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도서관이라고 불렸던 장소 중 일부는 박물관이 되었고 그럴 가치가 없는 곳들은 대부분 전산화되었다. 지금의 도서관은 다른 개념이다. 이곳에 있는 건 책도 논문도, 그 비슷한 자료들도 아니다. 이제 도서관엔 끝없이 늘어섰던 책장 대신 층층 이 쌓인 마인드 접속기가 자리하고 있다.1)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2019. 223쪽.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중단편 부분 대상을 받은 김초엽 작가의 『관내분실』은 어느 미래의 도서관을 소재로 한다. 소설 속의 도서관에는 책 대신 죽은 사람의 정신을 가상화한 ‘마인드’가 저장된다. 전시에 적합하며 소장 가치가 있는 일부 책은 박물관에 옮겨지고 나머지는 모두 전산화되는 대신 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 ‘마인드’가 도서관을 채운다. 책이 없는 도서관을 상상하기 어려운 우리에게 김초엽 작가는 도서관의 원형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도서관에 책을 대신해 무엇을 놓을 수 있을까? 도서관의 원형을 찾는다면 도서관의 미래 뿐만 아니라 나아가 책의 미래, 정보의 미래, 기록의 미래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 없는 도서관
책이 있기 전에, 그러니까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 사람들은 장터나 광장에서 떠도는 이야기 속에서 정보를 얻었다.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당시 풀어야 할 숙제였을 것이다. 탐문을 거듭한 끝에 얻은 정보는 다시금 진위를 살펴야 했고 그렇게 걸러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꾸로 책이 보급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상상하면 책은 위대한 정보 매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동안 활자를 독점하던 종이책은 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쏟아져 나온 다양한 디지털기기들에 밀려났다. 약 2,000년 동안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꼽히던 책의 위상은 기껏해야 100년도 되지 않은 인터넷과 통신 기술의 발달로 위기를 맞았다. 아니, 이미 책은 정보를 대표할 수 없게 되었고 도서관 서고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위의 표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전국 도서관 현황 자료2)국가통계포털. 전국도서관현황.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13&tblId=DT_113_STBL_1028308. 2022-09-14 검색.를 바탕으로 전체 공공도서관의 시설면적과 좌석 수, 소장된 도서 수를 비교한 것이다.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이 시행된 2009년을 기준으로 도서관 시설의 변화 추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의 단위면적당 좌석 수는 2010년 이후 12.99% 감소한 반면, 도서의 수는 44.65% 감소했다. 최근 도서관에 자료 이용 공간 외 서비스 공간이 늘어난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도서관의 주인이 책에서 다른 무엇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책이 없는 도서관은 미래 어느 때를 상상할 필요 없이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하는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에서 권고하는 공공도서관의 공간별 면적 비율에서도 전통적인 서고가 급격히 축소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2,500m² 미만의 도시형 또는 도농복합형 공공도서관의 경우, 불과 3년 사이 자료 이용 공간의 면적이 5.4% 축소되었고 문화교육 목적의 강의실, 동아리실, 다목적 공간 비중이 5% 늘어났다. 책을 대신해 사람 간의 대면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 늘어난 것이다. 소설 『관내분실』에서 ‘마인드 접속기’가 죽은 사람과 대면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고 본다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도서관의 변화는 나날이 쇠퇴하는 책을 대신할 ‘마인드’를 찾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이 없는 도서관에 무엇을 담고 또 거기서 무엇을 얻게 될까? 이 질문은 곧,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란 무엇이며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미래가 아닌 과거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도서관’을 정의하기 위해 책이 발명되기 전, 풍문을 쫓고 도서관이 세워지기 전 광장을 떠돌았던 때로 말이다. 책을 의심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도서관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쓰는 책
책의 제작 및 배포 과정이 웹에서는 거꾸로 벌어질 때가 많다. 책의 서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생각해보고 그 순서가 어떻게 뒤집히는지 비교해보자. 마치 데칼코마니같이 웹은 책을 뒤집어 읽게한다. 영화 <줄리 & 줄리아 (Julie & Julia, 2009)>는 책과 웹의 데칼코마니를 보여준다.
영화는 줄리아 차일드와 줄리 파웰, 두 명의 실존 인물이 책을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줄리아 차일드는 1912년생으로 1961년 프랑스 요리 레시피를 담은 『프랑스 요리의 기술(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을 출간해 미국 가정에 프랑스 요리를 소개한 인물이다. 줄리 파웰은 1973년생으로 2005년 『Julie & Julia: 365 Days, 524 Recipes, 1 Tiny Apartment Kitchen』을 출간하고 이 책은 2009년 영화화된다. 영화는 60살이나 차이나는 두 사람의 삶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준다. 두 사람이 무척 비슷한 삶을산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프랑스 요리를 했고 책을 냈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를 더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줄리 파웰이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녀의 블로그 “The Julie/Julia Project”가 알려지면서다. 줄리는 2002년 8월 25일 일요일 저녁,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트를 올린다. 1년간 자신의 작은 아파트 주방에서 524개 프랑스 요리를 하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요리 일기를 포스팅하기 시작한다. 줄리 파웰의 블로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소하고 개인적인 일기는 호감을 얻어 유명해진다. 그리고 책이 나오고 영화까지 만들어진다. 줄리의 블로그를 본 사람들은 그녀의 일상을 응원한다. 줄리가 결심한것은 이미 40여 년 전 줄리아가 정리한 레시피를 재현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이미 블로그에 공개된 그녀의 일기가 다시 책으로 나오고 영화로 개봉될 수 있었던 것엔 어떤 비결이 숨어 있는 것일까?
줄리아 차일드의 책은 집필을 포함해 출판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 책이 완성되기까지 다시 쓰기를 반복했고 레시피를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도 거듭됐다.6)Insider. “15 things you probably didn’t know about Julia Child”. https://www.insider.com/julia-child-surprising-facts-2020-8.
다행히 책은 성공했고 방송에 출연해 인기를 얻게 된다. 줄리아가 책에 담으려고 했고 독자에게 전하려던 것은 일반 미국 가정에서도 할 수있는 프랑스 요리 레시피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책이 나왔고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줄리의 책과 비교하면 출판되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줄리는 이미 책을 내기도 전에 독자가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글에 호감을 보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블로그를 통해 알고 있었다. 줄리의 삶에 있어 커다란 변곡점이 된 블로그. 2002년 8월의 어느 일요일 저녁으로 돌아가 보자. 그녀는 자신이 책을 내리라고 예감했을까? 하지만 줄리아는 책을 내기로 하고 9년간 몰두했다. 만약 줄리아가 줄리의 시대를 살았다면 어땠을까? 거꾸로 줄리가 줄리아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책에 있는 글이 웹에도 있다. 둘은 비슷한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 쓰는 글과 웹에 쓰는 글은 전혀 다른 길을 간다. 대체로 웹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줄리의 블로그는 해당 블로그 서비스가 종료된 지금까지도 웹 아카이브에 저장되었다. 하지만 줄리아의 책이 나오기까지 9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한다. 역사적인 사건만 기록되는 것일까? 살아남은 기록이 역사가 되는 것일까? 책과 웹은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거울의 반대편에 서 있다.
책에는 정제된 정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다. 나아가 책이 곧 정보라고 믿기 쉽다. 이는 지난 2,000년간 자연스럽게 정착된 믿음이다.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통이다. 우리가 정보라 믿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인 가? 도대체 정보란 무엇인가?
데이터와 정보
흔히 데이터와 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가 곧 정보이고 정보가 데이터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정의하면, ‘어떤 데이터(자료)를 의도나 목적에 맞게 분석 혹은 가공하여 그 의미를 표현한 것’이 정보이며, 데이터는 거꾸로 ‘어떤 의미나 목적을 포함하지 않고 단순 수집된 원자료’를 말한다.7)김현철. 『정보적 사고에서 인공 지능까지』. 한빛아카데미. 2019. 36쪽 쉽게 구분하자면 컴퓨터가 연산할 수 있게 입력하는 소스는데이터,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말, 문자, 이미지, 소리, 동작들은 모두 정보에 속한다.8)같은 책. 38쪽. 사전적인 의미로만 보면 정보는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정보’라고 일컫는 것은 단순한 사실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컴퓨터가 0과 1의 2진수로 연산해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을 ‘정보화’라고 한다면 인간에게 그 과정은 큰 의미가 없다. 인간 세계에서는 사실과 사실을 입체적으로 연결하고 그사이의 관계를 독창적으로 해석할 때 비로소정보로서 가치 있다고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우리가 데이터와 정보를 혼동하는 이유는 정보를 기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느냐, 인간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종종 이슈가 되는 학계의 논문 표절 의혹이나 언론의 일명 ‘따옴표 저널리즘’은 전통적으로 믿어온 정보의 가치와 신뢰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사를 쓰는 주체는 기자이지 취재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발화자의 발언은 기 자에 의한 사실 확인이 필요한 주장에 불과하다. 혹여 ‘누군가가 그러한 주장을 했 다는 사실’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발언에 따옴표를 붙여 보도해주기 위해서는 기자와 데스크에 의한 고민과 판단이 요구된다. (중략) 이와 같은 고민을 거치지 않 은 따옴표 속 발화는, 사실과 주장을 분별하고, 세상의 정보에 뉴스 가치를 부여하 여, 사회적으로 상관성 높은 정보를 전달하는 저널리즘 행위의 결과물이 아니다.9)방송기자. 2019-03. [따옴표 저널리즘의 딜레마 ②] 관행이란 이름의 범속함, 그 악의 평범성
언론학자이며 미디어 비평가인 정준희 교수는 언론의 관행적인 글쓰기를 비판하면서 기자와 데스크가 고민하고 판단한 결과가 곧 뉴스(정보)의 가치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정보의 가치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사실 그 자체도 정보이지만 그사이의 역학 관계를 밝히거나 해석에 도움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정보다. 다만,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쉽게 사실을 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일에 가까워졌다. 따라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입체적인 사고는 단순한 사실 전달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기술의 발달은 무분별한 인용, 표절이 범람하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더불어 인간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정보란 무엇일까?
각주
| 1. | ↑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2019. 223쪽. |
| 2. | ↑ | 국가통계포털. 전국도서관현황.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13&tblId=DT_113_STBL_1028308. 2022-09-14 검색. |
| 3. | ↑ |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박물관정책기획단.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 2016 |
| 4. | ↑ |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책기획단.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 2019. |
| 5. | ↑ | Internet Archive. https://web.archive.org/web/20060206112113/http://blogs.salon. com/0001399/2002/08/25.html |
| 6. | ↑ | Insider. “15 things you probably didn’t know about Julia Child”. https://www.insider.com/julia-child-surprising-facts-2020-8. |
| 7. | ↑ | 김현철. 『정보적 사고에서 인공 지능까지』. 한빛아카데미. 2019. 36쪽 |
| 8. | ↑ | 같은 책. 38쪽. |
| 9. | ↑ | 방송기자. 2019-03. [따옴표 저널리즘의 딜레마 ②] 관행이란 이름의 범속함, 그 악의 평범성 |

1886년 영국의 무역업자 찰스 부스(Charles Booth)는 런던 이스트 앤드(East End) 지역의 사회적 특성을 보여주는 런던 빈곤 지도(London Poverty Map)를 발표했다. 대서양 너머 아메리카 대륙과의 해양운송업을 통해 돈을 번 찰스 부스는 자신이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던 시민들의 삶과 영국 정부가 발표한 빈곤 관련 데이터의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고 1885년부터 연구자들을 직접 고용해서 런던의 지역별 조사를 시작했다. 수차례의 현장조사와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찰스 부스는 이스트 앤드 지역주민들의 소득, 종교, 주거 형태 등을 7개의 색깔로 구분해서 지도 위에 나타낸 뒤, 정부가 발표했던 25%보다 훨씬 더 높은 35%의 주민들이 빈곤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찰스 부스는 몇 차례에 걸쳐 런던의 다른 지역을 조사해서 지도로 발표한 뒤, 1903년에 그동안의 내용을 총정리한 “Inquiry into Life and Labour in London”책을 발표한다.
