민과 함께 민관 협치를 통하여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실행전략”인 로컬뉴딜(Local New Deal)이라는 개념도 등장하고 있다. 3)유창복·이재경·김다예. 포스트 코로나와 로컬뉴딜–With 코로나 시대, 로컬에서 답을 찾다. 책숲. 2020.  더군다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맞아, 지역이라는 공간성이 대두되고, 지방정부의 능력과 책임이 강조되는 면이 있다.

아래로부터의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지역에서의 전환이 선택사항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전환의 주체가 되는 것은 어떨까. 탑다운(Top-Down) 방식의 정책이 지닌 한계를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전환으로 극복하자는 이야기가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후위기 대응 담론에서는 중앙정부의 중요함은 곧잘 강조되었지만,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도외시 되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곳도 지역이고, 정책의 당사자들이 살아가는 곳도 지역이고, 이들과 함께 전환을 실천할 수 있는 곳도 지역이다. 중앙정부 그린뉴딜의 공백과 한계를 메꿀 지역 중심 그린뉴딜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시작하는 바텀업 방식의 전환은 시민 혹은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중앙정부의 정책과는 궤를 달리 할 수 있다. 녹색전환을 위한 지역 그린뉴딜은 아래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1> 2020년 우리나라 이상기후 발생 분포도

자료: 기상청·관계부처합동. 2020년 이상기후보고서. 2021. 14쪽4)기상청·관계부처합동.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 2021. 14쪽.

<그림 2> 대한민국 기후위기 적응·감축 지도

자료: 세계일보. 2020-07-13.5)세계일보. 앞의 기사.

2. 기초지자체 그린뉴딜 수립 현황

기초지자체 그린뉴딜은 원활하게 이행되고 있는가?

2020년 10월 말에 2050 탄소중립이 발표되며 지역 기반 그린뉴딜에는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각각의 지방정부는 그린뉴딜을 실행하고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주체로서 재생에너지, 농업, 수송 및 공공교통, 건물, 자원 순환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후위기와 지역 에너지전환, 그린뉴딜을 연결짓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오고 있다. 기초지자체는 두드러지게 기후위기 대응에 앞서왔고,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이하 협의회) 소속 지자체들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해온 면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자체에서 세운 계획과 정책은 원활히 이행되고 있을까? 실제로 지자체의 전환을 이끌어낼 계획과 이행방안은 얼마나 수립되어 있고 현황은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희소식보다는 비보가 먼저다. 지방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수립과 실행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로 그린뉴딜에 규모 있는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는 등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의 중앙정부, 17개 광역지자체, 226개 기초지자체로 이어지는 행정체계 속에서 지방자치의 역사와 함께, 기초지자체가 가진 한계는 분명하다. 기초지자체의 권한과 자원 부족, 정부사업 매칭 부담, 예산 장벽, 공무원 사회의 제도적 장벽, 거버넌스 역량 부족,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 부족 등 기초지자체가 현재 겪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다양하고 총체적이다.

