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명: 고민정・이건웅. 2021. 「시니어 루덴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기획. 『새로운 미래, 담대한 여정』.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98-116쪽)
1. 노인과 놀이
프란시스코 교황은 2021년 7월 마지막 일요일을 ‘세계 조부모와 어르신의 날’로 정하고 시행한다고 선포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조부모가 젊은이들에 게 삶과 경험과 지혜를 전해주지만 “종종 그 존재가 잊혀진다”며 ‘세계 조부모 와 어르신의 해’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1)조선일보. 2021-02-01. 교황, 세계 어르신의 날 제정 조부모는 종종 잊혀져. ‘어르신’이라는 용어는 1999년 ‘세계 어르신의 해’를 앞두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노인’을 대신할 용어로 공모한 당선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어르신’이라는 용어는 널리 사용되지 않았으나, 2012년 9월, 서울시에서 나이 든 사람의 경험 과 지혜에 대한 공경,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드러날 수 있는 대체 명 칭을 선정하기 위해 ‘노인’ 대체 명칭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그 결과 다시 ‘어르신’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르신은 65세 이 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두 포함하며, 연세가 지긋한 분이나 자신보다 나 이가 많이 차이가 나는 윗분을 부르는 호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시는 어르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현재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등을 운영 중에 있으며, ‘어르신복지’라는 용어를 공식적으 로 사용하고 있다.2)윤상선. 어르신 생활체육 매니아의 경제ㆍ문화ㆍ사회적 자본과 건강증진 생활양식 및 성공적 노화 간의 인과관 계. 숭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14쪽. 이러한 영향으로 서울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어르신’이라는 용어는 흔히 사용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 르신이 옳고 노인은 틀렸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존경과 존중을 담았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노인네’, ‘노친네’, ‘꼰대’같은 노인을 비하하는 용어나 ‘틀 딱’처럼 비하를 넘어 노인혐오 용어의 사용은 분명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노인에 대한 용어와 개념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 노인의 개념과 연령은 법률과 규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노인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뜻하며, 한자로는 ‘老人’이라고 쓴다. 영국이나 미국은 늙은 사람(older person), 노인(old man), 선배 시민(senior citizen), 노인(the aged)이라고 부르며, 모두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의미한다. 다만 ‘senior citizens’은 나이 든 사람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고 일반적으로 은퇴한 나이 든 사람을 뜻한다. 중국은 60대는 장년(長年)이라 하고, 70대 이상은 존년(尊年)이라고 부른다. 노년(老年)은 노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거두고 시간의 개념이 포함된 의미이다. 일본은 실버(silver) 또는 노년이라는 용어를 노인의 의미로 쓰는 대표적인 초고령 국가이다.3)권중돈. 노인복지론. 학지사. 2004. 20쪽.
노인의 개념은 다양하다. 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 1950)는 노인이란 “인간의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변화 및 행동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권중돈(2004)은 노인을 “노화의 과정 또는 그 결과로서 생물, 심리, 사회적 기능이 약화되어 자립적 생활능력과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4)같은 책. 21쪽. 또한, 노년기는 “60세 혹은 65세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마지막 단계로서 신체적 능력의 쇠퇴와 사회적 관계의 축소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위의 하락과 같은 쇠퇴가 일어나는 시기”를 말한다.5)최옥채·박미은·서미경·전석균.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양서원. 2002. 266~270쪽.
새들러(William A Sadler)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생애주기를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퍼스트 에이지(First Age),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 서드 에이지(Third Age), 포스 에이지(Forth Age)로 나눈다. 퍼스트 에이지는 성장기, 세컨드 에이지는 발전기이자 생애 최고의 황금기다. 40대〜70대 중후반의 시기를 ‘서드 에이지’ 단계로 분류하는데, 서드 에이지는 생애주기 상 가장 긴 기간이자 중요한 시기이다. 퍼스트 에이지와 세컨드 에이지 시기에는 없었던 삶에 대한 새로운 흥미와 열정,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시기이자 제2의 황금기이기도 하다. 마지막 포스 에이지는 삶을 정리하고 마감하는 연령대의 ‘노화’ 단계를 지칭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노인은 서드 에이지와 포스 에이지 두 시기 모두에 해당하는 인구 층이다.6)윤종영·안혜신. 노인의 흥미유발을 위한 운동기구 개발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2012. 제18권 제1호. 224쪽.