찰스 부스가 작성한 런던 빈곤 지도는 19세기 런던 시민들의 처참한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이후 영국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한다. 가가호호를 실제로 방문해서 얻은 자료와 그 결과물인 빈곤 지도는 산업혁명의 시초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하던 런던의 화려한 커튼 뒤에 숨겨졌던 노동자들의 현실과 빈곤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런던이라는 도시 안에서 부유한 계층이 모여 사는 지역과 빈곤층이 모여 사는 지역의 소득수준 및 생활환경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으며, 그 공간적 불평등이 런던의 북쪽 지역-남쪽 지역처럼 큰 공간적 단위로 나타날 뿐 아니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시적으로도 발생하고 있음을 지도를 통해서 명확하게 증명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단지 현실을 공간적으로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았다. 4인 가족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10~20실링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빈곤선(Poverty Line)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어져 영국 사회복지 정책의 발전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의 런던을 탐구하던 찰스 부스의 지도가 발표된 지도 130여 년이 지나고 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도 여러 차례의 정치적-산업적 전환점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경제 국가로 발돋움했다. 정치적 발전, 경제적 성장, 기술의 발전 속에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21세기 한국의 도시에서는 어떤 불평등이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도시는 21세기 세계 인류의 중심지로서 성장하고 있다. UN Economic and Social Affairs에 따르면 2008년 도시인구는(urban)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비도시지역의(rural) 인구를 넘어서서 인류의 가장 중요한 생활의 장으로 성장했다. 2021년 세계 인구의 56%가 도시지역에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68%까지 늘어나서 97억 명이 도시에서 살아가게 된다.2)UN Economic and Social Affairs.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 Summary of Results. 2022. https://www.un.org/development/desa/pd/sites/www.un.org.development.desa.pd/files/undesa_pd_2022_wpp_key-messages.pdf. 2022-07-11 검색. 2차 세계대전 이후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도시지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확대되며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도시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화와 도시의 성장이 모든 도시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구 집중에 따른 인구밀도 증가, 소득수준의 불균형, 공공서비스의 효과적인 공급 등의 문제가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도시에서 지리적 환경, 구성원들의 소득수준, 자원 배분의 차이 등으로 인해 불평등이 존재해왔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도시인구 증가는 더 큰 도시 불평등을 유발해서 경제성장의 감소, 사회 불안정 증가,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의 저하로 이어졌다.
세계의 도시학자들은 도시에서 증가하고 있는 도시 불평등에 주목하며, 구체적인 조사와 정책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Florida)는 도시 불평등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로서, 도시 내 고부가가치 산업이 증가하고, 자본흐름이 커지면서 계층 간 임금 불평등이 커지고, 중산층의 몰락, 계층별 거주지역의 분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주장한다.3)리차드 플로리다. 안종희 역.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2018. 매경출판; Florida, Richard. The New Urban Crisis: How Our Cities Are Increasing Inequality, Deepening Segregation, and Failing the Middle Class-and What We Can Do About It. Blackstone Audiobooks. 2017. 특히, 코로나로 인한 저금리와 유동성 증가는 부동산 보유 가치 상향으로 이어졌고, 또 다른 부의 편중현상과 사회불안정이 조성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문제는 도시 내 불평등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격차도 심화시켜 도시 간 불평등으로 귀결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도시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도시화율은 2021년 기준 도시지역 인구 비율 기준 91.37%로,4)통계청 e나라지표. 도시일반현황.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00. 2022-08-27 검색.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화가 진행된 국가 중 하나이다. 높아지는 도시 비율과 함께, 대한민국의 도시 간 불평등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2천6백만 명이 거주해서, 전체 인구의 50.3%가 집중된 특성을 나타낸다.5)통계청 e나라지표. 지역별 인구 및 인구밀도.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07. 2022-08-27 검색. 특히, 2016년 이후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수도권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구의 증가는 곧 경쟁력을 의미한다. 서울-경기-인천에는 좋은 직장들이 몰려있어서 지방의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기업들도 많은 대학과 인재가 집중된 수도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수도권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00년 46.6%에서 2019년 50.4%로 증가했으며, 지역내총생산 (GRDP)은 2012년 국내총생산의 49%에서 2020년 53%로 커졌다.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10 정도밖에 안되는 수도권에 국가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경제력은 절반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편중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의 균형적인 성장을 위해 행정복합도시의 조성, 혁신도시 조성, 공기업 지방 이전 등 수 많은 균형발전 정책이 기획되고 추진되었지만, 수도권의 독점적 지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도시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인구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2020년 약 5천1백8십3만 명에서 2021년 5천1백7십4만 명으로 처음으로 감소했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은 인구감소가 머지않아 시작될 것이라는 어두운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었지만, 그시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왔다. 불과 5년 전인 2017년에는 총인구 감소가 2032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며, 이때부터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제외하고 인구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국토계획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6)이용우. “도시의 여건변화와 정책방향”. 국토, 제423호. 2017 그러나, 대한민국의 순인구 감소는 예상보다 빠른 2021년부터 시작돼서, 2020년 대비 내국인 4만5천 명, 외국인 4만6천 명, 총 9만천 명이 감소하는 인구감소 시대로 진입했다.7)통계청. 2021 인구주택 총조사. 2021.
인구의 감소는 곧 지방 도시의 위기이다. 전체 인구가 늘어나는 시기에도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이 문제였지만,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지역의 인구집중은 지방 도시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다. 만 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로 계산하는 인구소멸위험지수를 통해 살펴보면, 전국의 229개 시군구 단위에서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2017년 85개에서 2021년 108개로 증가했다.8)하혜영·김예성.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현황과 향후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2021 강원도 지자체 18곳 중에서 16곳(88.9%), 경북 지자체 23곳 중에서 19곳(82.6%) 등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지방 대도시의 인구감소도 시작되었다. 부산시의 경우, 2010년 약 360만 명이었던 인구가 2020년 336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2050년에는 251만 명까지 감소할 예정이다.9)부산광역시. 2022-07-08. 2022년 7월 부산 인구정책 브리핑. https://www.busan.go.kr/briefing/1533694?curPage=&srchBeginDt=2021-09-26&srchEndDt=2022-09-26&srchKey=&srchText=. 2022-09-22 검색. 부산 영도구는 지난 10년 동안 인구의 약 20%가 감소하며, 노인 인구의 증가, 생산가능 인구 감소, 경제적 역량 저하, 빈집의 증가, 도시환경의 쇠퇴, 기존 인구의 이탈 현상이 이어진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정책적 대응이 있었지만, 영도구의 쇠퇴를 막지 못했다.10)이상호·서룡·박선미·황규성·김필.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례와 모델』. 한국고용정보원. 2021. 농어촌 지역에서 시작된 인구감소가 지방 대도시로 이어졌으며, 수도권 인구감소도 곧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11)한국고용정보원 지역 일자리팀 보도자료. 2022-04-29. 22년 3월,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은 소멸위험지역.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3488. 2022-07-12 검색. 저출산 대응정책을 위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에서는 225조 3천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12)한국일보. 2020-11-26. 15년간 225조원 들였는데 출산율은 0.84명… ‘직접 지원’이 없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12510550002700. 2022-08-25 검색.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에서는 연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용하지만 지방의 위기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도시 인구의 불평등이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의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각주
| 1. | ↑ | LSE Library. https://www.lse.ac.uk/library/collection-highlights/charles-booth. 2022-07-11 검색. |
| 2. | ↑ | UN Economic and Social Affairs.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 Summary of Results. 2022. https://www.un.org/development/desa/pd/sites/www.un.org.development.desa.pd/files/undesa_pd_2022_wpp_key-messages.pdf. 2022-07-11 검색. |
| 3. | ↑ | 리차드 플로리다. 안종희 역.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2018. 매경출판; Florida, Richard. The New Urban Crisis: How Our Cities Are Increasing Inequality, Deepening Segregation, and Failing the Middle Class-and What We Can Do About It. Blackstone Audiobooks. 2017. |
| 4. | ↑ | 통계청 e나라지표. 도시일반현황.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00. 2022-08-27 검색. |
| 5. | ↑ | 통계청 e나라지표. 지역별 인구 및 인구밀도.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07. 2022-08-27 검색. |
| 6. | ↑ | 이용우. “도시의 여건변화와 정책방향”. 국토, 제423호. 2017 |
| 7. | ↑ | 통계청. 2021 인구주택 총조사. 2021. |
| 8. | ↑ | 하혜영·김예성.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현황과 향후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2021 |
| 9. | ↑ | 부산광역시. 2022-07-08. 2022년 7월 부산 인구정책 브리핑. https://www.busan.go.kr/briefing/1533694?curPage=&srchBeginDt=2021-09-26&srchEndDt=2022-09-26&srchKey=&srchText=. 2022-09-22 검색. |
| 10. | ↑ | 이상호·서룡·박선미·황규성·김필.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례와 모델』. 한국고용정보원. 2021. |
| 11. | ↑ | 한국고용정보원 지역 일자리팀 보도자료. 2022-04-29. 22년 3월,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은 소멸위험지역.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3488. 2022-07-12 검색. |
| 12. | ↑ | 한국일보. 2020-11-26. 15년간 225조원 들였는데 출산율은 0.84명… ‘직접 지원’이 없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12510550002700. 2022-08-25 검색. |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선
기후위기는 이미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가장 심각한 문제로 다가와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다소의 불편함이나 소수의 취약계층만이 겪는,나와는 관계없는 그런 먼 이야기가 아닌 모든 생명체가 존재 자체의 위협을 느껴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문제의 해결을위해 어느 한 명이나 한 집단 또는 몇몇 국가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들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동체가 합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합심해야 할 공동체가 지구의 온 인류이기에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공유지의 비극이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된 상황이지만, 정작 우리 개개인의 행동양식은 아직 우리의 공유지가 모든 안일함을 받아줄 만큼 넉넉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2022년 지금도 우리는 기후위기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최근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2021)1)IPCC.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 Summary for Policymakers. 2021. p.14.에 담긴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다양한 증거에 기초한 시나리오에서 인류가 중간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고 해도 21세기 동안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2℃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이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분을 1.5℃ 이내로 억제하고자 하는 인류의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과학적 실천 전략의 적극 이행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아무런 실효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자연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을 활용하기 위한 접근은 심각하리만큼 후진적이다.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수 있는 데다 실질적으로 현재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임이 분명함에도 우리의 관심 밖에 있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너무나 1차원적이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우리의 인식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의례적 방법은 먼저, 문제해결을 위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해당 예산을 빠르게 집행하는 것이다. 고난도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의 확보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인식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모든 분야가 동일시되는데, 어떠한 문제 발생 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특히 그 수장은 ‘무능’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반면 문제 해결과는 전혀 무관하며, 되려 문제를 더욱 키우는 방법이라 하더라도 예산을 확보하게 되면 ‘유능’해진다. 결국, 예산과 인력을 통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이를 악용해 사업을 위한 예산의 집행이 이루어진다. 문제의 해결은커녕 더 큰 위기로 나아가는 지렛대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만성적 돈 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언뜻 간단하고, 해결도 쉬울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특성상 좀체 해결이 어려운, 고착화된 시스템적 문제이다. 선거라는 제도와 자본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기반이 되는 견고한 사회시스템이 낳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더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하길 바라고, 마치 이것이 지역의 발전 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포장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능력은 예산을 확보한, 확보에 기여한 양에 비례한다. 절약이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고 분명 모두에게 긍정적이며 효과적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난제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와 선거제도는 절약과는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분명 기후위기의 완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어야만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비용의 투입이 효과적인 것은 아님을 인식해야만 할 때이다. 특히, 자연과 연결된 해법들은 비용이 투입되면 될수록 그 역할이 증대되기는커녕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많음을 인식하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보다 현명한, 새로운 시선으로의 접근이 요구된다. 재난으로 보이는 산불 또한 마찬가지이다.