아래에서는 협의회 소속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수립한, 혹은 수립하려는 지자체의 정책 현황을 파악하고, 이행의 장벽,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제언 등을 도출한다. 협의회 소속 32곳 지자체(당진시, 화성시, 대덕구, 도봉구, 강동구, 종로구, 서대문구, 수원시, 전주시, 춘천시, 광명시, 안산시, 아산시, 오산시, 부여군, 광주시, 청주시, 구리시, 유성구, 여주시, 거창군, 봉화군, 시흥시, 고양시, 부안군, 성북구, 부산 동구, 포천시, 논산시, 은평구, 성북구, 노원구)와 소속 외 4곳(성남시, 양평시, 남해군, 창원시)의 그린뉴딜 계획 자료를 분석했다. 계획의 수립 유무와 정도에 따라 (가), (나), (다)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6)분석을 위한 항목 선정 기준 및 그룹별 분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원칙과 명확성으로 그린뉴딜에 핵심적인 지표와 목표(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일자리)가 명확한지 살핀다. 둘째, 구체성으로 구체적인 추진체계 및 이행체계, 예산확보 방안이 있는지 살핀다. 셋째, 민주성으로 그린뉴딜 계획 수립 및 시행에 있어 시민참여 및 거버넌스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살핀다. 이상의 분석기준과 항목에 따라 자료를 송부 받은 지자체 32+4 곳을 가, 나, 다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기초지자체의 ‘그린뉴딜 계획’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하지만 탄소중립 계획, 에너지전환 계획의 이름으로 나온 지자체의 많은 자료들은 송부받지 못하였다. 각 지자체의 정책계획에서 용어의 혼재가 심각한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린뉴딜 관련 자료를 요청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탄소중립이나 에너지전환 명목으로 수립된 계획이 분석대상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또한 계획에 담기지 못한 지자체의 녹색전환에 관한 실천이 있을 수 있다. 일례로 어느 지자체의 그린뉴딜 안에는 거버넌스에 관한 항목이 없지만, 실제로 해당 지자체는 활발한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정책을 시행하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각 지자체의 모든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녹색전환에 관한 노력과 계획을 분석하지는 못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안을 유념해야 함을 강조해둔다. 



각주   [ + ]

1. 이유진. 그린뉴딜,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지방자치 이슈와 포럼. 2020.
2. 세계일보. 2020-07-13. ‘너흰 만들어, 우린 쓸게’… 온실가스 감축 ‘환경 부정의’ [기후위기 도미노를 막아라] 
3. 유창복·이재경·김다예. 포스트 코로나와 로컬뉴딜–With 코로나 시대, 로컬에서 답을 찾다. 책숲. 2020. 
4. 기상청·관계부처합동.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 2021. 14쪽.
5. 세계일보. 앞의 기사.
6. 분석을 위한 항목 선정 기준 및 그룹별 분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원칙과 명확성으로 그린뉴딜에 핵심적인 지표와 목표(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일자리)가 명확한지 살핀다. 둘째, 구체성으로 구체적인 추진체계 및 이행체계, 예산확보 방안이 있는지 살핀다. 셋째, 민주성으로 그린뉴딜 계획 수립 및 시행에 있어 시민참여 및 거버넌스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살핀다. 이상의 분석기준과 항목에 따라 자료를 송부 받은 지자체 32+4 곳을 가, 나, 다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기초지자체의 ‘그린뉴딜 계획’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하지만 탄소중립 계획, 에너지전환 계획의 이름으로 나온 지자체의 많은 자료들은 송부받지 못하였다. 각 지자체의 정책계획에서 용어의 혼재가 심각한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린뉴딜 관련 자료를 요청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탄소중립이나 에너지전환 명목으로 수립된 계획이 분석대상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또한 계획에 담기지 못한 지자체의 녹색전환에 관한 실천이 있을 수 있다. 일례로 어느 지자체의 그린뉴딜 안에는 거버넌스에 관한 항목이 없지만, 실제로 해당 지자체는 활발한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정책을 시행하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각 지자체의 모든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녹색전환에 관한 노력과 계획을 분석하지는 못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안을 유념해야 함을 강조해둔다.

