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재난, 사회적 불평등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도시는 더 이상 기존의 성장 방식만으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책은 이러한 시대적 조건 속에서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도시와 지역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을 모색한다.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공동체가 스스로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여섯 명의 저자가 함께 참여한 공동 작업으로, 도시 회복력의 개념과 정책 방향, 그리고 다양한 실천적 대안을 탐색한다. 재난이 사회적 불평등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약화된 사회적 연결망을 복원해야 할 필요성을 짚는다. 또한 기후위기와 인구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성장 중심의 도시 모델을 넘어 도넛 경제와 탈인구적 관점 등 새로운 전환의 방향을 제시한다.
한편 공공디자인과 시민 참여,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도시 공간과 정책을 재구성하는 실천적 접근도 함께 제안된다. 이 책이 말하는 회복력이란 단순한 복구나 탄성력이 아니라, 위기를 계기로 도시 시스템을 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즉, 재난 대응, 사회적 연결망, 기후 전환, 도시 디자인과 거버넌스가 서로 맞물려 작동할 때 도시의 회복력은 비로소 강화될 수 있다.
회복력 있는 도시는 결국 회복력 있는 시민과 시민사회,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 책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협력과 실천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질문하며, 오늘의 작은 대안과 실천들이 모여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남기는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위기의 시대, 지방정부에서 미래의 해법을 찾다.
공공의제연구소 오름이 『회복력 도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2024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선정된 전국 36개 지자체의 우수정책을 7개 분야(경제·불평등·인구·안전·기후·사회적 자본·공동체)별로 정리해 담았다. 이번 도서는 팬데믹, 기후재난, 전쟁, 초고령화, 불평등 심화 등 복합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에 지방정부가 어떻게 시민의 삶을 지켜내고 지역사회 회복력을 높여왔는지를 정리한 사례 모음집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007년부터 개최해 온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는 지방정부의 혁신정책을 발굴·확산하는 대표적 공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도서에는 2024년 대회에서 선정된 7개 분야 36개 우수사례가 수록되어 있다. 경제·산업, 불평등 완화, 인구구조 변화, 안전·재난관리, 기후·환경·생태, 사회적 자본, 공동체 강화 등 기초지방정부가 직면한 핵심 과제들이 생생한 현장 사례로 제시된다.
책은 특히 지방정부가 단순 행정 수행기관을 넘어 ‘회복력(resilience)의 설계자’로 변모하는 흐름에 주목한다. 지역 산업 구조의 전환, 협치 기반 농정, 이주민·청년·고령층 대상 포용정책, 기후위기 대응 도시모델, 공동체 기반 돌봄 등은 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온 지방정부의 실제 성과와 시행착오를 담고 있다.
또한 개별 성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의 기획-집행-평가 과정과 주민 참여 구조, 거버넌스 구축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지방정책 관계자, 연구자,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실무적으로 참조할 수 있는 정책 보고서이자 학습 자료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발간사에서 “이 책은 개별 지자체의 성취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더 회복력 있고 인간다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행정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가치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1960~70년대에 국가 주도의 권위주의적 방식을 통해 기술 발전과 산업화를 이루었다. 그 결과, 무한한 성장과 사회 진보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지금까지도 널리 퍼져있다. 산업화는 발전주의 도시화 를 촉진하여 도시 집중화와 경제 성장을 가속화했다. 하지만 도시 집중 화는 경쟁과 시장 논리를 강화하면서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주택, 쾌적한 환경, 다 양한 서비스 등의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은 기회에서 배제되며 점차 소외되었다.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축소되면서 경제적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고, 그로 인해 빈곤의 대물림, 차별 과 낙인, 건강 격차 등 사회적 불안정이 증대되었다.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에서 미국의 사례를 들어, 도시는 혁신의 중심이자 경제·사회적 진보의 모델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새로운 도시 위기’를 초 래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도시 간 분리와 계층화가 나타나고, 특권층과 빈곤층 간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또한 이러한 역진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무한 경쟁을 통한 사회 조화의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었고, 경쟁 중심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협력은 한계를 맞이했다.
압축적 근대화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구조적 불안의 심화다. ‘성장’과 ‘성공’이 오히려 ‘불안’과 ‘불행’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자살률 증가 추이를 보면, 1998년 외환위기, 2002~2003년 카드 대란,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시점에서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2012년 이후 자살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23년 현재 10 만 명당 27.3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률이 증가 하는 경향을 보인다.1)통계청(https://www.index.go.kr/unity/potal/indicator/IndexInfo.do?cdNo=2&clasCd=8&idxCd=8040. 2025-01-31 검색) 2024년에는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1만 4,439명이 자살했으며, 하루 평균 39.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2)통계청·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연합뉴스. 2025-02-26. 하루 40명 스스로 목숨 끊었다…작년 자살건수 13년 만에 최대 특히 30~50대 남성의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졌고, 전체 사망자 수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불평등 심화 와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고립과 불안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3)연합뉴스. 같은 기사.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1985년 부터 2021년까지의 자살률 그래프를 보면, 한국의 자살률(빨간색 선)이 OECD 평균(초록색 선)보다 월등히 높다. 이 그래프에서 2024년 잠정치를 포함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욱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보일 것이다.

2021년 대한신경과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1992~2005년 사이 한국 의 자살자 수가 330% 증가하였으며, 같은 기간 출생률이 1.76에서 1.08 로 급격히 하락했다. 199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였던 것 이 현재 3만 달러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은 오히려 3배나 늘 어났다.4)이관후. 2024. 『압축 소멸 사회』. 한겨레출판. 62쪽 이는 경제 성장으로 삶이 풍요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경 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그로 인한 불안이 가중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이를 ‘성공의 덫’이라고 표현한다. 이관후는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에 자살이 있으며, 개인의 자살이 결국 국가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5)이관후. 같은 책, 62쪽.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사회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경제 성장과 빈곤 탈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새로운 위 험과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이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되는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하며, 사회가 위험을 관리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사고의 배경에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벡은 자연적 위험과 별개로 인간이 만들어낸 ‘생산된 위험(manufactured risk)’이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보았다. 기후 변화, 글로벌 금융위기 (2008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대규모 재난은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 생산된 위험의 결과이며, 이는 벡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다.