산불 이후 벌어진 일
2022년 3월, 서울 면적의 3분의 1이라는 어마한 면적의 숲을 태운 산불이 발생했다. 울진의 초대형 산불 외에도 봄철 건조와 맞물려 대형산불이 전국 곳곳에서 국민을 위협했다. 이런 대형산불들이 발생하자마자 모든 언론이 기후위기에 의한 재난이라 앞다투어 방송과 기사를 송출했고, 시급히해결해야 할 방법들을 산림청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제시했다. 산불이 발생한 지자체는 대형산불을 국가재난으로 인식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청하기 바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이 지자체로 들어오게 노력했지만 정작 그 돈이 합리적으로 쓰이게 될지는 관심 밖이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살펴봐야만 하는 것은, 만약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된 후 투입되는, 공적자금으로 진행하는 문제 해결 방법이 과연 적정한가에 대한 물음이다.
먼저, 국가재난으로 규정된 산불의 올바른 대책을 위해서는 작은 불이 왜 크게 확산되었는가를 살펴보는데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한 규명이되지 않는다면 대책은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산불확산의 분석은 어느 정도 시간을 요할까? 간단한 화재 사고의 분석을 위해서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만약 화재가 주변으로 확산되었다면 그 원인의 분석은 매우 복잡해진다. 서울시 면적의 1/3이나 태울 만큼 거대한 불이었고 무려 9일간이나 태운 불의 원인분석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시간을 들인과학적 검토가 필요함은 자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역사상최악 산불에 대한 대응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다. 산불이 꺼진 지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복구 비용으로만 무려 4,170억 원이 책정·투입되었다. 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어떤 과학적 근거로 투입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분석이 없으니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명백한 것은 대부분 비용이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지원되지 않고 산림의 복구를 위해 사용된다는것이다. 그러나 복구가 되는지는 의문투성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숲의 건조화가 문제라고 원인을 진단했으니, 원인의 해소를 위해 이 막대한 자금은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에 투입될까? 이러한 물음에 따라 대책을 살펴보면, 진단과 대책이 전혀 일관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단지 피해를 입은 특정 지자체에 막대한 중앙정부의 세금이 투입되었다는 사실 밖에는 없다. 몇 가지 구체적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심각해지고 있는가?
거의 모든 언론이 과학적 분석보다는 산불을 주관하는 산림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대형산불의 원인을 기후변화와 연결하였다. 보다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검증이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 언어로 접근함으로써 대안이 없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형산불을 기후변화 때문으로 치부하는 순간,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일이거의 없어지고 앞으로의 산불도 재난으로 받아들일 일만 남기 때문이다. 모두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이번 울진산불에 놀라던 시점에 시의적절한 연구 결과가 한 편 발표되었다. 울진산불이 한창이던 2022년 3월, 전 세계 산불위험정도를 분석하고미래 산불위험도를 예측한 한 편의 논문(Senande-Rivera et al, 2022)2)Senande-Rivera, M., Insua-Costa, D. & Miguez-Macho, G. “Spatial and temporal expansion of global wildland fire activity in response to climate change”. Nature Communications, 13, 1208. 2022. https://doi.org/10.1038/s41467-022-28835-2이 그것이다. 지구 전체의 산불 상황에 대한 연구 결과로 우리나라와 지구 다른곳과의 산불위험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현재 산불위험정도는 지구 전체와 비교했을 때 어느정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가를 봐야만 한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현재 전 세계에서 산불에 가장 안전한 나라로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더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질 먼 미래에도 전 세계에서 산불위험정도가 낮은, 산불에 안전한 지역으로 분석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일반적 인식이나, 우리나라 산불의 확대 경향과는 달리 과학적 분석데이터는 산불에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어놓는 것인가라는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기후대에 의한 산림발달 특성에 기인한 결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물이 생장을 멈추고 휴지기에 들어가는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고, 반대로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인 여름철에는 강수량이 많은 특징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잎이 큰 활엽수가 번성하게 된다. 이들 활엽수 대부분은 겨울철에는 추위에 의해 잎이 떨어지는 낙엽수들이다. 결국 비가 많은 여름철에는 왕성하게 잎에서 광합성을 하게 되고 가뭄이 드는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게 되어, 마른 잎을 달고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산불에서 자유롭게 된다. 이러한 기후대적 특징으로 발달하는 숲의 구조로 인해 우리나라 산불위험은 극히 낮아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활엽수림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게 되어 산불위험도는 낮아져야만 한다.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지역이나 호주 중북부, 유럽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을 포함한 대형산불 발생지역은 대부분 우리와는 달리 식물이 활발하게 자라는 여름철이 건조하다. 온도가 높아 식물이 수분을 증발시켜 왕성하게 광합성을 해야 하는 시기에 정작 물이 없는 것이다. 이 차이는 산불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차이인데, 식물이 뜨거운 여름에 왕성한 증산작용을 하기는커녕 건조한 여름을견디기 위해,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이들 지역에서는 잎과 줄기에 기름 성분을 둘러 잎에서의 증발을 막을 수 있는 식물들만 자라게 된다. 가뜩이나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인데, 식물까지 기름을 둘렀으니, 산불에 매우 취약한 숲으로 발달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광합성을 활발히 하는 시기에 많은 비가 오기 때문에 증발산을 막을 필요가 없는 식물들이 잘 자란다. 산불에 안전한 가장 큰 이유이다. 즉,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숲을 구성하는 식물종이 차이를 보이게 되고, 그 차이가 산불 위험성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이야기하지 않은 채, 단순히 다른 나라의 산불이 크게 발생했기에 우리도 커진다는 논리를 펴 왔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흐름은 여름철에는 더욱 많은 비가 내리고, 반대로 겨울철에는 가뭄이 강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즉, 식물의 생장기간 동안 비가 더 내리게 되어 몸에 기름 성분을 두른 침엽수림의 생육에는 더욱 부정적인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숲이 산불에 안전한 활엽수 숲으로 더욱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오히려 기후변화 때문에 산불위험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불의 감소 현상은 우리와 기후변화의 형태가 가장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접 국가인 일본과 중국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일본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일본 전역 산불 발생 건수는 1975년에는 연간 무려 8,000건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 건수가 꾸준하게 줄어들었고, 2015년 이후에는 연간 1,000건 남짓 발생하고 있다.이 기간 동안 무려 80%가 넘게 줄어든 것이다. 중국도 이러한 변화패턴은 다르지 않다. 2003~2016년의 최근 14년 간 중국의 산불 피해 면적 추이를 분석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Wei et al, 2020)5)Wei, X., Wang, G., Chen, T., Hagan, D.F.T. & Ullah, W. “A Spatio-Temporal Analysis of Active Fires over China during 2003–2016”. Remote Sensing, 12, 1787. 2020. https:// doi.org/10.3390/rs12111787 중국 전역에서 산불로 인한피해 면적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었는데, 추세선에 의하면 16년간 무려 35% 가까이 산불 피해 면적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패턴을보여야 하는 곳은 인접 국가인 일본과 중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불이 대형화되고 잦아지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산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는 우리나라의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며,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산림관리의 방법에서 찾아야 하는근거로 충분하다. 우리나라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면 일본과 중국에는 오지 않는 기후변화가 우리나라에만 유독 심해진다는 황당한 주장을 믿을 수 있어야만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때문이라 주장한다면 우리나라 정부의 산림관리시스템은 정말 최악이라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답이건, 산불억제를 위한 답은 멀리 호주나 미국에서가 아니라, 바로 인접한 일본과 중국을 비교하여 찾아야만 한다.
각주
| 1. | ↑ | IPCC.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 Summary for Policymakers. 2021. p.14. |
| 2. | ↑ | Senande-Rivera, M., Insua-Costa, D. & Miguez-Macho, G. “Spatial and temporal expansion of global wildland fire activity in response to climate change”. Nature Communications, 13, 1208. 2022. https://doi.org/10.1038/s41467-022-28835-2 |
| 3, 4. | ↑ | 같은 논문. 5쪽. |
| 5. | ↑ | Wei, X., Wang, G., Chen, T., Hagan, D.F.T. & Ullah, W. “A Spatio-Temporal Analysis of Active Fires over China during 2003–2016”. Remote Sensing, 12, 1787. 2020. https:// doi.org/10.3390/rs12111787 |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은 서로 본질적으로 연결된 불가분의 관계이다. 기후변화는 가뭄, 홍수, 산불을 통해 자연의 파괴를 가속화하고, 자연의 손실과 지속 불가능한 이용은 결국 다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정책은 상호 간 고려를 통해 상충 문제를 줄이고 공동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의 일 환으로 생태기능과 생태계서비스를 이용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인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s, 이하 NbS)이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학회 등을 중심으로 ‘자연기반해법’이란 키워드가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대두되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의 시행으로 지자체에서도 조례를 제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탄소흡수원 증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산림을 탄소흡수원으로 이용하자는 주장에 탄소환원주의, 단순림 조성, 생태계 교란 등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자연기반해법의 정의
NbS는 지난 수년간 국제적으로 기후와 생물다양성 논의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NbS라는 용어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며,1)Blesh, J.M. and Barrett, G.W. “Farmers’ attitudes regarding agrolandscape ecology: A regional comparison”. Journal of Sustainable Agriculture, 28. 3. 2006. pp.121-143 세계은행보고서(2008)2)World Bank. Biodiversity, climate change, and adaptation : Nature-based Solutions from the World Bank portfolio. World Bank. 2008에서 공식적으로 개념이 소개된 후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이하 IUCN)이 기후완화와 적응을 위한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구체화하면서 발전되었다. 아직 국제사회가 NbS에 대해 공동으로 합의한 정의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IUCN과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정의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IUCN(2016)3)Cohen-Shacham, E. et al.(eds.). Nature-based Solutions to address global societal challenges. IUCN, 2016. p.3.은 NbS를 “인류의 복지와 생물다양성 편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효과적이고 순응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자연 본연 또는 변형된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을 하는 행동들”로 정의한다. IUCN은 NbS 개념을 통해 인간이 자연 혜택의 수동적 수혜자일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자연 생태계를 사전에 보호·관리하고 복원할 수도 있으며 주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중요한 관점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IUCN의 NbS 개념은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보호지역, 식량 및 물 안보, 재난위험 저감, 기후변화 완화 또는 적응 등의 사회적·환경적 과제를 해결하는 ‘생태공학’, ‘생태복원’, ‘생태계 기반 적응’,‘생태계 기반 재난위험 저감’ 등 기존의 유사한 접근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발전했다.4)Cohen-Shacham, E. et al. “Core principles for successfully implementing and upscaling Nature-based Solutions”.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icy, 98. 2019. p.21. EU(2015)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자연이 뒷받침하는 동시에 환경·사회·경제적 편익을 제공하며 복원력 구축을 돕는 비용 효율적인 해결방안”이라 정의한다.5)European Commission. Towards an EU research and innovation policy agenda. for Nature-Based Solutions & Re-Naturing Cities. 2015.