1. 노인과 놀이

프란시스코 교황은 2021년 7월 마지막 일요일을 ‘세계 조부모와 어르신의 날’로 정하고 시행한다고 선포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조부모가 젊은이들에 게 삶과 경험과 지혜를 전해주지만 “종종 그 존재가 잊혀진다”며 ‘세계 조부모 와 어르신의 해’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1)조선일보. 2021-02-01. 교황, 세계 어르신의 날 제정 조부모는 종종 잊혀져. ‘어르신’이라는 용어는 1999년 ‘세계 어르신의 해’를 앞두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노인’을 대신할 용어로 공모한 당선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어르신’이라는 용어는 널리 사용되지 않았으나, 2012년 9월, 서울시에서 나이 든 사람의 경험 과 지혜에 대한 공경,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드러날 수 있는 대체 명 칭을 선정하기 위해 ‘노인’ 대체 명칭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그 결과 다시 ‘어르신’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르신은 65세 이 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두 포함하며, 연세가 지긋한 분이나 자신보다 나 이가 많이 차이가 나는 윗분을 부르는 호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시는 어르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현재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등을 운영 중에 있으며, ‘어르신복지’라는 용어를 공식적으 로 사용하고 있다.2)윤상선. 어르신 생활체육 매니아의 경제ㆍ문화ㆍ사회적 자본과 건강증진 생활양식 및 성공적 노화 간의 인과관 계. 숭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14쪽. 이러한 영향으로 서울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어르신’이라는 용어는 흔히 사용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 르신이 옳고 노인은 틀렸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존경과 존중을 담았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노인네’, ‘노친네’, ‘꼰대’같은 노인을 비하하는 용어나 ‘틀 딱’처럼 비하를 넘어 노인혐오 용어의 사용은 분명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노인에 대한 용어와 개념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 노인의 개념과 연령은 법률과 규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노인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뜻하며, 한자로는 ‘老人’이라고 쓴다. 영국이나 미국은 늙은 사람(older person), 노인(old man), 선배 시민(senior citizen), 노인(the aged)이라고 부르며, 모두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의미한다. 다만 ‘senior citizens’은 나이 든 사람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고 일반적으로 은퇴한 나이 든 사람을 뜻한다. 중국은 60대는 장년(長年)이라 하고, 70대 이상은 존년(尊年)이라고 부른다. 노년(老年)은 노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거두고 시간의 개념이 포함된 의미이다. 일본은 실버(silver) 또는 노년이라는 용어를 노인의 의미로 쓰는 대표적인 초고령 국가이다.3)권중돈. 노인복지론. 학지사. 2004. 20쪽.

노인의 개념은 다양하다. 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 1950)는 노인이란 “인간의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변화 및 행동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권중돈(2004)은 노인을 “노화의 과정 또는 그 결과로서 생물, 심리, 사회적 기능이 약화되어 자립적 생활능력과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4)같은 책. 21쪽. 또한, 노년기는 “60세 혹은 65세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마지막 단계로서 신체적 능력의 쇠퇴와 사회적 관계의 축소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위의 하락과 같은 쇠퇴가 일어나는 시기”를 말한다.5)최옥채·박미은·서미경·전석균.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양서원. 2002. 266~270쪽.

새들러(William A Sadler)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생애주기를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퍼스트 에이지(First Age),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 서드 에이지(Third Age), 포스 에이지(Forth Age)로 나눈다. 퍼스트 에이지는 성장기, 세컨드 에이지는 발전기이자 생애 최고의 황금기다. 40대〜70대 중후반의 시기를 ‘서드 에이지’ 단계로 분류하는데, 서드 에이지는 생애주기 상 가장 긴 기간이자 중요한 시기이다. 퍼스트 에이지와 세컨드 에이지 시기에는 없었던 삶에 대한 새로운 흥미와 열정,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시기이자 제2의 황금기이기도 하다. 마지막 포스 에이지는 삶을 정리하고 마감하는 연령대의 ‘노화’ 단계를 지칭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노인은 서드 에이지와 포스 에이지 두 시기 모두에 해당하는 인구 층이다.6)윤종영·안혜신. 노인의 흥미유발을 위한 운동기구 개발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2012. 제18권 제1호. 224쪽.

이렇듯 노인의 개념과 범위는 국가마다 다르고, 국내도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유엔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사람을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이보다 낮은 5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와 일부 후진국의 평균 수명이 현저히 낮아 선진국과 균형을 잡기 위한 설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 60〜65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7)고민정·이건웅.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노인놀이터. 스토리하우스. 2020. 27~29쪽.