한국 사회는 특히 발전주의적 도시화를 통해 위험을 확대·재생산해왔다. ‘폭압적 근대화’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군사독재 정권 시기부터 성장 중심의 개발 정책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2003년), 세월호 참사(2014년), 최근의 안성 교량 붕괴 사고(2025년)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외형적 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시민의 안전과 사회적 회복력과 같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은 간과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을 ‘아시아의 용’,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며, 개발도상국에서 빠르게 산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평가해왔다. 현재까지도 성장과 경쟁이 최우선 가치로 작용하면서, 사회적 안전망과 공동체 회복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결국 인류와 지구를 위협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량 생산과 소비 자본주의가 전세계로 확산 되었다. 이 시기는 ‘대가속기(The Great Acceleration)’라 불리며,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인류세는 네덜란드 기상학자 폴 크리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시기를 의미한다.
2024년 국제지질과학연맹의 소위원회에서 인류세 개념의 공식 지정 여부를 두고 투표가 진행되었으나, 66%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인류세의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와 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이 주요 반대 이유였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며,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인류세 개념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인정되었다. 특히, 인간 활동이 지구 시스템에 미친 급격한 변화를 수치로 보여주는 다양한 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음의 그림을 보면, 1950년을 기점으로 인구, 천연자원 사용, 댐 건설, 물 소비, 종이 생산, 교통량 등 사회·경제적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구 시스템 역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탄소 및 메탄 배출량, 지구 평균 온도, 해양 산성화, 열대우림 손실 등의 환경 지표가 우상향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인간의 경제활동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GDP를 증가 시켰지만, 그 대가로 지구 환경 시스템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지구 환경 시스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구위험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개념이다. 이 지표는 인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9개의 환경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6)‘지구위험한계선’은 2009년 스웨덴의 환경과학자이자 스톡홀름 리질리언스센터 소장을 지낸 요한 록스트륌(Johan Rockstrom) 등 환경과학자와 지구과학자들이 제시했다. ▲기후변화(이산화탄소 농도, 에너지 불균형), ▲생물권 다양성(멸종률, 생태기능 상실), ▲토지사용, ▲담수사용(토양저장 및 증발, 식물에서 나오는 빗물, 강/호수/땅에서 나오는 물), ▲생물지구화학 순환(인, 질소), ▲해양산성화, ▲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합성화학물질(플라스틱 포함) 등 9개 환경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1개 이상의 요소가 지구위험한계선을 넘어설 경우 기하급수적인 환경 변화가 일어나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리질리언스 센터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감소, 기후 변화, 토지 및 담수 자원 고갈, 생물지구화학 순환 변화, 미세 플라스틱 및 합성 화학물질 등 6개 이상이 이미 위험 한계를 초과한 상태다. 이는 우리가 언제든 예측 불가능한 환경 재앙을 맞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의 위험은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넘나 들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위험 간의 연결성과 상호작용으로 인해 시스템의 복잡성이 증가하면, 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위험의 발생 시점과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불확실성이 극대화된다.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이러한 복합적 위험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7)서지영·박병원·이성호·조규진·윤정현. 2014. 『미래 위험과 회복력』. 한국기술정책연구원. 1-3쪽의 내용을 참고하여 재정리하였다. 카트리나로 인해 약 2천 명이 사망하고 6천 명 이상이 실종되었으며,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남부 뉴올리언스 지역은 피해가 극심했는데, 이는 도시화 과정에서 저지대에 주거 지역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재난 발생 후에도 시 당국의 미흡한 대응과 예산 삭감으로 인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
저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흑인이었으며, 경제적 빈곤층 에 속해 재난 대비 능력이 부족했다. 침수로 인해 피해가 더욱 심각해 졌고, 이 과정에서 인종 간 갈등까지 겹쳐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었다. 카트리나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주거 환경의 구조적 취약성, 미흡한 재난 대응 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불균형한 피해가 결합한 복합적 위기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자연재해가 사회·경제적 취약성과 결합할 때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은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기적 결함으로 발생한 이 화재는 수천만 명의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했으며, 비용 절감을 위해 재난 대응 시스템이 미비했던 점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 이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이 최우선 가치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효율성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개념으로,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비용 편익 분석과 단기 수익 증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며, 경제 활동의 신속성과 최적화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에서는 완충 장치나 중복·반복 시스템이 비효율적인 요소로 간주되어 제거되기 쉽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의 경우도 백업 시스템과 재난 복구 시스템이 부실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효율성 추구 때문이었다.
비슷한 원리는 농업에서도 발견된다. 특정 작물의 단일 재배는 성장 속도 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병충해에 취약하여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천연자원의 무분별한 채굴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 역시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접근 방식의 결과다. 그러나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회복력은 약화된다.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완충 기능과 중복 시스템이 제거될 경우, 위기 상황에서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 오히려 인류 생존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인류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앞세워 발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적응성과 회복력을 중심으로 하 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8)리프킨, 제러미. 안진환(역). 2022. 『회복력 시대』. 민음사. 고 강조한다. 또한 줄리아 토마스(Julia Thomas)는 “우리는 이제 성장이라는 신화를 넘어서야 한다. 진정한 희망은 더 큰 형평성과 친절, 그리고 회복력에서 찾아야 한다”며, 기존의 생산성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함을 주장한다.9)한겨레신문. 2023-07-03. 대멸종 부른 ‘우상향 성장 신화’, 인류세 시대에 버려야 할 것들(인류세 역사학자 줄리아 토마스 인터뷰).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단순한 경제적 변화가 아니라, 세계관, 경제 시스템, 시간과 공간의 개념, 인간성과 삶의 방향, 지구와의 관계까지 재평가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바로 이러한 사고를 지탱하는 개념이 ‘회복력(리질리언스, resilience)’이다.