국제기구·협약 아젠다에 반영
NbS는 최근 국제기구·협약 등의 아젠다에 주요하게 반영되고 있다.6)국립생태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연기반해법(NbS)의 국제논의 동향과 시사점』. NIE Issue report. 2021. 4쪽 NbS가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9개 핵심 행동트랙 중 하나로 포함되었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UNFCCC) 25~26차 당사국 총회에서 논의되었고, 유엔개발계획(United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한 저비용 장기 해결방안으로 제시되어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2030 EU 생물다양성 전략에는 기후행동 예산의 25%를 사용하고, 30억그루 나무심기 사업이 반영되었다. 유럽위원회(EU Commission)는 NbS 개념 도시 녹지기반에 더 초점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은 기후변화 완화, 적응, 재해 리스크 감소에 NbS와 생태계 기반 접근법의 기여를 증대하고 있다.
NbS는 탄소중립 달성의 중요한 수단
2019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는 NbS가 기후행동을 위한 효과적이고 장기적이며 비용 효율적으로 전 세계에 확장 가능한 접근법으로, 연간 12기가톤의 온실가스를 제거하여 2.3조 달러 규모의 생산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필수적인 생태계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하였다.7)https://www.connect4climate.org/article/nature-based-solutions-harmony-with-planet 즉 NbS는 탄소중립(Net-zero)*달성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파리협정은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흡수원과 저장원의 보전·확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전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제5조2항은“산림황폐화와 훼손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의 저감, 개발도상국의 산림 탄소저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정책접근과 인센티브 부여”를 명시하고 있다.8)환경부. 『교토의정서 이후 신 기후체제 파리협정 길라잡이』. 2016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각국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 168개 중 131개(78%)가 NbS를 기후완화 또는 적응계획의 중요 이행수단으로 포함하였다. 이 중 77개국은NDC에 NbS를 기후적응과 완화요소 양쪽에 모두 포함하였고,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을 심각하게 받는 빈곤국들은 효율적 적응계획으로서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적응수단인 NbS를 NDC에 대부분 채택하였다.9)Seddon, N. et al. “Global recognition of the importance of nature-based solutions to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Global Sustainability, 3. e15. 2020. p.1.
국내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NbS 도입
한국 정부도 탄소중립을 목표로 NDC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NbS를 도입하였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의 ‘2030 NDC 40%’는 산림 등 탄소흡수원 2,670만 톤, 국외감축 3,350만 톤,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1,030만 톤을 활용해 2030년 탄소 총배출량의약 14%, 7,050만 톤가량 온실가스 흡수 및 제거를 목표로 설정하였다.10)2050 탄소중립위원회 보도자료. 2021-10-18.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22-23쪽. 그러나 이는 NbS를 통한 탄소흡수 계획보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인CCUS에 더 의존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CCUS는 A안5,510만 톤, B안 8,460만 톤이나 된다.11)2050 탄소중립위원회 보도자료. 2021-10-18.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19-20쪽. 이 목표는 한편으로 상용화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CCUS의 불확실한 계획, 한국의 기후위기 책임을 국경 밖으로 투기하는 국외감축의 책임 떠넘기기, 무리한 탄소흡수 목표로 생물다양성을 파괴한다며 시민사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12)기후위기비상행동 기자회견문. 2021-10-18. 기후악당임을 자인한 2030 감축목표와 2050시나리오를 전면 재수립하라. NbS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의 중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기에, 환경부와 주요 NGO는 이를 자연보전 분야의 정책적 주류화 수단으로 삼고 관련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명수정과 오일찬(2021)은 지자체 환경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면담 결과, NbS가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기후변화 적응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여 향후 지자체가 NbS 정책을 긍정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13)명수정·오일찬. 『환경위기 대응을 위한 자연기반해법(NbS) 연구』. 한국환경연구원. 2021. 58-65쪽. 산림청과 임업단체는 탄소흡수원 정책을 임업의 육성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정책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은 탄소중립 해법 중 가장 값싸고 쉬운 방법으로써 NbS를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대한 상쇄·회피 수단으로 여기며,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강조에도 활용하고 있다. 금융 투자자 분야에서도 NbS를 둘러싼 탄소시장, 민간부문 확대, 이윤 창출에 관한 관심을 두고있다.

NbS에 대한 비판
NbS의 정의와 원칙, 방법론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아직 부족하다. 어떤 프로젝트가 NbS에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 그 기준과 범위는 무엇인 지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없기에, NbS를 표방하는 여러 프로젝트 운영에 명확성이 없다고 지적받고 있다.15)Barbara Sowińska-Świerkosz, JoanGarcía. “What are Nature-based solutions (NBS)? Setting core ideas for concept clarification”. Nature-Based Solutions, 2. 2022. pp.1-2. 2021년 10월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NbS의 허구성과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는 보고서16)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 Nature Based Solutions: a wolf in sheep’s clothing, 2021.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NbS에 관한 정의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생태계 회복에 꼭 필요한 이탄지 복원에서 해로운 관행으로 이루어지는 단일종 식재나 산업형 농업까지 대부분의 자연환경보전 및 개발 관련 사업이 NbS란 개념으로 아우를 수 있기에, NbS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마치 과학이나 기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해 대단히 쉬운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후정의 관점 중요
기후정의(Climate justice)는 일반적으로 윤리적인 문제로 기후변화를 바라보고,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정의의 개념, 특히 사회정의 및 환경정의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여기에는 평등, 인권, 집단적 권리 및 기후변화에 관련된 역사적 책임 등과 같은 문제들이 검토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작은 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기후정의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17)http://en.wikipedia.org/wiki/Climate_justice 환경정의론의 맥락 속에서 기후정의를 보면 분배적 정의(Distributivejustice),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 생산적 정의(Production justice), 인정적 정의(Recognition justice)로 구성된다.18)한상운·조공장·김도균·진대용·정행운·강선우·김민정·반영운·신승철·정주철·한재각·홍덕화·황인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정책 개선방안 연구(Ⅰ)』. 한국환경연구원. 2019. 19-21쪽. 인정적 정의는 사회와 생태계뿐만 아니라 타자의 문화에 대한 상호 인정의 관계까지를 포함하여, 자연에 대한 도구적 가치가 아닌 내재적 가치를 강조하며 생태계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타자(소수자)의 문화를 인정 혹은 승인할 것을 요청한다.19)최병두. 『비판적 생태학과 환경정의』. 한울. 2010. 인정적 기후정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인간만이 아니라비인간생물들도 피해자로서 기후정의의 범주 안에 위치할 수 있다. 거대한기후변화로 인해 멸종되는 생물들에 대한 보전과 보호 또한 기후변화 적응정책에 포용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파괴혹은 변형되어가는 생태계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소수자 문화에 대한 승인까지를 포함한다. NbS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있는지는 기후정의에 부합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각주
| 1. | ↑ | Blesh, J.M. and Barrett, G.W. “Farmers’ attitudes regarding agrolandscape ecology: A regional comparison”. Journal of Sustainable Agriculture, 28. 3. 2006. pp.121-143 |
| 2. | ↑ | World Bank. Biodiversity, climate change, and adaptation : Nature-based Solutions from the World Bank portfolio. World Bank. 2008 |
| 3. | ↑ | Cohen-Shacham, E. et al.(eds.). Nature-based Solutions to address global societal challenges. IUCN, 2016. p.3. |
| 4. | ↑ | Cohen-Shacham, E. et al. “Core principles for successfully implementing and upscaling Nature-based Solutions”.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icy, 98. 2019. p.21. |
| 5. | ↑ | European Commission. Towards an EU research and innovation policy agenda. for Nature-Based Solutions & Re-Naturing Cities. 2015. |
| 6. | ↑ | 국립생태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연기반해법(NbS)의 국제논의 동향과 시사점』. NIE Issue report. 2021. 4쪽 |
| 7. | ↑ | https://www.connect4climate.org/article/nature-based-solutions-harmony-with-planet |
| 8. | ↑ | 환경부. 『교토의정서 이후 신 기후체제 파리협정 길라잡이』. 2016 |
| 9. | ↑ | Seddon, N. et al. “Global recognition of the importance of nature-based solutions to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Global Sustainability, 3. e15. 2020. p.1. |
| 10. | ↑ | 2050 탄소중립위원회 보도자료. 2021-10-18.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22-23쪽. |
| 11. | ↑ | 2050 탄소중립위원회 보도자료. 2021-10-18.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19-20쪽. |
| 12. | ↑ | 기후위기비상행동 기자회견문. 2021-10-18. 기후악당임을 자인한 2030 감축목표와 2050시나리오를 전면 재수립하라. |
| 13. | ↑ | 명수정·오일찬. 『환경위기 대응을 위한 자연기반해법(NbS) 연구』. 한국환경연구원. 2021. 58-65쪽. |
| 14. | ↑ | 2050 탄소중립위원회 보도자료. 2021-10-18.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4쪽 |
| 15. | ↑ | Barbara Sowińska-Świerkosz, JoanGarcía. “What are Nature-based solutions (NBS)? Setting core ideas for concept clarification”. Nature-Based Solutions, 2. 2022. pp.1-2. |
| 16. | ↑ | 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 Nature Based Solutions: a wolf in sheep’s clothing, 2021. |
| 17. | ↑ | http://en.wikipedia.org/wiki/Climate_justice |
| 18. | ↑ | 한상운·조공장·김도균·진대용·정행운·강선우·김민정·반영운·신승철·정주철·한재각·홍덕화·황인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정책 개선방안 연구(Ⅰ)』. 한국환경연구원. 2019. 19-21쪽. |
| 19. | ↑ | 최병두. 『비판적 생태학과 환경정의』. 한울. 2010. |
지난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에서는 지역 인구감소 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89개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여 고시하고, 다양한 행정 및 재정적 지원 계획과 지역 주도의 상향식인구활력계획을 발표하였다. 특히, 지역이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하여 올해부터 10년간 연 1조원을 지원하는 재정적 계획 역시 밝힌 바 있다. 사실 지방소멸로 칭해지는 지역 문제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방 도시의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유출 및 인구와 지역쇠퇴, 저성장시대의 도래와 지역 격차와 같은 문제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문제이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도지속되어 왔다. 그러던 지난 2014년 일본 사회에서 지방소멸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일본의 주요 지역 정책의 전개로까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에 대해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들은 어디일까? 그러한 지역들의 지역 여건과 주민들의 삶의 질은 어떠한가? 또,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본고는 최근 많이 회자되는 지방소멸과 관련된 내용들을 다룬다. 우선 지방소멸이라는 용어에 대해 살펴본 뒤, 우리나라 지방소멸위기지역의 현황과 지역 여건 및 삶의질에 대해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도시 청년들에게 지역과 경험하면서 여가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는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가능성으로서 워케이션(Workation) 사례를 소개한다.