미국의 국가사회보험학술원(National Academy of Social Insurance)에 따르면, 미국의 사회보험 수령 연령은 1955년생의 경우 66세이며, 60년생 이후는 67세로 점차 연령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의료보험의 경우는 65세 이후라면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혜택을 받는다. 캐나다의 경우 노인연금(Old Age Security)의 경우 65세부터 적용받는다.8)National Academy of Social Insurance(https://www.nasi.org). 검색일: 2018-09-15.

다음은 놀이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 의하면, 순수 우리말 ‘놀’에는 놀이, 장난 소리, 춤, 놀음, 쉼, 내기 등의 뜻을 함의하고 있는데, ‘놀’에서 파생된 ‘놀이’와 ‘놀음’은 그래서 뜻이 같다. 놀이는 “놀이의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 또는 그런 활동”을 말하며, 놀음은 놀이보다 폭넓게 쓰여 놀이의 뜻을 더해 “굿, 풍물, 인형극 따위의 우리나라 전통적인 연희를 통틀어 이르는 말”도 포함한다. 다만, 놀이와 놀음은 내기라는 뜻은 있지만, 도박을 뜻하는 ‘노름’과는 다르다. 놀이는 영어로 표현하면 그 뜻이 보다 선명한데, 놀이는 ‘play’, 놀음은 ‘game’, 운동은 ‘sports’로 나뉜다. 여기서 놀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으로 자유롭고 즐거운 활동을 의미한다.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오면서 더해지거나 빠지는 과정을 거쳐 놀이의 형식과 내용이 변모해 왔다. 모든 놀이는 규칙의 체계가 있다. 놀이라는 말에는 제약, 자유, 창의라는 관념을 결합한다. 놀이의 원천에는 근본적인 자유가 있다. 이 자유란 쉬고 싶은 욕구이며, 아울러 기분전환 및 변덕스러움의 욕구이다. 산스크리트의 ‘크리다티(kridati)’는 ‘놀다’, ‘장난하다’의 뜻을 갖고 있다. 크리다티는 ‘어른, 어린이 동물의 놀이’를 가리킨다. ‘파이디아(Paidia)’는 그리스어로 일반적으로 ‘놀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그 안에는 유희와 어린애 같은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9)로제 카이와. 이상률 옮김. 놀이와 인간. 문예출판사. 1994. 36~58쪽. 이러한 놀이와 장소가 결합한 대표적인 공간이 놀이터다. 