현대 사회의 복합 위기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효율성과 생산성 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결과다. 과학기술과 산업 생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위험 또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었으며,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엄청난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관행으로는 기후 위기, 디지털 사회 전환, 산업 및 인구 구조 변화와 같은 시대적 도전에 대응할 수 없다. 특히 생산성과 최적화를 극대화하는 경제 시스템은 급변하는 환경과 복잡한 사회적 변화를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기존에는 재난 관리가 공공 부문의 역할로 인식되었으나, 회복력 중심의 사고에서는 공공뿐만 아니라 개인, 시민사회, 기업 등 민간 부문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
위험이 항상 시스템 내부에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적응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 속에서 위험 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위험 요소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형태의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대에 맞서 적응과 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다. 즉, 예측 불가능한 위기에 대비해 피해의 최소화, 취약성 개선, 변화에 대한 적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위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10)Walker, B. et al. 2004, “Resilience, adaptability and transformability in social–ecological systems”, Ecology and Society, 9(2), p. 5.
궁극적으로 더 나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 또한 회복력 사고의 핵심이다. 변화와 충격이 오히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과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 모두가 사회의 회복력에 달려 있다.11)전대욱. 2013. “시스템의 회복성에 대한 이론적 검토와 시스템 다이내믹스 방법론의 적용”. 『한국 시스템다 이내믹스 연구』, 14(2).
변화나 교란이 초래하는 충격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를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스템 사고란 개별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전체 시스템이 작동하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는 로마클럽 회원이자 『성장의 한 계』를 저술한 도넬라 H. 메도즈(Donella H. Meadows)가 『Thinking in Systems』에서 강조한 개념이기도 하다.
메도즈에 따르면, 시스템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관되게 조직되고 상호 연결된 요소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시스템은 크게 요소, 상호연관성, 기능 또는 목적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학교라는 시스템은 학생, 교사, 행정 직원, 급식 노동자, 교육 과정, 교실, 운동장 등으로 이루어지며, 이 모든 요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특정한 교육적 목적을 수행한다. 이러한 개념은 도시, 기업, 공장, 마을 등 다양한 사회 구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시스템이 과도한 압력을 받을 경우 일시적으로 기능이 마비될 수 있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진다면 다시 복원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풍이나 홍수가 발생했을 때 공동체가 협력하여 신속하게 복구 작업을 수행하면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메도즈는 이러한 시스템 의 복원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회복력(Resilience),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계층성(Hierarchy)을 제시한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단순한 안정성이나 생산성보다 시스템의 장기적 생존을 결정짓는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만약 단기적인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복력, 자기조직화, 계층성을 희생한다면, 시스템은 오히려 더욱 취약해지고 위기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즉, 단기적인 생산성과 최적화만을 추구하는 접근 방식은 장기적으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회복력 사고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어떤 변화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원칙이 되어야 한다.
회복력(Resilience)은 사전적 의미로는 “눌리거나 늘린 뒤 본래 모양 이나 위치 등으로 다시 튀어 오르거나 돌아가는 능력으로 탄력성, 힘이나 정신, 좋은 기분 등을 신속히 회복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시스템이 외력에 의한 변화를 겪은 뒤 복구하거나 복원하거나 회복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다양한 환경적 변수를 견디며 살아가는 능력을 재는 척도로도 활용된다.12)메도즈, 도넬라. 김희주(역). 2022. 『시스템 법칙』. 세종. 135쪽. 회복력은 ‘리질리언스’, ‘회복탄력성’ 등으로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메도즈는 인간의 몸을 예로 들어 회복력 개념을 설명한다. 인간의 몸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생리적 균형을 유지하며, 면역체계를 통해 외부 침입자를 막고, 찢어진 상처를 재생하며,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등 자체적으로 회복력을 발휘한다. 학습, 사회화, 기술 고안 등 자기조직화 능력 까지 더해진 적응 능력은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서지영 외(2014)는 회복력을 기술적(공학적), 생태적, 사회적, 사회 생태학적 리질리언스로 구분하여 설명한다.13)서지영 외. 앞의 책. 16-22쪽. 첫째, 기술적(공학적) 회복력은 손상이 가해진 부분이 빠르게 복구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상태로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회복되는 시간, 예측 가능성 등이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
둘째, 생태적 회복력은 기술적 회복력과 같이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 교란이 되더라도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즉 자기 재조직화를 통한 생태계 유지 능력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속가능성, 변화, 예측 불가능성과 관련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회복력은 사회 또는 공동체가 사회적, 정치적, 생태학적 변화에서 기인하는 외부 충격과 위험을 다루는 능력으로,14)Adger, W.N.(2000), “Social and ecological resilience: are they related?”, Progress in Human Geography, 24(3), pp. 347–364 ; 서지영 외. 앞의 책(재인용). 혼란 속에서도 본래의 기능과 구조,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15)Walker et al., 앞의 논문. 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저출생,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사회보장시스템의 사회적 자원배분 제도에 가해지는 충격 또는 홍수, 태풍,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한 충격과 복구, 그리고 자원분배의 문제를 다룬다. 일반적으로 생태학적 회복력과 이론적 기반을 공유한다.
넷째, 사회생태학적 리질리언스는 사회 시스템과 생태 시스템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두 시스템 간 행태와 구조의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음으로 개념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출발 한다.16)서지영 외. 앞의 책. 19쪽. 초기의 기술적·공학적인 회복력 개념인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가다’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혼란을 흡수, 적응, 전환하는 과정과 능력으로 개념이 확장된다. 워커와 솔트(Walker & Salt, 2006), 칼 포크(Carl Folke, 2010), Resilience Alliance, OECD(2014) 등은 이러한 변화, 교란, 충격 속에서 회복력을 유지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강조하며, 나아가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환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유지’ 개념은 현재의 사회생태시스템 상태를 유지하거나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려는 전략을 의미한다. ‘적응’은 사회생태시스템 내 여러 장치를 통해 규모가 큰 재해에도 시스템의 기능과 구조를 유지하는 전략으로써,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학습, 경험 축적 역량, 행위 자들의 역량을 통해 현재 시스템의 발전을 지속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전환’은 기존 사회생태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때, 완전히 다른 사회생태시스템으로 전환하여 원하는 기능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말한다. 시스템을 혁신하거나 재구조화하여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스미스와 스털링(Smith & Stirling, 2010)은 시스템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까지 연구 범위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회복력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사회 시스템의 핵심 변수—이데올로기, 가치 체계, 행위 집단의 특성, 학습 수준, 네트 워크, 조직 구조, 제도, 거버넌스 체계, 정치적 역학 관계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17)서지영 외. 같은 책. 20쪽(재인용). 이처럼 자연적, 사회적, 기술적 복합 위기 속에서 회복력 개념의 다양성은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생태학적 리질리언스로의 개념의 확장은 복합 위기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확장된 개념을 바탕으로 한 회복력은 사회 시스템과 생태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며 융합된 ‘사회생태시스템’으로 이해된다. 즉, 인간은 지구의 생물권 속에서 자연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며, 이 사회생태시스템의 일부로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며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것은 회복력 개념과 배치된다.