‘지방소멸’. 어딘가 다소 낯선 표현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 기사,TV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회자되어 독자들도 한두 번쯤 들어봤을 법한 용어일 것이다. 지역의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이 소멸될 것’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고, 공식적인 행정영역에서도 자리 잡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방소멸이라는 용어의 구체적인 정의 없이, 인구감소와 지역의 위기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더 자주 쓰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지방소멸에 대한 개념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고, 이 용어가 처음 활용되었던 일본에서의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소멸이란 본래 2014년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의 동명의 저서 『지방소멸』1)増田寛也. 『지방소멸: 인구감소로 연쇄붕괴하는 도시와 지방의 생존 전략』. 김정환(역). 와이즈베리. 2015; 地方消滅. 東京: 中央公論新社. 2014.을 통해 널리 확산된 용어로,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 도시에서대도시로의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의 인구는 감소하고 쇠퇴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지난 2014년 5월 일본의 민간 회의기구인 일본창성회의 산하 인구감소문제검토분과회에서는 장래 추계 인구를 바탕으로 ‘소멸 가능성 도시’에 대한 내용을 주요 골자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방활성화전략’(이하 마스다 보고서)을 발표하였다. 지방소멸론은 2013년 12월에 발간한 논문에 이미 제기되었으나, 동일한 내용을 담은 마스다 보고서가 화제가 된 것은‘소멸가능성’이 높은 지자체 리스트를 포함하여 발표했기 때문이다.2)이정환. “인구감소와 지속가능한 지방만들기-지방소멸(地方消滅)을 둘러싼 논점”. 일본공간, 21. 2017. 196쪽
일본창성회의의 발표 이후, 의장인 마스다 히로야는 관련 연구들과 논의를 바탕으로 지방소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담아 ‘지방소멸’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였다. 책에서는 2010~2015년의 추세와 같이 매년 6만~8만 명의 대도시권 유입이 지속된다면, 2040년경에는 20~30대 여성 인구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896개의 시구정촌(전체의 49.8%)은 ‘소멸’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일본사회에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아베 정부는 지방소멸의 대응책으로 정부조직의 개편과 지방창생 관련 조직들을 신설하고, 법률(마을·사람·일자리 창생법, 이하 지방창생법)을 제·개정하면서 지방창생 정책 시행의 기틀을 마련하였다.3)하혜영·김유정. “일본 지방창생 (地方創生) 정책의 의제형성과정과 정책결정내용에 대한 분석”. 의정논총, 11(2). 2016. 284-286쪽. 일본 사회는 인구감소,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고용과 지역경제 문제 등을 경험해왔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이 발표는 일본사회에 ‘지방소멸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방창생법은 일본의 인구 감소에대한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정부조직의 정비,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 등 유관기관들과의 공동의 노력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4)채우석. “일본의 지방창생법과 국토개혁”. 토지공법연구, 73(1). 2016. 119-120쪽.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에 발간한 저서인 『지방소멸』을 통해 널리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지방소멸이 어떠한 현상이라 하나의 문장으로 명확히 정의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일본의 저출산과 지역 간의 인구감소 흐름을 분석하며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사람이 살지 않게 되면 그 지역은 소멸하게 된다”,“개별적인 생활 관련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인구 감소로 지역의 사회경제, 주민의 생존 기반 자체가 붕괴되어 소멸하게 된다”라는 문장으로 지역의 위기를 설명하는 표현으로 소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지방의 소멸을 예견한다. 저서의 전반부에서는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은 출생아 수 감소에 의한 인구감소이며, 이와 맞물려 지방 도시에서 대도시권으로의 젊은 인구의 유출로 인해 지방 도시에서의 인구감소는 더욱 가속화된다고 설명한다. 즉, 단기적으로 대도시권에서는 노년 인구는 증가하고 생산 인구 및 유소년 인구는 감소하지만, 지방 도시 및 과소지역들은 노년 인구 및 유소년 인구가 모두 감소하여 지역별로 인구감소 경향은 다르게 나타나는데 그 지역 간 격차는 대도시권으로의 청년 인구의 유입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방은 점차 쇠락하고 소멸하지만, 사람들은 대도시권이라는 한정된 지역에 밀집하여 고밀도의 환경에서 생활하는 ‘극점사회’를 맞이하게 되고, 더 장기적으로는 극히 낮은 출산율로 인해 대도시권 역시 쇠퇴할 것이라 전망한다.
지방 도시의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 이에 따른 지역 쇠퇴 관련 논의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되어온 것이었기에, 마스다 보고서의 내용이 매우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의 논의들이 지역의 인구 감소와 쇠퇴가 지방 도시만의 문제로 인식해왔다면, 지방소멸론은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쇠퇴가 지방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방 도시와 대도시지역 모두의 문제이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공생을 도모해야할 관계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다시금 떠오르게 된 것이다.5)박승현. “지방소멸과 지방창생: 재후(災後)의 관점으로 본 마스다 보고서”. 일본비평, 16. 2017. 171-172쪽.
일본의 지방소멸 논의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전후부터 지방소멸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학술 논문, 국책연구기관 및지자체 연구원에서의 보고서들이 발간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연구들이 ‘지방소멸은 어떠한 현상’이라는 명확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지는 않는 경향이 있는데, 마스다 히로야 저서의 내용을 정리하여 뭉뚱그려 설명하거나, 지방 도시의 인구감소와 지역쇠퇴 위기를 대신하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연구자들은 지방소멸 현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는데, “출산율 저하, 고령화 가속화, 도시화 진전에 의해 특정 지역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현상”6)하혜수. “지방소멸시대의 지방자치 재검토-다양화와 차등화”. 한국지방행정학보, 14(2). 2017. 2쪽., “출산율 저하, 고령화, 두뇌유출 등으로 지역 생존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과정”7)김의준·김홍석·김태형·윤희연. “지방소멸시대 지역 르네상스와 회복탄력성을 위한 융복합 연구 개요”. 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 집담회. 2021-10-22.,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지방이 무거주화와 과소지역화되는 현상”8)차미숙·최예술·조은주. “지방소멸 위기 대응 추진사례와 시사점”. 국토이슈리포트, 제 52호. 2022. 으로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들은 어디일까? 많은 이들이 자연적인 인구감소와 더불어 인구 유출이 심각하게 두드러지는 비수도권의 농어촌 지역들을 중심으로 지방소멸이 진행될 것이라 예견한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지방소멸위기지역을 도출한 두 사례를 소개한다. 마스다 히로야의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개발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바탕으로 도출된 ‘소멸위험지역’과 행정안전부에서 고시한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국내에서 지방소멸 위험에 처한 지역들을 함께 살펴보자.
지방소멸위험지수와 소멸위험지역9)해당 내용은 다음의 리포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상호. “한국의 지방소멸 2018: 2013~2018년까지의 추이와 비수도권 인구이동을 중심으로”. 고용동향 브리프, 7월호. 한국고용정보원. 2018.
마스다 히로야는 그의 저서 『지방소멸』에서 2040년에 20~39세의 여성이 50% 이상 감소할 것이라 예상되는 시구정촌을 소멸위기지역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이같이 20~39세 젊은 여성 인구의 감소가 지방소멸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한 것에 착안하여, 국내에서는 이상호(2016)가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처음으로 개발하고 위기 지역들을 도출한 바 있다.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 대비 20~39세 여성인구 수’로 정의되 는데, 이 값이 1.0 이하일 때, 즉, 젊은 여성인구가 고령인구보다 적은 상황일 때, 해당 지역은 인구학적 쇠퇴위험 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더 나아가, 이 지수가 0.5 미만으로, 젊은 여성 인구가 고령인구의 절반 미만인 지역의 경우, 극적인 전환의 계기없이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소멸위험이 크다고 설명한다.

다음 그림은 주민등록인구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129쪽 표의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바탕으로 전국의 228개 시군구의 지방소멸위험 정도를 나타낸 지도이다. 각각 2013년과 2018년의 현황을 나타낸 것이며, 녹색은 소멸위험이 매우 낮은 지역, 연두색은 소멸위험이 보통인 지역을 의미한다. 노란색은 주의 단계, 주황색과 붉은색은 각각 소멸위험지역 중에서도 소멸위험 진입단계와 소멸 고위험 지역을 의미한다. 2013년 7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전체 시군구의 32.9%인 75개 지역이었으나, 2018년에는 89개 지역(전체시군구의 39%)으로 증가하였다. 주황색과 붉은색으로 표시된 소멸위험지역들을 보면, 주로 비수도권의 농어촌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3년과 비교해 2018년에는 경상도 내륙의 일부 지역, 남해안의 일부 지역들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전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소멸은 비단 비수도권 농어촌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에 해당하는 인천의 강화군이나 경기도의 연천군, 가평군 등은 2013년에 이미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2018년 지도에서 부산의 영도구와 동구, 도청 소재지인 안동시가 소멸위험 진입단계로 분류된 것을 볼 때, 지방소멸 위기는 지방의 거점도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 그림은 앞의 시군구별 지방소멸위험을 본 것과 마찬가지로, 3,463개 읍면동을 기준으로 한 지방소멸위험 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2013년 기준 읍면동 단위의 소멸위험지역은 전체의 35.3%인 1,229개였으나, 2018년에는 1,503개(전체 읍면동의 43.4%)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시군구 기준 현황과 비교하면, 더 작은 행정단위인 읍면동 단위로 본 지방소멸위험지역 비중이 높음을 보여준다. 2018년 기준, 비수도권에서의 소멸위험지역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날 정도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의 도 지역에서 소멸위험지역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전남(81.1%), 경북(76.8%), 전북(75.9%), 충남(70.2%) 등의 소멸위험지역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주
| 1. | ↑ | 増田寛也. 『지방소멸: 인구감소로 연쇄붕괴하는 도시와 지방의 생존 전략』. 김정환(역). 와이즈베리. 2015; 地方消滅. 東京: 中央公論新社. 2014. |
| 2. | ↑ | 이정환. “인구감소와 지속가능한 지방만들기-지방소멸(地方消滅)을 둘러싼 논점”. 일본공간, 21. 2017. 196쪽 |
| 3. | ↑ | 하혜영·김유정. “일본 지방창생 (地方創生) 정책의 의제형성과정과 정책결정내용에 대한 분석”. 의정논총, 11(2). 2016. 284-286쪽. |
| 4. | ↑ | 채우석. “일본의 지방창생법과 국토개혁”. 토지공법연구, 73(1). 2016. 119-120쪽. |
| 5. | ↑ | 박승현. “지방소멸과 지방창생: 재후(災後)의 관점으로 본 마스다 보고서”. 일본비평, 16. 2017. 171-172쪽. |
| 6. | ↑ | 하혜수. “지방소멸시대의 지방자치 재검토-다양화와 차등화”. 한국지방행정학보, 14(2). 2017. 2쪽. |
| 7. | ↑ | 김의준·김홍석·김태형·윤희연. “지방소멸시대 지역 르네상스와 회복탄력성을 위한 융복합 연구 개요”. 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 집담회. 2021-10-22. |
| 8. | ↑ | 차미숙·최예술·조은주. “지방소멸 위기 대응 추진사례와 시사점”. 국토이슈리포트, 제 52호. 2022. |
| 9. | ↑ | 해당 내용은 다음의 리포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상호. “한국의 지방소멸 2018: 2013~2018년까지의 추이와 비수도권 인구이동을 중심으로”. 고용동향 브리프, 7월호. 한국고용정보원. 2018. |
| 10. | ↑ | 이상호. “한국의 지방소멸 2018: 2013~2018년까지의 추이와 비수도권 인구이동을 중심으로”. 고용동향 브리프, 7월호. 한국고용정보원. 2018 |
| 11. | ↑ | 같은 자료. 7쪽. |
| 12. | ↑ | 같은 자료. 9쪽. |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도시에 산다.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Research Centre, JRC)의 ‘인간 행성지도(Atlas of the Human Planet)’1)GHSL-Global Human Settlement Layer. https://ghsl.jrc.ec.europa.eu/index.php. 2022-09-14 검색.에 의하면 그 수는 55억 명에 이른다. 세계 인구의 4분의 3에 해당 하는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주민등록 상 총인구인 5,164만 명 중 91.8%인 4,740만 명이 국토면적의 16.7%를 차지하는 도시지역에 거주 하고 있다.2)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00. 2022-09-14 검색. 이처럼 도시는 현대인의 삶의 터전으로서, 도시공간의 질은 삶 의 질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곳이어 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도, 인간의 삶이 도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현재와 살아가야 할 미래도시의 디자인 및 의 제를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어떤 체계와 방법론에 의 해 만들어지고 변화해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세기 도시계획의 흐름과 그가 가진 한계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Dilemma1. 근대 도시계획의 위상과 한계
20세기 도시는 합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근대도시계획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1900년대 초 이후 영향력이 커진 도시기능주의자에 의해 과학적 데이터 분석과 효율적 관리에 기반한 합리적 종합계획으로 도시문제가 다뤄 진다. 그들은 도시는 낭만주의적 아름다움보다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효용성이 높게 계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종합적 도시계획에 따라 도시를 여러 개의 지구(Zone)로 나누어 용도·용적율·건폐율·층고 등을 제한하는 조닝(Zoning)은 바로 근대 기능주의의 물리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3)고명석. 『도시에 미학을 입히다』. Watch Books. 2015. 200쪽
바야흐로 20세기는 인간의 이성과 도구적 합리성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도시계획의 전성기였 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고, 유입되는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계획으로써 기능주의에 기반한 합리적 도 시계획의 기여는 크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주택, 도시기반시설, 환경과 위생 등의 도시가 직면한 상황을 일정 부분 해결하기도 하였다.