놀이는 문화영역에서 놀이정신의 창조성에 대한 탐구이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저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놀이를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 행동 혹은 몰입 행위로,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규칙을 따르되 그 규칙의 적용은 아주 엄격하다. 놀이 그 자체에 목적이 있고 일상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라고 정의했다.10)요한 하위징아. 이종인 옮김.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2018. 80쪽. 또한, 프랑스 학자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는 놀이를 “자유롭고 자발적인 활동이며, 즐거움과 재미의 원천”으로 정의한다. 놀이에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놀이에는 놀이공간이 있으며, 시간의 제한, 즉 제약이 있다. 한정된 공간과 주어진 시간에서 일상생활의 혼잡하고 복잡하게 얽힌 법칙들 대신 자발적이고 명확하고 자의적인 규칙이 통용되는 것이 놀이이다. 놀고 싶은 사람만 놀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싶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노는 활동이 놀이다.11)로제 카이와. 앞의 책. 26~31쪽. 프리드리히 프뢰벨(Friedrich Froebel)12)프로벨(Friedrich Wilhelm August Frobel, 1782∼1852)은 유치원과 유아교육을 창시한 독일의 교육자이다. 은 “놀이는 이 시기 어린이들의 발달 특징이며, 어린이 생활 중 최고로 가치 있는 것”이고, 자기의 내면을 스스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고 자기 내면의 욕구와 필요를 외부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어린이의 가장 순수한 정신적 소산이라고 하였다. 또한, 자기 자신의 기쁨과 자유, 만족이기도 하며 휴식을 주고 외부와의 평화적인 관계를 맺어 주는 것이며 선천적, 내재적 능력의 개발의 수단 방법으로서는 신의 상징으로서 은물의 매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1989년에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의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 국가는 모든 어린이가 문화와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아동 발달에 있어 놀이의 중요 성은 두말할 것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놀이는 더이상 어린이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러한 놀이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하위징아는 놀이의 특징을 고정된 시간과 공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며, 놀이는 자발적 활동이며, 놀이에는 규칙이 있으며, 놀이에는 적극적인 참여가 전개된다. 또한, 놀이는 실제가 아닌 비사실성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며, 놀이는 외적 규칙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등의 여러 속성을 지니고 있다.13)김광웅. 아동놀이의 속성과 치료적 요소에 관한 고찰. 놀이치료 연구. 1999. 제2권 제4호. 49~51쪽. 가비는 놀이의 특성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놀이는 즐겁고 기쁜 것이다. 둘째, 놀이는 어떤 외적인 목적을 지니지 않는다. 셋째, 놀이는 무의식적이고 자발적이다. 넷째, 놀이는 놀이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놀이는 놀이가 아닌 것과 어떤 체계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앞서 노인의 개념과 특징, 놀이의 개념과 특징 등을 다루었는데, 이 두 용어를 합치면, ‘시니어 루덴스’라고 부를 수 있다. ‘시니어 루덴스’는 ‘시니어’와 ‘호모 루덴스’를 합성한 말로 여기에서 처음 만들었다. 호모 루덴스가 ‘놀이하는 인간’이라면 시니어 루덴스는 ‘놀이하는 노인’으로 해석된다. 나이가 들수록 놀이와 삶은 끈끈하게 결합되어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일반 서민의 평균 수명이 34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2.7세이며, 여성은 85.7세이고 남성은 79.7세로 우리 대부분이 80세까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세 세상을 넘어 120세까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그만큼 삶의 질 측면에서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60대 전후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이전 생애의 노인과 다른 액티브 시니어 세대로 학력과 재력, 운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세대들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남은 인생에 대한 이모작 삼모작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 여가를 즐기고 향유한다. 



각주   [ + ]

1. 조선일보. 2021-02-01. 교황, 세계 어르신의 날 제정 조부모는 종종 잊혀져.
2. 윤상선. 어르신 생활체육 매니아의 경제ㆍ문화ㆍ사회적 자본과 건강증진 생활양식 및 성공적 노화 간의 인과관 계. 숭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14쪽.
3. 권중돈. 노인복지론. 학지사. 2004. 20쪽.
4. 같은 책. 21쪽.
5. 최옥채·박미은·서미경·전석균.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양서원. 2002. 266~270쪽.
6. 윤종영·안혜신. 노인의 흥미유발을 위한 운동기구 개발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2012. 제18권 제1호. 224쪽.
7. 고민정·이건웅.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노인놀이터. 스토리하우스. 2020. 27~29쪽.
8. National Academy of Social Insurance(https://www.nasi.org). 검색일: 2018-09-15.
9. 로제 카이와. 이상률 옮김. 놀이와 인간. 문예출판사. 1994. 36~58쪽.
10. 요한 하위징아. 이종인 옮김.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2018. 80쪽.
11. 로제 카이와. 앞의 책. 26~31쪽.
12. 프로벨(Friedrich Wilhelm August Frobel, 1782∼1852)은 유치원과 유아교육을 창시한 독일의 교육자이다. 
13. 김광웅. 아동놀이의 속성과 치료적 요소에 관한 고찰. 놀이치료 연구. 1999. 제2권 제4호. 49~51쪽.

 1. 대한민국에 아동이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동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다. 절대적인 출생아 수도 지난해 27만 2400명으로 재작년 대비 3만 300명이 줄었다.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최초다. 출생아 수는 2000년까지 60만 대를 유지하다가 2001년에 50만 대, 2002 년에 40만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어서 2017년에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내려 온 뒤, 3년간 30만 명대로 지켜오다가 작년에는 급기야 20만 대를 기록한 것이 다.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아동 인구수의 추락을 대한민국은 경험하 고 있다. 