그동안 과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생물물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 의 연구자들은 외부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개별 분야로 세분화하여 대안을 찾는 ‘환원주의적 접근’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단편적으로 해석하게 만들었으며, 사회와 생태계가 밀접하게 연결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기후·생태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대 사회에서, 회복력을 개별적으로 분절된 개념으로 접근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 사회생태시스템이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다.
결론적으로, 회복력은 단순한 복구 능력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대기권, 대륙권, 수권, 생물권 속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 간의 ‘공존과 공생’을 이루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사전적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충격과 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는 것, 바로 이것이 회복력 사고의 본질이다.
회복력 개념은 생태학자 C.S. 홀링(C.S. Holling)이 1973년 발표한 논문 「생태계의 리질리언스와 평형」에서 학문적으로 체계화되었다.18)이 논문은 ‘가문비나무눈벌레와 생태계의 복원력’에 대한 연구로서, 가문비나무 눈벌레가 대량 발생에 따른 캐나다와 미국의 산림 당국이 살풍제를 살포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이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다.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과정에서 다른 곤충, 새, 포유류까지 피해를 입었고, 장기적으로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홀링의 연구 결과, 굳이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숲은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 연구는 적응 주기에 바탕을 두고 연구했고, 이것이 회복력 사고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사회생태시스템, 경제시스템, 도시계획 등에도 적용되면서 회복력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다. 초기에는 공학적 회복력(engineering resilience)과 생태적 회복력(ecological resilience)이라는 비교적 협소한 개념으로 해석되었다.19)워커, 브라이언·솔트, 데이비드. 고려대 오정에코리질리언스연구원(역). 2015. 『리질리언스 사고』. 지오북 그러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회복력 개념이 본격적으로 사회학과 경제학 분야로 확장되었다.
이후, 사회학과 생태학을 융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홀링을 중심으로 ‘리질리언스 얼라이언스(Resilience Alliance)’라는 연구 단체가 설립되었다. 이를 계기로 경제, 도시, 해안 회복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회복력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4~2017년 중기 전략에서 기후변화 및 생태계 관리 부문에서 회복력 개념을 공식적으로 도입하였으며,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 을 주요 성과 목표 중 하나로 설정했다.
2015년 UN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로 결의하였고, 이 과정에서 회복력이 주요 개념으로 다뤄 졌다. 회복력 있는 사회기반시설 구축,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 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 기후 변화 대응과 육상 생태계 복 원 등이 목표로 설정되었다.
1990년 UN의 후원으로 창립된 세계지방정부(ICLEI, 이클레이)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10대 의제 중 하나로 ‘리질리언트 시티 (Resilient Cities)’를 선정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평가·선정하는 연례 회의를 개최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해당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으 며, 대신 ‘Daring Cities’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도시 회복력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Climate Resilient Cities’ 프 로그램을 통해 기후 변화에 취약한 도시들과 협력하며, 회복력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록펠러 재단 또한 전 세계 도시들이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충격과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100 Resilient Cities(100RC)’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100개 도시의 취약성을 분석하고, 각 도시가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에 종료되었으나, 핵심 팀원들은 ‘Resilient Cities Catalyst(RCC)’라는 새로운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여 회복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100RC 네트워크의 도시들은 ‘Resilient Cities Network’를 구성하여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 차원에서도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 회복’을 추진하고 있고, 시애틀은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여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호주의 시드니는 ‘가로수 마스터플랜 2023’을 통해 지역사회의 건강과 웰빙을 개선하고 회복력 있고 매력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유럽의 네덜란드, 핀단드, 스웨덴 등도 도시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회복력 사고의 핵심 틀은 ‘문턱’과 ‘적응 주기’이다. 회복력이 높은 사회생태시스템은 외부 충격과 교란이 발생하더라도 쉽게 붕괴하지 않으며, 바람직하지 않은 체제로 변환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턱과 적응 주기를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인 위기 관리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문턱이란, ‘구덩이 속의 공 무형에서의 시스템’ 그림에서 보듯이, 현재 시스템이 변화하여 새로운 상태로 전환되는 임계점을 의미한다. 이는 통제 변수(control variable)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20)워커 외. 같은 책. 100쪽. 통제 변수는 시스템 내 다른 변수들의 값을 결정하는 요소로,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시스템은 본래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시스템의 회복력은 문턱과의 거리로 측정될 수 있다. 즉, 문턱에 가까워질수록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지며, 작은 충격에도 다른 체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턱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이를 미리 인식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문턱을 넘어선 후에는 회복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21)워커 외. 같은 책. 115쪽.

따라서 회복력 관리는 사회생태시스템이 서로 다른 체제로 전환되는 ‘문턱’에서 작용하는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속가능성 개념 또한 문턱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 위치를 파악하며, 문턱과 연계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23)워커 외. 같은 책. 115쪽.