용도별로 분리된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도시계획 기법은 다양한 도시문 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써 현대 도시계획에서 주도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능주의에 따른 용도분리는 일과 거주, 여 가 장소를 분리시켰고, 이에 따라 교통량 증가, 도심 공동화 현상 등 근대 도시이론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도시의 급속한 확산과 효 율성에 기반한 도시개발은 인간 소외, 범죄 증가, 도시의 유지관리 비용 증 가 등 또 다른 사회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비판받게 된다.
Dilemma2. 뉴어바니즘의 목표와 한계
현대까지 많은 지지와 공감을 얻고 있는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1916~2006)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1961)』에서 무제한적인 도시의 확장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도시기능주의자들은 도시의 질서정연한 미관을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 으며, 도시의 내재적이고 기능적인 질서인 도시생태계로서 작동 기제를 외 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인 제이콥스의 영향을 받은 덴마크 건축가인 얀 겔(Jan Gehl, 1936~ ) 또한 기능주의를 물질적 측면을 지향하는 도시계획이라고 비판하며, 사람 들이 편안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 사이의 외부공간 및 공공 공간에 대한 적극적 개선을 주장하였다. 그는 저서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Life Between Buildings, 1971)』에서 기능주의자의 도시계획에 의해 옥외공 간에서 인간적 배려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기능주의자들은 건축물이나 혹은 건축물이 갖는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관심의 부족은 공공장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건축물 디자인은 놀이의 활동, 접촉의 방식, 만남의 가능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기능주의는 분명히 물질 적인 측면을 지향하는 계획 이데올로기였다. 이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인해 새롭게 건설된 도시와 주택단지에서는 거리와 광장 등이 현저하게 사라져 갔다.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주거지를 살펴보면, 거리와 광장은 도시의 중심부로서 사 람들이 모이고 만나는 기능을 수행하며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기능주의의 출현으로 인해 거리와 광장은 한마디로 쓸모없는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그 대신 이들은 도로, 통행로와 끝없는 잔디밭으로 바뀌어 갔다.4)Gehl, Jan.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김진우·이성미·한민정(공역). 푸른솔. 2003. 61-62쪽; Life Between Buildings. Danish Architectural Press. 1971.
이러한 근대 도시계획의 한계와 문제를 반성하며 뉴 어바니즘(New Urbanism)이 대두된다. 뉴 어바니즘은 제인 제이콥스와 얀 겔 등이 제시한 복합성, 다양성, 유기성과 같은 도시의 긍정적 특성에 기반하여, 인간 척도 와 지역성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물리적 변화를 통한 공동체를 형성 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보행친화성, 상호 연결성, 복합용도 및 다양성, 지 속가능성 등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시는 ‘경제성장 지상주의’에 따른 발전을 위한 개발을 벗어날 수 없었고, 불확실한 뉴 어바니즘 방법론 의 불확실한 성과는 여전히 한계로 남아있다.
Agenda 1. 지속가능한 도시
21세기를 맞이하며 국제사회는 빈곤 및 질병 퇴치 등을 목표로 한 새천 년발전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를 발표하였다. MDGs 는 괄목할만한 인도적 성과들과 함께 지역 간 불균형, 계층 간 불균형 등 의 숙제를 남겼다. 2015년 국제사회는 Post-MDGs에 대한 논의 끝에, 2030 년까지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총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구성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 합의하였다.
SDGs에서는 포용성, 형평성과 지속가능성, 보편성을 크게 강화하였다. 특히 모든 목표에 ‘지속가능성’ 목표가 직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17 개의 항목은 포용적 경제성장,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 지구 생태계 보전이라는 목표로 상호 연계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Korea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공식 명칭으로 정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지속가능국가’를 비전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는 그간의 외형적 성 장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준 OECD 삶의 질 지수는 37개국 중 35위이다. 2014년 25위, 2017년 29위, 2019년 30위로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이런 상 황 하에서 K-SDGs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목표를 담아 17개 분야, 119개 세부목표 및 236개 지표를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체감할 수 있는 국민 삶의 변화’와 포용국가로 전진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5)지속가능발전포탈. http://ncsd.go.kr. 2022-09-14 검색. 또한 2021-2040년의 지속가능발전 실행 계획을 담은 ‘제 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에서도 ‘사람’을 가장 앞에 두 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포용사회’를 제 1전략으로 삼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물리적으로는 여전히 근현대 도시계획의 영향 력 아래에 있다. 그러나 기존의 도시계획이 가진 다양한 문제와 한계를 인지하고 미래 사회환경 변화를 고려함에 따라, 지속가능성은 도시디자인의 중요한 지향점이 되었다. SDGs에서도 11번째 목표로 ‘포용적이고 안전하 며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을 제시하며, 이를 위해 통 합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수립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구의 90%가 도시인인 한국인에게 SDG 11은 명백한 ‘도시 의제’이자 목표로서 중요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Agenda 2. 회복탄력적 도시
21세기 도시공간을 다루는 모든 계획과 사업에서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은 기본값(default)이다. 그런데 지속가능은 전통적 생태학에 서 제시한 평형성(equilibrium)에 기반한 개념으로, 근본적으로 이상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삶의 터전인 복잡다양하고 역동적이며 변화예측이 어려운 도시에 적용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개념이다.9)Ahern, Jack. “Urban landscape sustainability and resilience: the promise and challenges of integrating ecology with urban planning and design”. Landscape Ecology, 28. 2012 pp.1203-1212. 실제로 지속가능성은 도시계획과 실행의 측면에서 반영하기에 모호하고 실행하기 까다로운 개념으로 취급된다.
이에 최근에는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충격에 대응력과 회복력을 높이 는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지속가능성의 실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resilience는 ‘To jump back’의 뜻을 가진 라틴어 ‘resilire’, ‘salire’에서 유래한다. 어원상 ‘회복 혹은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기본적으로는 어려움으로부터 회복하는 능력(the ability to recover from adversity)인 ‘회복탄력성’으로 해석된다.
각주
| 1. | ↑ | GHSL-Global Human Settlement Layer. https://ghsl.jrc.ec.europa.eu/index.php. 2022-09-14 검색. |
| 2. | ↑ |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00. 2022-09-14 검색. |
| 3. | ↑ | 고명석. 『도시에 미학을 입히다』. Watch Books. 2015. 200쪽 |
| 4. | ↑ | Gehl, Jan.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김진우·이성미·한민정(공역). 푸른솔. 2003. 61-62쪽; Life Between Buildings. Danish Architectural Press. 1971. |
| 5. | ↑ | 지속가능발전포탈. http://ncsd.go.kr. 2022-09-14 검색. |
| 6. | ↑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우리의 지속가능한 도시』. 2017. 23쪽 |
| 7. | ↑ | 지속가능발전포탈. http://ncsd.go.kr. 2022-09-14 검색 |
| 8. | ↑ | 관계부처 합동. 『제 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2021-2040』. 2021. 1부. 21쪽 |
| 9. | ↑ | Ahern, Jack. “Urban landscape sustainability and resilience: the promise and challenges of integrating ecology with urban planning and design”. Landscape Ecology, 28. 2012 pp.1203-1212. |
섬의 현실
오늘날 우리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섬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다. 섬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유인도가 무인도로 변하고, 육지보다 심각한 고령화 문제는 공고하던 섬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은 간척과 매립, 연륙교의 건설로 육지가 되어가고, 급기야 섬사람 들은 인근 항구도시로 이주하면서 어업활동 시기에만 섬에서 생활하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해양쓰레기 문제는 섬 공동체의 단일한 대응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더불어 섬과 인근 바다에서 태양광 발전시설, 해상 풍력발전단지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주 무대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생산 활동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2020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에는 464개의 섬에 822,930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15세 미만 유소년인구는 총 95,350명으로 전체 섬 인구의 11.4% 를 차지하고, 65세 노년 인구는 187,636명으로 전체 섬인구의 22.5%를 차지하여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 인구 구조를 살펴보면, 섬지역의 성비는 106.0으로 전국 100.4에 비해 더 높은 편이며, 섬지역의 총부양비는 52.4로 전국의 38.6에 비해 매우 높다. 또한, 섬지역의 유년부양비는 17.7% 로 전국의 16.9와 비슷하고, 노년부양비는 34.8로 전국의 21.7에 대비 매우 높은 편이며, 고령화지수는 196.8로 전국의 129.0과 비교할 때 섬지역이 매우 높다. 이처럼, 섬지역의 인구는 전국에 비해 총부양비가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노년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지수가 매우 높아 섬지역의 노인 인구의 생애주기를 감안할 때 특별한 사회적 변동이 없는 한 섬지역의 인구는 향후 큰 폭의 인구감소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즉, 장밋빛 미래가 연출되기를 기대하기 힘든 곳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전국 총 464개로, 전남에 전체의 58.5%인 271개가 있으며, 다음으로 경남(77개), 인천(38개) 순이다. 유인도의 개수와 달리 인구는 순서가 바뀐다. 인구는 총 82만여 명으로, 경남이 32만여 명으로 전체의 39.3%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로 인천, 전남 순이다. 보통 전남에 섬이 가장 많으므로 거주 인구도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전남에는 총 165,434명의 섬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2015년에 비해 약 2만 명이 감소한 수치이다. 가구 수도 2015년 대비 약 2천 가구가 감소하여 87,900가구로, 이는 자연 감소뿐 아니라 사회 감소도 같이 나타난 결과이다. 섬에서의 인구 감소는 단순히 특정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유인도에서 무인도로 되면서 삶터와 문화가 소멸하게 된다. 2015년 대비 2020년에 전남의 7개 섬이 무인도가 되었으며, 매년 한 개 이상씩 무인도가 된 것이다. 시군별로는 섬을 가장 많이 보유한 신안군이 3개, 여수시 2개, 진도군 1개, 무안군 1개로 나타났다.