<그림 1> 대한민국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

자료 : 통계청(https://kostat.go.kr) 1)통계청(https://kostat.go.kr).







 최초로 대한민국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국가의 인구가 현상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OECD 회원국 37개국 평균인 1.63명은커녕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0.84명으로 압도적인 꼴찌다.

태어나는 사람이 이토록 적으니 대한민국 인구의 ‘자연 감소’는 필연적으로 예측되어 왔으나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가 발생했다.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는 것은 출생한 인구에서 사망한 인구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뜻이다.2)조선비즈. 2021-02-24. 인구절벽 현실화… 작년 인구 3만3000명 자연 감소 ‘사상 처음’.

통계청의 2020년 인구동향조사 출산·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 2499명인 반면, 사망자는 30만 5100명이었다. 즉, 2020년 인구 자연증가분은 –3만 3000명으로 대한민국 인구가 3만 3000명 감소한 것이다.



지방 소멸은 다가온 현실이자 정해진 미래

국가의 총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구 자연 감소가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방의 인구 소멸을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마스다 지표’를 사용하는데 20∼39세의 가임 여성 수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으로서 1.0 미만은 쇠퇴 시작 지역, 0.5 미만은 소멸 위험 지역,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3)세계일보. 2021-03-03. 신생아 울음소리 듣기 힘들다… 중소도시도 ‘축소도시’로. 세계일보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전국 228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105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2014년 79곳에서 6년 만에 26곳이나 늘어난 수치다.4)같은 기사.

특히 전라남도와 경상북도에서 지방 소멸이 가파르게 진행 중인데 전라남도는 22개 지자체 중 18곳, 경상북도는 23개 지자체 중 19곳이 소멸 위험지역이다. 전라남도 옴천면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고령화의 전형적인 ‘인구 절벽’을 고스란히 겪어왔다. 2010년 12월 기준 1041명이었던 옴천면 인구는 지난해 648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최근 3년간 옴천면 출생아는 2명에 불과했고 지난해와 2018년 출생아는 0명으로 아이 울음소리가 없었다. 반면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16명으로 2018년 7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되면 10년 후 옴천면 인구는 300명대 이하로 떨어져 결국 소멸될 것으로 전망된다.5)같은 기사.


대학에 이어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위기 확산

출산율 감소는 2001년부터 시작되어 이제 20년이 지속되어 그 영향이 대학까지 미치고 있다. 올해 수험생 수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어지면서 최악의 미달 사태를 빚었다. 2021학년도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 5774명으로 수능 응시자보다 13만 4740명이나 많고 고3 수험생 43만 8000명보다도 11만 7774명이나 많다. 

문제는 대학의 신입생 유치 어려움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해 고3이 된 2002년생 이후 올해까지 끊임없이 출생아 수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3년 후면 출산율 급락의 시작이었던 2001년생들이 경제활동 인구로 투입되는데 그때는 대학의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감소의 위기가 다가온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최소 향후 20년간 더욱 심각하게 맞이하게 될 확정된 미래다.


2.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을까?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공존한다. 기본적으로 연령, 성별, 지역을 기준으로 사회 구성원을 분류할 수 있는데 흔히 말하는 중년 남성, 장년 여성 등이 그 예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30대 여성 인구가 20년 연속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든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현상을 인식하고 대응할까? 아마 우리 사회가 30대 여성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인지, 그 주요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개선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기본적인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아동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저출산에 대하여 적용하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아동 인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왜 대한민국이 아동이 살기에 좋지 않은 나라인가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고, 오직 아이를 낳는 청년층의 삶의 질에 대해서만 물어 온 것이다. 물론 아동이라는 대상의 특성상 부모가 일단 낳아야 탄생하게 되고, 출산 직후에는 특별히 가족에 대한 의존성이 크다는 면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부모의 삶에서 찾는 것은 일견 합리적이고 타당한 정책적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오직 본인의 삶의 질 때문 만일까?