앞서 각주에서 상술한 홀링(C.S. Holling)이 연구한 가문비나무눈벌레 방제 사업 사례는 문턱을 인지하지 못한 자원 관리의 실패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무분별한 방제 정책으로 인해 생태계의 균형이 붕괴되었고, 이후 복구가 어려운 상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문턱을 넘어선 후에는 단순한 복원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회생태시스템은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로, 예측 불가능성과 비선형성(Non-linearity)이 특징이다. 단순한 복합계(complex system)와는 달리, 복잡적응계는 외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기계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복잡하지만,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그 반응 방식은 선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반면, 복잡적응계는 내부 요소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외부 충격에 대해 비선형적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복잡적응계는 홍수, 산불, 금융위기, 시장변화, 원전 폭발 등의 예기치 않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거나 심지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전환될 수도 있다.24)워커 외. 같은 책. 71-75쪽.
이러한 복잡적응계 시스템은 일정한 주기(cycle)를 따른다. 마치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노화하여 결국 죽는 것과 같은 과정이 사회와 생태계에도 적용된다. 홀링은 앞서 언급한 1973년 논문에서 ‘적응 주기(Adaptive Cycle)’ 개념을 제안하여, 시스템이 외부 충격에 반응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적응 주기는 성장, 보전, 해체, 재구성이라는 4단계로 이루어진다. 성장(Growth)은 시스템이 점차 확장되며 자원을 축적하는 단계, 보전(Conservation)은 시스템이 안정화되며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단계, 해체(Release)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시스템이 붕괴하거나 재구성이 필요한 단계, 재구성(Reorganization)은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단계를 의미한다.
사회 시스템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성숙과 붕괴, 혁신과 재구성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자연과 사회 모두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복구를 넘어 ‘적응과 혁신’이 필수적이다.
상술한 칼 포크(Carl Folke)의 회복력 개념을 기반으로, 적응 주기 모델을 도시계획에 적용한 사례를 보면, 도시가 외부 충격을 받은 이후 어떻게 회복되는지 그래프로 시각화할 수 있다. 충격 이전과 이후의 도시 성능을 비교하면, 완충성과 내구성이 높은 도시는 충격을 흡수하고 새로운 균형 상태로 빠르게 전환된다. 반면, 회복력이 낮은 도시는 해체 단계에서 원래 상태로 복구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쇠퇴를 겪는다.
이 그래프에서 회복력(Resilience)이 강한 도시는 충격 후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으로 진화하며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도시의 회복력 강화를 위해서는 ‘가외성(Redundancy)’, ‘내구성(Durability)’, ‘신속성(Rapidity)’ 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충격을 흡수하고 더 나은 상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외에도 회복력 강화 요소에는 다음 절에서 소개할 다양한 원리들이 포함된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적응 주기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사회생태시스템은 높은 회복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개별 개체와 공동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도시(지역사회)의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별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구조와 상호 의존성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복합적인 위기를 진단하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스템은 사회, 경제, 생태, 도시계획 등 분절된 분야별 관리와 정책 생산 방식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회복력 관점에서는 사회와 생태 시스템을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인식하고, 위험의 범계를 넘어선 통합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유념하며 본 절에서는 회복력 구축을 위한 원칙과 전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회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원칙을 제시했으며, 26)워커와 솔트(Walker et al., 2015)는 다양성, 생태적 변이, 모듈화, 느린 변수의 인정, 견고한 피드백, 사회적자본, 혁신, 중복된 거버넌스, 생태계 서비스를 제시했다. 록펠러 재단은 성찰성, 통합성, 변통성, 가외성, 내구성, 유연성을, 오루크(O’Rourke)는 가외성, 내구성, 자원부존성, 신속성을 회복력 요소로 제시했다. 빅스 외(Biggs et al., 2015)는 다양성, 중복성 유지, 연결성 관리, 느린 변수 및 피드백 관리, 복잡한 적응시스템 사고 육성, 학습 장려, 참여 확대, 다중 중심 거버넌스 촉진을 제시했다. 이는 회복력 사고를 정책적으로 구현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다. 연구자들이 제시한 원칙을 바탕으로, 회복력 강화를 위한 주요 요소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다양성과 중복성은 위기와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이다. 획일화된 구조보다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 시스템이 위기 상황에서도 더욱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업에서 단일 품종 재배는 생산성 측면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병충해나 기후 변화와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다양한 작물을 함께 재배하는 방식은 특정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여 위기 대응력을 높인다. 자연생태계에서도 종다양성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기후 조절과 영양 순환과 같은 생태계 서비스를 지속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회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 다양한 사상과 지식, 다양한 조직과 행위자들이 존재하는 사회일수록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진다. 이러한 다양성은 사회적 적응성을 높이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중복성의 개념도 중요한데, 이는 위기 상황에서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예비 용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존 병원 시설만으로는 모든 감염 환자를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기존의 시설 외에도 임시 병원을 활용하는 방안이 도입되었다. 이러한 대체 기능과 백업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을 때,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회복력 있는 경제 시스템에서도 다양성과 중복성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탄소 배출 없는 회복력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320개 이상의 새로운 직업군을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생태적 변이는 자연생태계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임을 인정하고, 이를 억제하기보다는 수용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들은 대부분 생태적 변이를 줄이거나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27)워커 외. 앞의 책. 228쪽. 산림 관리를 예로 들면, 획일적인 벌목과 조림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산림 생태계를 파괴하고 탄소 흡수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대규모 산불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생태적 변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관리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전략이다.