이런 섬들의 특징은 10인 미만의 사람들이 사는 섬으로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고 있는 「섬 발전 촉진 법」에 따르면 정책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10인 이상의 사람이 거주하는 섬만이 도서개발사업의 지원대상이 된다. 해양수산부는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인도만을 관리 대상으로 삼고 정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10인 미만의 섬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고, 어느 정부 부처도 관리를 하지 않는 구조이다. 실제, 이 섬들은 정기여객선도 다니지 않아 육지와 큰 섬을 개인 선박으로 통행하고 있으며, 기초 교육시설이나 의료·문화시설 등이 전무한 곳이다. 2020년 말 기준, 전남에 38개 섬이 10인 미만의 섬으로 인구 구조 상 앞으로 무인도는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인도가 무인도로 될 경우, 주변 해역의 이용범위가 축소되고 해역이용의 제약으로 자연스럽게 전체 수산자원의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해역의 공동화는 해안 안보, 불법행위 감시, 해양 사고 대응 등 신속한 대처도 곤란하게 되어 결국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오늘날 섬지역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표한 삶의 질 만족도는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섬지역 3.8, 어촌지역 4.9, 농촌지역 5.7, 도시지역 6.1로 나타났고, 인구소멸지수는 섬지역 0.234, 어촌지역 0.303, 농촌지역 0.341, 도시지역 1.208로 나타나1)박상우. “2021 어촌사회 전망과 이슈”, 『2021 해양수산전망대회 발표자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섬지역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섬주민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은 무엇일까? 우선 섬 지역 은 어느 곳보다 교통이 불편하고 기동력이 크게 떨어진다. 즉, 바다로 둘러 싸인 공간이다 보니 접근성의 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다. 다리가 연결된 섬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연안여객선이다. 연안여객선은 교통수단인 동시에 교통시설의 기능을 가진 핵심인프라다. 이러한 중요한 교통시설은 기상특보, 안개 및 파랑 등에 따른 연간 결항률이 20%를 상회 하고, 선박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낮 은 임금 및 근로 환경의 문제로 우수 선원의 수급이 어려워 선박 운항의 안정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섬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받고 있다.
건강·의료 서비스도 미흡하다. 평생 고된 농어업에 종사해 온 섬주민 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섬주민 들의 복지 수요 조사를 해 보면, 물리치료와 의료서비스 제공을 바라는 비율이 여타 지역보다 높다. 섬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공공의료서비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민간의료서비스의 경우 공공성보다 영리 추구가 우선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도시에 주로 입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섬지역은 적은 인구수로 인해 절대적 의료서비스의 수요가 부족하고, 고립성으로 인해 병원 운영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의료서비스 인력 수급 의 어려움으로 민간의료시설이 섬지역에 입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 한, 공공의료서비스가 없는 섬이 무려 전국 243개(전체의 67.3%)나 된다.
영농·영어 활동을 위한 일손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섬에서는 상당히 고령인데도 생계를 위해 여전히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경제활동의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일손 부족이라고 대답한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영농·영어 규모를 축소 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이는 소득 문제와 직결된다. 내륙과 가까운 섬은 외국인 노동자의 힘을 빌려 근근이 영농·영어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섬들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점차 섬을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나 고 있다.
이곳은 삶의 공간을 지탱할 수 있는 젊은 층의 부재로 마을의 대소사를 해결할 수 없는 구조이다. 또한 경제활동 어업권의 대물림이 지속되고 있으며,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제1차 산업 외에 경제소득 요인이 매우 제한적으로 경제적 지속성 담보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외지인들이 소유하는 토지가 증가함에 따라 공 공개발 시 높은 비용이 발생하여 개발의 제약을 안고 있기도 하다. 과거와 달리 섬주민이 주인으로서의 내발적 발전에 대한 인식이 점차 사라지는 경 향도 보이고 있으며, 귀어·귀도인에 대한 공동체 내 불편한 시각이 잔재 하고 있다.
또한 30년 동안의 도서개발사업 중 섬마을의 경관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기도 하였다. 오늘날 섬마을 경관은 돌출 전신주, 주변경관과 조화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도시적인 관광 숙박시설, 해안의 과도한 인공화, 갈수록 슬레이트(slate), 슬래브(slab)화되어가는 지붕 형태나 원색의 자극적인 지붕 색채, 옥외광고물의 난립 등이 섬과 어촌의 분위기를 훼손시키고 있다. 또한, 도로 조성 및 정비 등에 의해 발생한 절개지 복원의 미흡, 난개발에 의한 구릉 절개지의 방치, 부적절한 위치의 송전탑, 각종 시설물 유지관리의 부족, 해안 쓰레기의 방치 등이 우리네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관의 실상이다.
해결과제
새로 출범한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선정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2022년 5월 26일 첫 국무회의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이 목표는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 살던 ‘기회의 균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며, 입지적 공간 중 가장 낙후된 섬 지역에 살더라도 기회의 균등을 누릴 수 있는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복지국가란 국민 전체의 안녕과 행복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사회를 의미하며, 보편적인 시민의 권리(사회권)가 보장되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지서비스를 증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섬에 처한 문제를 개선·해결하는 것이 섬복지의 기본이다. 물론 문제 해결에 제약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천되어야 할 사항이다. 우선, 섬지역 교통복지 차원에서 여객선공영제의 시급한 도입이 필요하다. 연안여객선은 육상의 철도나 도로와는 달리 수송 수단으로서의 모드 (Mode)와 도로와 같은 링크(Link)를 선박이 겸하고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 건설을 정부가 책임지듯 선박 구입이나 유지 그리고 안전한 바닷길(항로) 을 정부가 책임져야만 하는 것이다. 새 정부는 2025년까지 여객선공영제를 도입한다고 공언하였으므로, 우리 실정에 적합한 제도를 만들고 안전한 바 닷길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둘째, 정부는 의료서비스 확충을 위해 시급히 거점 섬의 응급의료센터 를 설립하고, 섬지역의 보건소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의료시설 이 없는 섬마을은 순회 진료 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
셋째, 일손 부족 문제는 마을 공동영농, 농어업지원조직, 대행 서비스를 통해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영농(어)조합법인이 고령자의 농 지(양식장)를 위탁 경작하거나 부분 작업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섬개발 사업 시, 주민 수요에 기반한 주민역량 강화(empowerment)를 우선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산기반 개선을 지속 추진하고 주민의 생 산활동은 주민의 기초수요에 기반하여 추진한다. 주민들이 바라는 섬 발전상과 그 인식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며, 주민의 입장에서 균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섬의 공동체 특성을 고려하여 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 가장 낙후된 섬지역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섬은 국가영토의 초석,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 해양자원의 이용, 자연과의 공생의 장, 식량의 안정적 공급기 지로서의 역할 등으로 그 가치가 어느 곳보다 높다. 또한 이 같은 가치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점증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각주
| 1. | ↑ | 박상우. “2021 어촌사회 전망과 이슈”, 『2021 해양수산전망대회 발표자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
| 2. | ↑ | 같은 자료. 6쪽 |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9년이 지났지만, 공식적으로 한반도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세계 최장의 정전상태가 지속 중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대화와 협력의 물꼬가 트였다가도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역학관계로 인해 군사훈련이 재개되고 긴장감이 고조되기 일쑤다.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고 징병제가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군사기지와 이웃하여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특히 새로운 군사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입지와 절차, 피해를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공공정책 중 특히 국방정책은 대화와 토론, 공론화의 절차 없이 집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갈등의 골이 깊다. 하지만 ‘국가안보’라는 명분만으로 희생을 감내하던 시기는 진작에 지났다. 주거 환경과 재산권에 대한 인식 변화, 마을공동체에 대한 애착과 정주 의식, 안보와 평화에 대한 가치관 차이에 더해 외교적 득실까지 군사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합적이며 갈등은 첨예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경기 북부에 몰려있던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재배치되는 과정에 사회적 갈등이 무척 컸다. 농사 짓던 땅을 대규모 군사기지로 제공하도록 강요받은 평택 도두리·대추리 주민들의 저항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가 더해져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질문이 사회에 던져졌다. 이는 2003년 이라크 파병 결정과 반전(反戰)운동의 연장선에서 ‘가치’의 대립이기도 했다. 10여 년이 지난 뒤에도 갈등은 반복된다. 새로운 무기체계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도입되면서 그 실효성과 환경피해, 절차에 대한 찬반 입장이 나뉘고, 중국의 비난과 경제적 보복 조치가 취해질 정도로 말이다.
데이비드 바인(David Vine) 교수는 해외에 대규모 기지와 병력을 유지하는 게 평화를 유지하고 미국과 세계를 더 안전하고 안정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반대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1)David Vine. 『기지국가』. 유강은(역). 갈마바람. 2017; Base Nation. 440-441쪽. “미군이 북한의 남한 공격을 억지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군의 한국 주둔 때문에 끝난 적이 없는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며 (중략)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세계 최강의 군대를코앞에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국의 군사력 – 과 핵 역량 – 을 증강하는 게 타당하다”라고 말이다. 대규모기지 건설과 운영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환경파괴, 긴장의 격화와 그로 인한 군비 증강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실체’로 확인되지만,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효과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미군기지라는 치외법권의 공간 경계에서 ‘한미동맹’은 자주 논쟁이 된다. 불평등한 관계에 대한 저항과 문제 제기가 커지면 일시적으로 ‘할 말은하는 동맹 관계’가 논의되다가도, 군사적 긴장이 격화될 때는 ‘굳건한 한미동맹’만이 원칙이 된다. 그 사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절대다수가 바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는 국방, 외교 정책의 방향에 대한 문제이자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며, 그동안 소수의 국방 전문가와 정책결정자가 독점해온 영역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이유로 군사시설이 새로 들어서거나 확대된 지역 내 갈등 관리와 회복은 후순위 과제로 밀리거나 보상 문제로 만 환원되었다.
최근 몇 년간 폭염, 폭우,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팬데믹 상황을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다. 국가안보의 범주 변화, 사회적 안전망 구축, 정부의 대처 역량 강화가 요구되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 밀려난 해묵은 과제를 모색하려고 한다. 이 글에서는 군사시설로 인한 여러 지역의 갈등 사례를 확인하고, 각 지역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군사시설이 이전되거나 새롭게 건설될 때, 이미 사용 중인 곳과 반환되 는 곳까지 다양한 형태의 피해와 갈등이 존재한다. 국내법이 직접 적용되지 않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의 불평등한 내용으로 인해 주민들의 피해구제와 갈등 해소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미군 주둔지역이 대부분이다.