아이가 행복하기 힘든 사회에서는 출산 포기

뉴스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초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나오거나, 아동학대로 어린이집 아이가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방영될 때면 흔히 “이미 태어난 아이도 안전하게 살지 못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를 더 낳으란 말이냐?”라는 댓글들이 달린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번식을 할 때 현재 환경이 자식이 생존하기에 적절한 환경인가를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대한민국의 저출산도 한국인들이 내 아이가 안전하게 태어나고 행복하게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라라고 본능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8년도에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결혼에 대한 조사와 출산에 대한 조사를 구분하여 진행한 것이 특징인데 미혼 남녀가 생각하는 가장 필요한 결혼 지원 정책으로는 1위가 신혼집 마련 지원(27.9%), 2위가 청년 고용 안정화(23.8%), 3위가 결혼으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 제고(20.1%) 등 대부분의 응답이 경제적 상황과 연관이 깊었다. 즉,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출산의 주체인 기혼 여성이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응답한 이유에서는 사뭇 다른 응답이 나왔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먼저 조사 대상 1만 1009명 전체에게 자녀 필요성에 대해 묻고 이 중 ‘없어도 무관하다’라고 답한 10.6%(1896명)에게 다시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었다. 그 결과 제일 많은(25.3%) 답변을 받은 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였다. 미혼 남녀 역시6)이소영·김은정·박종서·변수정·오미애· 이상림·이지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108쪽.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를 선택한 비율이 28.3%로 제일 높았다.7)같은 책. 334쪽.



<그림 2> 기혼 여성이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응답한 이유

자료 : 이소영 외.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8)같은 책. 108쪽.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기혼이든 미혼이든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아동이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 즉 ‘아동이 행복하기 위한 기본 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아동의 삶은 객관적으로 어떤 상태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

우리나라 아동의 삶을 파악하는 가장 기본 지표는 아동 스스로 체감하는 삶의 만족도에 대한 실태조사일 것이다.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11세, 13세, 15세)의 삶의 만족도를 ‘2015년 OECD 웰빙지수’에서 측정한 27개 회원국 아동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 점수는 6.62점으로 최하위였다.9)류정희·이상정·전진아·박세경·여유진·이주연·김지민·송현종·유민상·이봉주.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 544쪽.



<그림 3> OECD 국가 아동들의 행복도 비교

자료 : 류정희 외.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10)같은 책. 545쪽. 

2018년 한국방정환재단이 펴낸 제10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에서도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한 아동의 비율이 71.9%로 OECD 국가(평균 85.1%)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국가들에 비해서도 삶의 만족도가 낮게 나왔다는 점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높다고 하여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다각적인 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학업 스트레스와 자살률

대한민국 아동의 학업 스트레스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고질적인 문제다. 해외와 비교해 보면 2013년도 UNICEF에서 조사한 Children’s subjective well-being in Rich Countries에서 학업 스트레스 분야에서 30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학업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인 이유는 청소년 자살로 이어지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림 4> 학업스트레스

자료 : Bradshaw. Children’s Subjective Well-being in Rich Countries. WP~2013~03. UNICEF. 2013; 
김미숙. 한국아동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11)Bradshaw. Children’s Subjective Well-being in Rich Countries. WP~2013~03. UNICEF. 2013; 김미숙. 한국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

아동·청소년의 33.8%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거나 자주 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원인으로 학업 문제(37.2%)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12)국민일보. 2019-12-24. 또 하나의 부끄러운 세계 1등… 아동·청소년 행복도 OECE 최하위.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아동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다.

