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명: 유승호. 2022. 「도시불평등 뛰어넘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과 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찰과 제언』.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21-38쪽.)

찰스 부스의 런던 빈곤지도
1886년 영국의 무역업자 찰스 부스(Charles Booth)는 런던 이스트 앤드(East End) 지역의 사회적 특성을 보여주는 런던 빈곤 지도(London Poverty Map)를 발표했다. 대서양 너머 아메리카 대륙과의 해양운송업을 통해 돈을 번 찰스 부스는 자신이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던 시민들의 삶과 영국 정부가 발표한 빈곤 관련 데이터의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고 1885년부터 연구자들을 직접 고용해서 런던의 지역별 조사를 시작했다. 수차례의 현장조사와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찰스 부스는 이스트 앤드 지역주민들의 소득, 종교, 주거 형태 등을 7개의 색깔로 구분해서 지도 위에 나타낸 뒤, 정부가 발표했던 25%보다 훨씬 더 높은 35%의 주민들이 빈곤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찰스 부스는 몇 차례에 걸쳐 런던의 다른 지역을 조사해서 지도로 발표한 뒤, 1903년에 그동안의 내용을 총정리한 “Inquiry into Life and Labour in London”책을 발표한다.
찰스 부스가 작성한 런던 빈곤 지도는 19세기 런던 시민들의 처참한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이후 영국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한다. 가가호호를 실제로 방문해서 얻은 자료와 그 결과물인 빈곤 지도는 산업혁명의 시초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하던 런던의 화려한 커튼 뒤에 숨겨졌던 노동자들의 현실과 빈곤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런던이라는 도시 안에서 부유한 계층이 모여 사는 지역과 빈곤층이 모여 사는 지역의 소득수준 및 생활환경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으며, 그 공간적 불평등이 런던의 북쪽 지역-남쪽 지역처럼 큰 공간적 단위로 나타날 뿐 아니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시적으로도 발생하고 있음을 지도를 통해서 명확하게 증명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단지 현실을 공간적으로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았다. 4인 가족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10~20실링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빈곤선(Poverty Line)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어져 영국 사회복지 정책의 발전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의 런던을 탐구하던 찰스 부스의 지도가 발표된 지도 130여 년이 지나고 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도 여러 차례의 정치적-산업적 전환점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경제 국가로 발돋움했다. 정치적 발전, 경제적 성장, 기술의 발전 속에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21세기 한국의 도시에서는 어떤 불평등이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도시 불평등의 층위 1 – 도시 간 불평등
도시는 21세기 세계 인류의 중심지로서 성장하고 있다. UN Economic and Social Affairs에 따르면 2008년 도시인구는(urban)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비도시지역의(rural) 인구를 넘어서서 인류의 가장 중요한 생활의 장으로 성장했다. 2021년 세계 인구의 56%가 도시지역에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68%까지 늘어나서 97억 명이 도시에서 살아가게 된다.2)UN Economic and Social Affairs.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 Summary of Results. 2022. https://www.un.org/development/desa/pd/sites/www.un.org.development.desa.pd/files/undesa_pd_2022_wpp_key-messages.pdf. 2022-07-11 검색. 2차 세계대전 이후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도시지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확대되며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도시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화와 도시의 성장이 모든 도시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구 집중에 따른 인구밀도 증가, 소득수준의 불균형, 공공서비스의 효과적인 공급 등의 문제가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도시에서 지리적 환경, 구성원들의 소득수준, 자원 배분의 차이 등으로 인해 불평등이 존재해왔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도시인구 증가는 더 큰 도시 불평등을 유발해서 경제성장의 감소, 사회 불안정 증가,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의 저하로 이어졌다.
세계의 도시학자들은 도시에서 증가하고 있는 도시 불평등에 주목하며, 구체적인 조사와 정책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Florida)는 도시 불평등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로서, 도시 내 고부가가치 산업이 증가하고, 자본흐름이 커지면서 계층 간 임금 불평등이 커지고, 중산층의 몰락, 계층별 거주지역의 분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주장한다.3)리차드 플로리다. 안종희 역.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2018. 매경출판; Florida, Richard. The New Urban Crisis: How Our Cities Are Increasing Inequality, Deepening Segregation, and Failing the Middle Class-and What We Can Do About It. Blackstone Audiobooks. 2017. 특히, 코로나로 인한 저금리와 유동성 증가는 부동산 보유 가치 상향으로 이어졌고, 또 다른 부의 편중현상과 사회불안정이 조성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문제는 도시 내 불평등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격차도 심화시켜 도시 간 불평등으로 귀결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도시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도시화율은 2021년 기준 도시지역 인구 비율 기준 91.37%로,4)통계청 e나라지표. 도시일반현황.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00. 2022-08-27 검색.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화가 진행된 국가 중 하나이다. 높아지는 도시 비율과 함께, 대한민국의 도시 간 불평등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2천6백만 명이 거주해서, 전체 인구의 50.3%가 집중된 특성을 나타낸다.5)통계청 e나라지표. 지역별 인구 및 인구밀도.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07. 2022-08-27 검색. 특히, 2016년 이후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수도권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구의 증가는 곧 경쟁력을 의미한다. 서울-경기-인천에는 좋은 직장들이 몰려있어서 지방의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기업들도 많은 대학과 인재가 집중된 수도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수도권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00년 46.6%에서 2019년 50.4%로 증가했으며, 지역내총생산 (GRDP)은 2012년 국내총생산의 49%에서 2020년 53%로 커졌다.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10 정도밖에 안되는 수도권에 국가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경제력은 절반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편중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의 균형적인 성장을 위해 행정복합도시의 조성, 혁신도시 조성, 공기업 지방 이전 등 수 많은 균형발전 정책이 기획되고 추진되었지만, 수도권의 독점적 지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도시 불평등의 층위 2 – 인구
그런데, 도시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인구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2020년 약 5천1백8십3만 명에서 2021년 5천1백7십4만 명으로 처음으로 감소했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은 인구감소가 머지않아 시작될 것이라는 어두운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었지만, 그시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왔다. 불과 5년 전인 2017년에는 총인구 감소가 2032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며, 이때부터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제외하고 인구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국토계획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6)이용우. “도시의 여건변화와 정책방향”. 국토, 제423호. 2017 그러나, 대한민국의 순인구 감소는 예상보다 빠른 2021년부터 시작돼서, 2020년 대비 내국인 4만5천 명, 외국인 4만6천 명, 총 9만천 명이 감소하는 인구감소 시대로 진입했다.7)통계청. 2021 인구주택 총조사. 2021.