미군기지 이전사업 – 평택
한국 정부가 미군에게 기지, 시설, 군사훈련 등에 필요한 땅을 공여해 미군이 사용권을 가진 땅을 주한미군 공여구역이라고 한다. 주한미군 공여구역은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전국 미군기지 93개소 면적의 87%가 경기도에 있으며, 미군기지 이전사업으로 반환(예정 포함)될 공여구역 면적의 96%도 경기도에 있다. 미군에게 지속적으로 공여되는 면적은 총 6,252만㎡이며 이 중 43%가 평택에 위치한다.

지난 2003년, 전국에 흩어진 주한미군기지를 대한민국 중부(평택-오산)와 남부(대구-부산) 2개의 거점에 재배치하는 계획이 추진됐다. 미2사단과 용산기지 이전을 위해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고, 국방부는 2004년부터 평택 지역 부지 매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들은 평택 팽성읍 일대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대책위원회는 발족선언문에서 1952년 전쟁 중에 문전옥답을 미군기지로 빼앗기고 쫓겨나 미군기지 주변에 흩어져 살게 된 억울함, 미군 범죄와 비행기 소음과 진동, 오염 등 여러 어려움을 겪어온 점을 거론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팽성의 미군기지 확장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 그동안 입은 각종 피해에 대한 철저한 대책과 보상을 마련할 것”2)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평화의 불씨 26년의 기록』. 민중의소리. 2018. 174쪽 등을 촉구했다. 미군기지 확장계획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 토지매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자, 국방부는 강제토지수용절차를 밟았다. 이에 반대하는 격렬한 집회와 소송이 벌어지고,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연행 기소되었으며, 외부에서 마을을 지키는 지킴이들이 모여들었다. 2006년 5월 ‘여명의 황새울’ 작전명으로 행정대집행이 단행되고, 마지막까지 남은 44가구주민들은 결국 이주하게 된다. 당초 502만㎡ 정도의 규모였던 평택 미군기지(K-6)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으로 인해 주변 부지가 추가로 수용되어 현재 약 1,465만㎡ 규모로 확장됐다. 여의도 면적(290만m²)의 다섯 배 정도로 단일 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되었다.

미군기지가 집중 이전되면서 평택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지원특별법)’이 제정되어 초대형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대규모 공장과 산업단지 물량이 배정되었다. 2010년 41만 명이던 인구가 2020년 53만 명으로 늘어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로 꼽힌다. 미군과 미군 가족, 군무원 등도 빠르게 증가해 46,000명이 평택에 거주(2020년 4월 기준)하며,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마무리되면 최종 56,000명이 머물 예정이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평택의 모습 속에 과거 강제로 토지를 빼앗긴 주민들과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던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주민들이 돈을 모아 ‘대추리 주민 역사관’을 짓고, 지역 청소년들이 대추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엮은 책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를 발행하였다. 이주할 때 주민들의 핵심 요구사항이자 정부 역시 합의했던 마을 이름 ‘대추리 명칭사용’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군기지가 집중되면서 지역사회의 변화와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며, 평택시와 평택시의회, 정부에 관련 제도와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농사 짓던 땅에 대한 애착과 정주의식을 확인할 수 있으며, 격렬한 갈등 끝에 건설된 미군기지에 대한 사회적 과제를 모색하고 제안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 강정
제주도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 유치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심각한 공동체 분열이 발생하였다. 국방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공론화는 부재했다. 강정마을회 임시총회(2007년 4월)에서 마을주민 1,900여 명 중 87명이 기습적으로 제주 해군기지 유치를결정하고, 국방부가 강정마을을 제주 해군기지 건설지역으로 최종 결정(2007년 6월)한다.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마을회에서는 임시총회를 열어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해군기지 건설 찬반 주민투표(총 725명 중 반대 680명, 찬성 36명, 무효 9명)를 통해 해군기지 유치 반대를 강정마을회의 입장으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국방부와 제주도는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면서 긴 갈등이 시작된다. “2007년부터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 체포되거나 연행된 사람은 모두 690여 명, 공사착수 시점인 2011년부터 2년간 전체의 72%가 연행됐고 이 기간 동원된 경찰 수만 19,600여 명”3)연합뉴스. 2016-5-29. 제주 강정마을 반대 체포·연행 697명…과잉진압 결론.에 달한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조사위원회의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과정에서 받은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매우 심각하고, 찬반갈등으로 마을 공동체가 붕괴 위기에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해군기지 유치와 결정 과정이 주민의 의견을 배제한 비민주적 방식이었고, 국가기관은 기지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에 대한 폭행, 폭언, 종교행사 방해 등 인권침해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강정마을회에서 공동체 회복사업 추진을 결정하고, 제주도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강정지역 주민 공동체 회복 지원 조례’ 가 제정되는 등의 회복을 위한 움직임(2017년)이 있었으나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에서 국제관함식을 추진하고 강정마을회의 동의를 요청(2018년)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대립, 향약상 주민자격 변경까지 갈등이 재점화되었다. 또한 공동체 회복 사업으로 “강정마을에 총 9,625억 원(국비 5,787억·지방비 1,813억·민자2,025억) 규모의 39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4하였으나 공동체 회복사업과 관련 없는 개발 사업이 포함되면서 배분과 특혜 논란 등 새로운 갈등도초래되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 주민 당사자 등 각 주체가 특정 사건과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후 공동체 회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각주
| 1. | ↑ | David Vine. 『기지국가』. 유강은(역). 갈마바람. 2017; Base Nation. 440-441쪽. |
| 2. | ↑ |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평화의 불씨 26년의 기록』. 민중의소리. 2018. 174쪽 |
| 3. | ↑ | 연합뉴스. 2016-5-29. 제주 강정마을 반대 체포·연행 697명…과잉진압 결론. |
전 세계에 k-문화의 위상을 떨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와 고급저택이라는 주거공간을 메타포(metaphor)로 격차와 절망을 표현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박사장(이선균 분)네 저택을 겨우 빠져나온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물에 잠긴 반지하 집으로 향하는 장면은 공간적 상하 대비를 통해 사회적 격차와 절망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왜 집일까?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할까? 영화는 아들 기우(최우식 분)가 아버지 기택에게 띄우는 편지로 마무리된다. 돈을 많이 벌어 저택을 사고, 그곳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지적 시점으로 이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기우의 편지가 실현 불가능한 헛된 망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절망감이 배가된다.
부동산, 그 중에서도 집은 여러 위험에서 개별가구를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이자, 경제성장의 주요땔감이었다. 생존의 기초이자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 주요 배분경로였다. 한국의 많은 가정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며 가정경제를 일구고, 국가는 선진국 도약을 꿈꾸며 주택산업을 육성해왔다. 하지만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줄 것 같았던 집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집은 생존수단이자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표식이며 사회계층이동의 사다리다. 그래서 내 집이 없는 이들은 내 집을 획득하기 위해, 내 집을 얻은 이들은 지키기 위해 내 집에 갇힌다.
집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다 보니 내 집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고 결국 내 집에 갇혀버리는 게 아닐까. 우리에게 너무 중요해져버린 내 집은 그것을 얻기 위한 개별가구의 쟁투과정에서 사회적 신뢰의 기반을 갉아먹고 우리를 각자도생으로 분열시키고 있다.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점증하는 자산불평등은 소득불평등으로 이어져 ‘상속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중심의 자산기반복지체제는 이러한 불평등, 양극화의 문제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1)김도균.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215쪽. 내 집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애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 개별가구의 노력이 개인의 부 축적에 그치지 않고 긍정적인 사회적 결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필요하다. 내 집에 갇힌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주거전략이 필요한 때이다.주택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기능에 주목하고, 저성장국면에도 작동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주택점유유형 측면에서 한국의 주택문제를 조망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방향,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써 새로운 주택공급모델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그리고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위스테이)’ 사례로부터 주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주거문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가점유율이 장기간 정체된 상황 속에서 무주택임차가구의 주거권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일 것이다.주택점유 유형별 특징과 현황을 통해 주거문제를 파악해 보자. 주택은 주거기능, 자산기능을 수행한다. 자가소유권을 획득한 이는 주택의 두 가지 기능을 모두 보장받는다. 자가주택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증식 기회와 주거안정을 모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가격등락에 민감하며, 높은 가격부담으로 인해 접근 가능한 수요자가 제한적이다. 임대주택 중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은 시세대비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거주 가능하여 주거 안정 효과가 높다. 하지만, 자산증식은 불가능하다. 또한, 사회적 낙인효과와 수요대비 부족한 공급량은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민간임대주택은 여러 측면에서 가장 불리한 점유유형이다. 임대인이 사적주체 이다보니 주거안정성이 떨어지며, 자산증식 가능성 또한 없다.

많은 수요자들이 자가주택에 거주하길 희망하나, 높아진 자산가격과 부족한 구매력으로 인해 접근가능성이 감소하였다. 공공임대주택은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결국, 많은 수요자들이 둘 사이에 끼여 사적임대인이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에 전월세로 거주하게 된다. 문제는 자가주택으로이동가능성이 점차 떨어지고, 수요에 맞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주거권 대책이 미흡하다는것이다. 짐 케메니(Jim Kemeny)의 분류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시장은 ‘이중임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중임대 모델은 (i) 정부가 공급 및 통제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은 적고, (ii)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공급되며, (iii) 민간이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시장과 단절되어 있는 특징을 보인다.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이 격리 혹은 배제되는 방식으로 공급되어 낙인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이 자가소유를 향한 주거사다리를 낮추거나 보완하지 못하고, 각 주택점유 유형(자가-공공임대-민간임대) 간의 장벽이 높다.

이중임대 모델의 구조 속에서 주택가격은 몇 차례 가격하락기를 제외하면 우상향을 지속하며, 자가점유율이 장기간 정체하였다. 2020년도 통계청 인구총조사 기준, 전국 약 2,100만 가구 중 자가 거주가구는 전체가구의 약 57%(1,200만),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는 약 8%(170만),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및 등록임대주택 거주가구는 약 7%(150만), 미등록 민간임대주택 거주가구는 그 나머지인 약 28%(590만)이다. 주목할 점은 그 추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전국 자가점유율 추이는 지속적인 공급확대에도 불구하고 최저 49.9%에서 최고 57.3%로 10%p도 채 늘지 않았다. 신규 공급된 주택은 잠시 신규 주택매수자에게 공급되나, 결국 다주택자에게 돌아갔다. 한편, 무주택 임차가구의 주거권 보호도 미흡하다. 임대차3법,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 등을 통해 주거권 보호를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임차가구의 주거현실에 비하면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임차가구는 집값이 오를 때는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으로 좌절하고, 집값이 떨어질 때는 보증금을 떼이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적정 입지와 품질의 공공임대주택은 물량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주거안정망으로 기능해온 전세주택도 지속 감소하고 있어 무주택 임차가구의 주거불안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각주
| 1. | ↑ | 김도균.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215쪽. |
| 2. | ↑ | 최경호. “주거체제로 본 사회주택”. 동향과 전망, 111. 2021. 136쪽. 내용 일부 수정 |
| 3. | ↑ | 고정희·서용석. “한국 사회주택의 잔여적 성격의 원인에 관한 연구”. 주택연구, 26(2). 2018. 18쪽. |
| 4. | ↑ | 진미윤. “임대주택 시장의 문제점과 공익성 강화 방안”. 민간임대주택 공익성 강화를 통한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토론회. 2022. 2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