모듈화는 위기와 충격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한정된 영역에 가두고,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 개념이다. 현대 사회는 고도로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특정 시스템이 과도하게 연결되어 있을 경우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체 시스템이 급속도로 붕괴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는 세계 금융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초래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도 과도한 글로벌 공급망 의존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동시다발적인 충격을 주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연결된 구조를 탈피하고, 보다 모듈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경제의 경우 중앙집권적인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정부와 기업이 독점하는 형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분산형 시스템을 통해 경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순환경제나 사회연대경제28)워커 외. 앞의 책. 228쪽. 모델을 활성화하면 지역사회가 외부 충격에도 독립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 경제 모델도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과 수익을 공유하는 정책은 인구 유입을 증가시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에너지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회복력 관점에서 더욱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
느린 변수를 인정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구덩이 속의 공 모형에서의 시스템’ 개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스템이 문턱을 넘어 바람직하지 않은 체제로 변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시스템 내부에서 천천히 진행되지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식별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정책을 수립·집행·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느린 변수에는 토양 조성, 토양의 질과 인의 농도, 기후 변화, 물 사용량, 화석 연료 의존도와 같은 환경적 요소들이 포함된다. 또한, 세계관, 가치, 전통, 법과 제도와 같은 사회적 요인들도 시스템의 안정성과 회복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이처럼 환경적·사회적 변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사회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느린 변수를 고려하는 것은 단순한 시스템 관리 차원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에 문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빙하가 붕괴하는 임계온도에 도달하기 전에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문턱을 방치할 경우, 우리가 맞닥뜨릴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느린 변수를 인정하고 문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피드백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빅스(Biggs) 외 연구진은 시스템이 교란이나 위기를 겪었을 때, 그 영향이 해당 시스템 내부로 빠르게 전달되고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면, 시스템 자체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29)빅스, 레넷·슐뤼터, 마야·스쿤, 마이클 L . 김정규·전진형·김민(역). 2023. 『회복력 원칙』.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즉, 피드백이 원활하게 작동할 경우, 인간은 문턱을 넘는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대응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문턱을 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과 포괄성은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 소통, 호혜성의 규범, 참여, 네트워크 등 사회적 협력을 촉진하는 관계 자원으로, 겉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지만 사회적 위기와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복합적인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인과 조직의 사회적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 회복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소자를 포함하는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재난과 위기에 특히 취약한 장애인, 노인, 아동, 이주민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들이 사회적 보호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소수자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공동체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공동체의 문화와 규칙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약소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질 때, 회복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혁신과 참여, 학습 역시 회복력 강화를 위한 핵심적인 원칙이다. 혁신은 시민 참여와 학습, 실험을 통해 이루어지며, 변화하는 사회·생태 시스템에 대한 적응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빅스 외 연구진은 기존의 사고와 지식에 고착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며 새로운 지식과 대안을 창조하고 평가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30)** 사회·생태 시스템에서의 지식과 관리 방식은 본질적으로 불완전성과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 변화와 돌발적인 상황을 인정하고, 다양한 지식의 학습과 실험을 통해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회복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의 경험적·전통적·지역적·사회생태적 지식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 해녀들은 수십 년간 바다에서 활동하면서 수온 변화, 해양 생물 개체 수 감소, 조류 변화 등을 직접 경험하며 축적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나 연구기관, 환경단체는 해녀들과 협력하여 전통 지식을 기반으로 해양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전통적 지식이 무시되었을 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역 주민들이 해당 지역이 과거부터 침수 위험이 높은 곳이라며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이 이를 무시한 결과였다. 참사 전날에도 주민들은 경고했으나, 공식적인 데이터만을 신뢰하는 관료적 대응 방식이 문제를 키웠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축적한 경험과 전통 지식이 단순한 민간의 우려가 아니라, 실제로 중요한 환경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한 지식이 교류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실험이 이루어질 때, 공동체는 위기와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아울러, 기후 위기와 인구 구조 변화 등 현대 사회가 맞닥뜨린 복합적 위기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과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생각과 이익을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공생적 접근 방식이야말로 회복력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단일한 하향식 거버넌스 구조는 위기 대응과 회복력 구축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빅스 외 연구진은 ‘다핵형 거버넌스(Polycentric governance)’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중복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위기 상황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회복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다핵형 거버넌스란 다중심적이고 중첩적인 구조와 기능을 갖춘 관리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단일한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라 여러 개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중심들이 공존하는 시스템을 뜻한다31)Ostrom, V., 1973. The Intellectual Crisis in American Public Administration32)* Ostrom, V., C. M. Tiebout, & R. Warren, 1961. The Organization of Government in Metropolitan Areas: A Theoretical Inquiry.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55, pp.831-842. 즉, 단순성과 간결함, 일관성보다 다양성과 복잡성, 그리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민주적인 관리 체계를 지향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단일하고 하향식인 구조는 효율성 면에서는 뛰어날 수 있지만,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다핵형 거버넌스는 분산된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변화와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더욱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즉각적인 일관성이 없는 ‘지저분한’ 구조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반영됨으로써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다핵형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는 복수의 관리 단위를 통해 학습과 실험의 기초를 마련하고, 다양성, 모듈성, 중복성을 구축하며, 그룹 간 연결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행정 기관의 의사결정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수평적 차원에서 다양한 행위자 간의 협력과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특히, 정책 결정의 초기 단계부터 여러 행위자가 참여해야 공적 사안에 대한 논의가 더욱 포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33)안승혁·소윤미·류호재·한민호·윤순진. 2023. “해상풍력 입지 선정 과정에서 복합적 갈등의 제도적 해결 방안: 다층적 거버넌스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 19(2). 43쪽.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중요한 연대 주체로 기능했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기 대응과 회복력 강화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더 강한 사회적 연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다핵형 거버넌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원의 접근권과 소유권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될 경우, 자원의 파괴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후·생태 위기 상황에서는 공공재와 공유재의 확보가 필수적이며, 지역사회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더 나아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공유하며, 나누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34)한디디. 2024. 『커먼즈란 무엇인가』. 빨간소금. 18-20쪽를 의미하는 ‘커먼즈(Commons)’ 개념을 활성화하는 것도 회복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커먼즈는 단순한 자원의 공유를 넘어, 공동체가 신뢰와 연대의 문화를 형성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나눔과 공존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지역 사회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들이 생태계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는 다양한 혜택을 의미하며, 농업, 천연자원, 산림, 초원, 수생 생태계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생태계는 에너지와 필수품 공급, 종자 식물의 수분(受粉)과 해충 방제, 깨끗한 물과 공기의 공급, 수질 정화와 홍수 조절, 식량 공급, 영양분 순환, 기후 조절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도 기여한다. 생태계 서비스는 생물 다양성 보존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개념이다.