인구의 감소는 곧 지방 도시의 위기이다. 전체 인구가 늘어나는 시기에도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이 문제였지만,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지역의 인구집중은 지방 도시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다. 만 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로 계산하는 인구소멸위험지수를 통해 살펴보면, 전국의 229개 시군구 단위에서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2017년 85개에서 2021년 108개로 증가했다.8)하혜영·김예성.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현황과 향후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2021 강원도 지자체 18곳 중에서 16곳(88.9%), 경북 지자체 23곳 중에서 19곳(82.6%) 등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지방 대도시의 인구감소도 시작되었다. 부산시의 경우, 2010년 약 360만 명이었던 인구가 2020년 336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2050년에는 251만 명까지 감소할 예정이다.9)부산광역시. 2022-07-08. 2022년 7월 부산 인구정책 브리핑. https://www.busan.go.kr/briefing/1533694?curPage=&srchBeginDt=2021-09-26&srchEndDt=2022-09-26&srchKey=&srchText=. 2022-09-22 검색. 부산 영도구는 지난 10년 동안 인구의 약 20%가 감소하며, 노인 인구의 증가, 생산가능 인구 감소, 경제적 역량 저하, 빈집의 증가, 도시환경의 쇠퇴, 기존 인구의 이탈 현상이 이어진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정책적 대응이 있었지만, 영도구의 쇠퇴를 막지 못했다.10)이상호·서룡·박선미·황규성·김필.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례와 모델』. 한국고용정보원. 2021. 농어촌 지역에서 시작된 인구감소가 지방 대도시로 이어졌으며, 수도권 인구감소도 곧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11)한국고용정보원 지역 일자리팀 보도자료. 2022-04-29. 22년 3월,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은 소멸위험지역.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3488. 2022-07-12 검색. 저출산 대응정책을 위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에서는 225조 3천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12)한국일보. 2020-11-26. 15년간 225조원 들였는데 출산율은 0.84명… ‘직접 지원’이 없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12510550002700. 2022-08-25 검색.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에서는 연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용하지만 지방의 위기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도시 인구의 불평등이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의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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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 | UN Economic and Social Affairs.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 Summary of Results. 2022. https://www.un.org/development/desa/pd/sites/www.un.org.development.desa.pd/files/undesa_pd_2022_wpp_key-messages.pdf. 2022-07-11 검색. |
| 3. | ↑ | 리차드 플로리다. 안종희 역.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2018. 매경출판; Florida, Richard. The New Urban Crisis: How Our Cities Are Increasing Inequality, Deepening Segregation, and Failing the Middle Class-and What We Can Do About It. Blackstone Audiobooks. 2017. |
| 4. | ↑ | 통계청 e나라지표. 도시일반현황.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00. 2022-08-27 검색. |
| 5. | ↑ | 통계청 e나라지표. 지역별 인구 및 인구밀도.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07. 2022-08-27 검색. |
| 6. | ↑ | 이용우. “도시의 여건변화와 정책방향”. 국토, 제423호. 2017 |
| 7. | ↑ | 통계청. 2021 인구주택 총조사. 2021. |
| 8. | ↑ | 하혜영·김예성.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현황과 향후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2021 |
| 9. | ↑ | 부산광역시. 2022-07-08. 2022년 7월 부산 인구정책 브리핑. https://www.busan.go.kr/briefing/1533694?curPage=&srchBeginDt=2021-09-26&srchEndDt=2022-09-26&srchKey=&srchText=. 2022-09-22 검색. |
| 10. | ↑ | 이상호·서룡·박선미·황규성·김필.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례와 모델』. 한국고용정보원. 2021. |
| 11. | ↑ | 한국고용정보원 지역 일자리팀 보도자료. 2022-04-29. 22년 3월, 전국 시군구 2곳 중 1곳은 소멸위험지역.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3488. 2022-07-12 검색. |
| 12. | ↑ | 한국일보. 2020-11-26. 15년간 225조원 들였는데 출산율은 0.84명… ‘직접 지원’이 없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12510550002700. 2022-08-25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