UNICEF가 2020년도 발표한 ‘2020 Worlds of Influence Understanding What Shapes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에서 15-19세 청소년 자살률(10만 명당)을 보면 우리나라는 실제로 41개국 중 공동 13위로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그림 5> 15-19세 청소년 자살률(10만 명당)

자료: 2020 Worlds of Influence Understanding What Shapes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
UNICEF. 202013)2020 Worlds of Influence Understanding What Shapes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 UNICEF. 2020.

아동 안전사고와 사망률

혹시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어떨까? 우리나라 아동 사망사고 중 1위는 교통사고(44%)이고, 교통사고 유형 1위는 보행 중 사고이다(50.7%). 하지만 이 수치는 해외와 비교해 봐도 높은 수준이다. 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의하면 2018년도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 또한 OECD 26개국 중 상위 6위로서 OECD 평균 0.26명/10만 명 보다 38% 높은 0.36명/10만 명이다. 

<그림 6> OECD 회원국 교통사고 비교 

자료 : 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http://taas.koroad.or.kr/)14)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http://taas.koroad.or.kr).

위 3가지 ‘아동의 삶의 만족도’, ‘학업 스트레스와 자살률’, ‘아동 안전사고와 사망률’ 통계로 우리나라 아동의 삶을 파악해 봤을 때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아이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라라고 판단하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각주   [ + ]

1. 통계청(https://kostat.go.kr).
2. 조선비즈. 2021-02-24. 인구절벽 현실화… 작년 인구 3만3000명 자연 감소 ‘사상 처음’.
3. 세계일보. 2021-03-03. 신생아 울음소리 듣기 힘들다… 중소도시도 ‘축소도시’로.
4, 5. 같은 기사.
6. 이소영·김은정·박종서·변수정·오미애· 이상림·이지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108쪽.
7. 같은 책. 334쪽.
8. 같은 책. 108쪽.
9. 류정희·이상정·전진아·박세경·여유진·이주연·김지민·송현종·유민상·이봉주.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 544쪽.
10. 같은 책. 545쪽.
11. Bradshaw. Children’s Subjective Well-being in Rich Countries. WP~2013~03. UNICEF. 2013; 김미숙. 한국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
12. 국민일보. 2019-12-24. 또 하나의 부끄러운 세계 1등… 아동·청소년 행복도 OECE 최하위.
13. 2020 Worlds of Influence Understanding What Shapes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 UNICEF. 2020.
14. 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http://taas.koroad.or.kr).

여의도 정치권에는 선거철만 되면 ‘일 잘하는 자, 줄 잘 서는 자, 잽싼 자’로 나눈다는 우스개 같은 이야기가 회자되곤 한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성공하려면 ‘잽싼 자’가 가장 유리하고 다음으로 ‘줄 잘 서는 자’이며, ‘일 잘하는 자’는 셋 가운데 가장 성공과 멀다는 얘기도 덤으로 오르내린다. 특히 지지율이 높은 후보의 선거캠프는 ‘잽싼 자’, ‘줄 잘 서는 자’들의 공직 경쟁을 위한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대통령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후보자 검증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자 검증 대상으로는 도덕성과 자질, 정책을 주로 다뤄왔다.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으며 요소 간에 상호 연결돼 있기도 하다. 물론 어떤 요소가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그 나라의 정치 문화, 국민의 정서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 요소를 통합적으로 검증하는 것엔 이견이 없으나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인류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대응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체제로 인해 풍요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이로 인한 과잉생산과 인구감소 등은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미래가 희망적일 것이라는 낙관만은 하기 어려운 대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새로운 미래는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불확실성의 길입니다. (중략)

이 책은 지방정부의 새로운 도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의 존엄한 삶 존중, 미래 주역인 청년정책의 과제,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뉴딜과 지방자치, 아동이 행복한 도시를 위한 지방정부 역할, 민주사회에서 다양성 보장 등 다양한 주제에 따른 정책적 제언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집필에 참여해주신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활발하게 이곳저곳을 누비며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이 책의 편집과 출판을 위해 힘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