그러나 생태계 서비스가 파괴될 경우 생물 다양성 손실, 코로나19 발생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확산,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 증가 등의 문제를 초래하여 인간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토지 파괴, 공장식 대량 축산 시스템, 야생동물 남획 등은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시스템의 내구성(Robustness)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파괴적 요소로부터 벗어나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경제 분석 체계에서는 지구와 지구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반영되지 않는다. 천연자원 등을 이용함에 있어서 전통적인 투입산출 분석이나 비용-편익 분석에서 생태계 서비스는 비효율적인 요소로 간주되어 시장 가치로 평가되지 않는다.35)워커 외. 앞의 책. 232쪽 이러한 시장 논리는 자연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으며, 그 결과 자원 고갈, 환경 오염, 탄소 배출 증가 등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확장된 투입-산출표 개념을 도입하여 경제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재화와 서비스 생산·교환 과정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포함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36)Daly, Herman. 1968. “On Economics as a Life Scienc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76(3). pp.392-406 ;김병권. 2023. 『기후를 위한 경제학』. 착한책가게. 126-127쪽(재인용). 즉, 확장된 투입-산출표에서는 최종 소비재의 생산과 소비 과정뿐만 아니라, 원료의 추출 단계부터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사용된 전력과 에너지의 양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사용 이후 발생하는 폐기량까지 포함하여 생태계 서비스의 이용이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37)루이스, 마이크·코너티, 팻. 미래가치와 리질리언스 포럼(역). 2015. 『전환의 키워드, 회복력』. 도서출판 따비. 57-58쪽.
회복력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과 계획을 설정하는 추진 전략이 필수적이다. 마이크 루이스와 팻 코너티(Mike Lewis & Pat Conaty)는 회복력 구축을 위한 전략으로 커먼즈(commons)의 확보, 민주주의 재창출, 사회연대경제 구축, 인류와 지구의 문제에 대한 가치 측정을 제시했다.38)루이스 외. 같은 책. 58-84쪽 이들이 제시한 전략과 앞서 다룬 회복력 원칙을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을 네 가지 핵심 영역에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다만,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이 영역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후·생태 회복력과 사회·경제 회복력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방식은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회복력 관점에서 어긋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기후·생태 회복력이란 기후 변화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생태계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상태로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생태계가 가뭄, 홍수, 폭염 등의 기후 변화 충격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능력, 인간 사회와 생태계가 함께 변화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생태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그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기후·생태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는 토양 보전 및 녹지 조성,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 그린 인프라 구축, 자연재해 대응 방안 마련, 지역 생태계 복원 및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 등이 제시된다. 네덜란드의 ‘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는 기후 회복력 강화를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 홍수 위험이 매우 크다. 기존의 인공 방파제와 제방 중심의 홍수 관리 방식은 유지비가 높고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네덜란드는 강 주변의 자연 습지를 복원하여 홍수를 완충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방을 높이는 대신 자연적인 물길을 확장하여 하천이 범람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으며, 그 결과 홍수 위험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수질 개선과 생물 다양성 증가에도 기여했다. 이처럼 자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자정 능력과 회복력을 활용하는 방식은 한국의 4대강 사업과 근본적인 철학과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사회적 회복력은 개인, 공동체, 사회가 경제 위기, 사회적 갈등, 기후 변화, 전염병, 자연재해 등의 충격이나 위기 속에서도 붕괴되지 않고 적응하며, 오히려 더 나은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조, 제도, 문화가 포괄적이고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하며, 위기 상황에서 신뢰와 연대,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민 참여와 공동체 강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사회적 연대 및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정책 마련이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주요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모든 시민을 위한 교육 확대, 사회 안전망 강화, 포괄적인 노동 정책, 재난 취약 계층의 안전 시스템 강화, 강력한 공공 건강 시스템 구축, 응급 의료체계 개선, 안정적인 식량 공급, 포용적인 공공 공간 구축 등이 회복력 강화를 위한 세부 전략으로 제시될 수 있다.
특히,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발생 시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팬데믹 상황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긴급 생계 지원 정책이 시행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비록 피해를 막기에는 부족했지만, 이러한 정책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적 회복력은 금융 위기, 자연재해, 팬데믹, 전쟁 등의 외부 충격 속에서도 경제 시스템이 기능을 유지하고 빠르게 회복하거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더 강한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경제 시스템이 급격한 충격을 받았을 때 완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의 다변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기술 혁신, 산업 구조 전환, 기후 변화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생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경제 시스템을 조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는 정부의 독단적인 방식이 아니라, 지역사회 시민과 함께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제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사회적 회복력 전략이 결정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022년 6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효율성 중심에서 회복력 중심의 경제사회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회복 탄력성과 협력이 혁신 생태계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였으며, 대기업 중심의 수직 계열화 방식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위기 발생 시 충격을 분산시키고, 집합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역량 강화와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39)경향신문. 2022-06-08. 디지털 전환·혁신 생태계 재편·정부 역할 재정립…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전략 필요(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와 관련하여 유럽에서는 리빙랩(Living Lab) 모델이 확대되면서, 위기 상황에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는 단순히 기업 단위의 변화가 아니라, 환경·생태에 배치되지 않은 지역 경제 모델과 사회적 경제(사회연대경제), 포괄적 금융, 재생에너지 확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 주민 참여형 경제 모델은 지방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적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을연금 모델 또한 경제적 회복력을 높이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프라 회복력은 자연재해, 기후 변화, 테러, 기술적 장애 등의 다양한 위협 속에서도 사회의 핵심 인프라(교통, 에너지, 수도, 통신 등)가 기능을 유지하거나 신속하게 복구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순히 기존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을 넘어, 접근성이 보장된 사회적 기반 시설과 서비스를 구축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 변화, 도시화의 가속화, 디지털 전환 등의 영향으로 인해 인프라 회복력은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고, 기후 및 생태 회복력을 갖춘 지속 가능한 도시와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포용적이고 친환경 생태적인 기반 시설 구축, 여분의 용량(capacity) 확보, 안정적인 수도 및 위생 시스템, 녹색 교통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강화, 위험 모니터링 및 평가 체계 구축, 데이터 기반 시설의 사이버 보안 강화 등이 필수적인 전략으로 제시된다.