이렇듯 노인의 개념과 범위는 국가마다 다르고, 국내도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유엔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사람을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이보다 낮은 5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와 일부 후진국의 평균 수명이 현저히 낮아 선진국과 균형을 잡기 위한 설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 60〜65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7)고민정·이건웅.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노인놀이터. 스토리하우스. 2020. 27~29쪽.
미국의 국가사회보험학술원(National Academy of Social Insurance)에 따르면, 미국의 사회보험 수령 연령은 1955년생의 경우 66세이며, 60년생 이후는 67세로 점차 연령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의료보험의 경우는 65세 이후라면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혜택을 받는다. 캐나다의 경우 노인연금(Old Age Security)의 경우 65세부터 적용받는다.8)National Academy of Social Insurance(https://www.nasi.org). 검색일: 2018-09-15.
다음은 놀이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 의하면, 순수 우리말 ‘놀’에는 놀이, 장난 소리, 춤, 놀음, 쉼, 내기 등의 뜻을 함의하고 있는데, ‘놀’에서 파생된 ‘놀이’와 ‘놀음’은 그래서 뜻이 같다. 놀이는 “놀이의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 또는 그런 활동”을 말하며, 놀음은 놀이보다 폭넓게 쓰여 놀이의 뜻을 더해 “굿, 풍물, 인형극 따위의 우리나라 전통적인 연희를 통틀어 이르는 말”도 포함한다. 다만, 놀이와 놀음은 내기라는 뜻은 있지만, 도박을 뜻하는 ‘노름’과는 다르다. 놀이는 영어로 표현하면 그 뜻이 보다 선명한데, 놀이는 ‘play’, 놀음은 ‘game’, 운동은 ‘sports’로 나뉜다. 여기서 놀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으로 자유롭고 즐거운 활동을 의미한다.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오면서 더해지거나 빠지는 과정을 거쳐 놀이의 형식과 내용이 변모해 왔다. 모든 놀이는 규칙의 체계가 있다. 놀이라는 말에는 제약, 자유, 창의라는 관념을 결합한다. 놀이의 원천에는 근본적인 자유가 있다. 이 자유란 쉬고 싶은 욕구이며, 아울러 기분전환 및 변덕스러움의 욕구이다. 산스크리트의 ‘크리다티(kridati)’는 ‘놀다’, ‘장난하다’의 뜻을 갖고 있다. 크리다티는 ‘어른, 어린이 동물의 놀이’를 가리킨다. ‘파이디아(Paidia)’는 그리스어로 일반적으로 ‘놀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그 안에는 유희와 어린애 같은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9)로제 카이와. 이상률 옮김. 놀이와 인간. 문예출판사. 1994. 36~58쪽. 이러한 놀이와 장소가 결합한 대표적인 공간이 놀이터다.
놀이는 문화영역에서 놀이정신의 창조성에 대한 탐구이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저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놀이를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 행동 혹은 몰입 행위로,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규칙을 따르되 그 규칙의 적용은 아주 엄격하다. 놀이 그 자체에 목적이 있고 일상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라고 정의했다.10)요한 하위징아. 이종인 옮김.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2018. 80쪽. 또한, 프랑스 학자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는 놀이를 “자유롭고 자발적인 활동이며, 즐거움과 재미의 원천”으로 정의한다. 놀이에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놀이에는 놀이공간이 있으며, 시간의 제한, 즉 제약이 있다. 한정된 공간과 주어진 시간에서 일상생활의 혼잡하고 복잡하게 얽힌 법칙들 대신 자발적이고 명확하고 자의적인 규칙이 통용되는 것이 놀이이다. 놀고 싶은 사람만 놀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싶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노는 활동이 놀이다.11)로제 카이와. 앞의 책. 26~31쪽. 프리드리히 프뢰벨(Friedrich Froebel)12)프로벨(Friedrich Wilhelm August Frobel, 1782∼1852)은 유치원과 유아교육을 창시한 독일의 교육자이다. 은 “놀이는 이 시기 어린이들의 발달 특징이며, 어린이 생활 중 최고로 가치 있는 것”이고, 자기의 내면을 스스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고 자기 내면의 욕구와 필요를 외부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어린이의 가장 순수한 정신적 소산이라고 하였다. 또한, 자기 자신의 기쁨과 자유, 만족이기도 하며 휴식을 주고 외부와의 평화적인 관계를 맺어 주는 것이며 선천적, 내재적 능력의 개발의 수단 방법으로서는 신의 상징으로서 은물의 매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1989년에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의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 국가는 모든 어린이가 문화와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아동 발달에 있어 놀이의 중요 성은 두말할 것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놀이는 더이상 어린이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러한 놀이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하위징아는 놀이의 특징을 고정된 시간과 공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며, 놀이는 자발적 활동이며, 놀이에는 규칙이 있으며, 놀이에는 적극적인 참여가 전개된다. 또한, 놀이는 실제가 아닌 비사실성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며, 놀이는 외적 규칙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등의 여러 속성을 지니고 있다.13)김광웅. 아동놀이의 속성과 치료적 요소에 관한 고찰. 놀이치료 연구. 1999. 제2권 제4호. 49~51쪽. 가비는 놀이의 특성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놀이는 즐겁고 기쁜 것이다. 둘째, 놀이는 어떤 외적인 목적을 지니지 않는다. 셋째, 놀이는 무의식적이고 자발적이다. 넷째, 놀이는 놀이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놀이는 놀이가 아닌 것과 어떤 체계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앞서 노인의 개념과 특징, 놀이의 개념과 특징 등을 다루었는데, 이 두 용어를 합치면, ‘시니어 루덴스’라고 부를 수 있다. ‘시니어 루덴스’는 ‘시니어’와 ‘호모 루덴스’를 합성한 말로 여기에서 처음 만들었다. 호모 루덴스가 ‘놀이하는 인간’이라면 시니어 루덴스는 ‘놀이하는 노인’으로 해석된다. 나이가 들수록 놀이와 삶은 끈끈하게 결합되어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일반 서민의 평균 수명이 34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2.7세이며, 여성은 85.7세이고 남성은 79.7세로 우리 대부분이 80세까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세 세상을 넘어 120세까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그만큼 삶의 질 측면에서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60대 전후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이전 생애의 노인과 다른 액티브 시니어 세대로 학력과 재력, 운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세대들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남은 인생에 대한 이모작 삼모작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 여가를 즐기고 향유한다.
참고문헌
| 1. | ↑ | 조선일보. 2021-02-01. 교황, 세계 어르신의 날 제정 조부모는 종종 잊혀져. |
| 2. | ↑ | 윤상선. 어르신 생활체육 매니아의 경제ㆍ문화ㆍ사회적 자본과 건강증진 생활양식 및 성공적 노화 간의 인과관 계. 숭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14쪽. |
| 3. | ↑ | 권중돈. 노인복지론. 학지사. 2004. 20쪽. |
| 4. | ↑ | 같은 책. 21쪽. |
| 5. | ↑ | 최옥채·박미은·서미경·전석균.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양서원. 2002. 266~270쪽. |
| 6. | ↑ | 윤종영·안혜신. 노인의 흥미유발을 위한 운동기구 개발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2012. 제18권 제1호. 224쪽. |
| 7. | ↑ | 고민정·이건웅.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노인놀이터. 스토리하우스. 2020. 27~29쪽. |
| 8. | ↑ | National Academy of Social Insurance(https://www.nasi.org). 검색일: 2018-09-15. |
| 9. | ↑ | 로제 카이와. 이상률 옮김. 놀이와 인간. 문예출판사. 1994. 36~58쪽. |
| 10. | ↑ | 요한 하위징아. 이종인 옮김.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2018. 80쪽. |
| 11. | ↑ | 로제 카이와. 앞의 책. 26~31쪽. |
| 12. | ↑ | 프로벨(Friedrich Wilhelm August Frobel, 1782∼1852)은 유치원과 유아교육을 창시한 독일의 교육자이다. |
| 13. | ↑ | 김광웅. 아동놀이의 속성과 치료적 요소에 관한 고찰. 놀이치료 연구. 1999. 제2권 제4호. 49~5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