한국 사회는 지금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 경쟁 중심 사회의 인간성 파괴, 성장주의로 인한 기후·생태 위기, 양극화 심화, 가계부채 증가와 사회 안전망 붕괴, 디지털·AI 사회로의 전환과 이에 따른 새로운 위기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과 지방 소멸이 심화되면서 지역사회가 겪는 만성적 스트레스는 이러한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며 예측 불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의 불확실성 속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과거의 실패한 패턴으로 회귀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종주의, 국가주의, 전제주의적 흐름이 강화되며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민주주의의 퇴보가 목격되고 있으며, 기후·생태적 위기와 경제적 위기가 얽히면서 사회 전반에 더 복잡한 위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한 영역에서 발생한 위기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사회 전반의 위기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 속에서 회복력을 적용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첫째, 회복력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가?”
“둘째, 정의로운 회복력을 실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서지영 외(2017)의 연구에서는 회복력이 사회적 정당성을 본질적으로 내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즉, 어떤 위험에 대응할 것인지, 누구를 위한 회복력인지, 그리고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는 특정 집단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복력 또한 다른 가치와 마찬가지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위험을 수용할 수 있는 기준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은 지역의 지형적·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누구를 위한 회복력인가?’라는 질문은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회복력을 논의할 때 반드시 마주해야 할 핵심 쟁점이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예로 들어보자. 이 영화는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한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한다. 생존자들은 아파트 주민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하지만, 외부인을 배척하며 점점 극단적인 생존 방식을 택한다. 아파트의 리더(이병헌 분)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었고, 주민들은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규칙을 세웠다. 그러나 공동체 내부에서는 내부인과 외부인을 구분 짓고, 외부인을 ‘바퀴벌레’처럼 취급하며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정당화한다. 내부와 외부를 나누고 배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회복력의 모습인가? 결국 이 체제는 생존을 위한 단결과 협력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잃고, 폭력과 독점, 내부 갈등으로 인해 붕괴하고 만다. 반면, 아파트라는 공간을 고집하지 않고 외부인들과의 공존을 이야기한 이들은(박보영 분, 외부인들) 결국 새로운 기회를 찾아 탈출에 성공한다. 이 영화는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가 선택하는 방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강한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권력과 자원 배분의 불평등 문제도 회복력 사고에서 중요한 논점으로 다뤄져야 한다. 한상진(2020)은 회복력이 지속가능발전 개념보다 인간 사회와 자연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보다 명확하게 다루고 있으며, 경제 성장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평가한다.40)한상진. 2020. “탈성장 시대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정의로운 회복탄력성’으로의 전환”. NGO연구, 15(1). 91-93쪽 그는 정의로운 회복력 실현을 위해서는 기존의 성장 지향적 근대화 모델이 아니라, “정의로운 분배, 절차적 정의, 승인적 정의의 원칙”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생태계 위기가 심화될수록 불평등한 회복력 모델이 나타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사회적·생태적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41)Pellow, D.N. 2018. “From More than Just Sustainability to a More Just Resilience”. Sze, J.(ed). Sustainability, NYU Press. PP.271-277. 2018 pp. 275-276. 예를 들어, 록펠러 재단의 ‘100 Resilient Cities’ 프로젝트는 도시 회복력을 강화하는 선구적 시도였으나, 추진 전략에서 신자유주의적 접근 방식이 불평등을 가중시킬 수 있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 1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도성장을 경험했으나, 이제는 저성장 시대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1%대 성장률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과거의 경쟁적 성장 모델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경제·사회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속 가능한 회복력을 갖춘 국가와 지역 사회는 더 이상 불평등을 심화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성장 신화를 좇을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회복력 전환의 핵심 동력은 다름 아닌 시민들의 신뢰와 참여, 협력과 연대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력과 연대가 위기 대응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경험했다. 어쩌면 회복력 사고가 강조하는 많은 원리와 전략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쓸모없다고 여겼던, 혹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가치들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회복력이란 전혀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 패러다임에서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자연과 인간을 파괴하는 경쟁, 성장, 효율성 중심의 논리가 아닌, 회복력 중심의 새로운 내러티브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회복력을 단순한 위기 대응 전략으로서가 아니라,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가치 체계로 자리 잡아야 한다. 공존과 공생, 그리고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우리는 보다 강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
참고문헌
| 1. | ↑ | 통계청(https://www.index.go.kr/unity/potal/indicator/IndexInfo.do?cdNo=2&clasCd=8&idxCd=8040. 2025-01-31 검색) |
| 2. | ↑ | 통계청·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연합뉴스. 2025-02-26. 하루 40명 스스로 목숨 끊었다…작년 자살건수 13년 만에 최대 |
| 3. | ↑ | 연합뉴스. 같은 기사. |
| 4. | ↑ | 이관후. 2024. 『압축 소멸 사회』. 한겨레출판. 62쪽 |
| 5. | ↑ | 이관후. 같은 책, 62쪽. |
| 6. | ↑ | ‘지구위험한계선’은 2009년 스웨덴의 환경과학자이자 스톡홀름 리질리언스센터 소장을 지낸 요한 록스트륌(Johan Rockstrom) 등 환경과학자와 지구과학자들이 제시했다. ▲기후변화(이산화탄소 농도, 에너지 불균형), ▲생물권 다양성(멸종률, 생태기능 상실), ▲토지사용, ▲담수사용(토양저장 및 증발, 식물에서 나오는 빗물, 강/호수/땅에서 나오는 물), ▲생물지구화학 순환(인, 질소), ▲해양산성화, ▲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합성화학물질(플라스틱 포함) 등 9개 환경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
| 7. | ↑ | 서지영·박병원·이성호·조규진·윤정현. 2014. 『미래 위험과 회복력』. 한국기술정책연구원. 1-3쪽의 내용을 참고하여 재정리하였다. |
| 8. | ↑ | 리프킨, 제러미. 안진환(역). 2022. 『회복력 시대』. 민음사. |
| 9. | ↑ | 한겨레신문. 2023-07-03. 대멸종 부른 ‘우상향 성장 신화’, 인류세 시대에 버려야 할 것들(인류세 역사학자 줄리아 토마스 인터뷰). |
| 10. | ↑ | Walker, B. et al. 2004, “Resilience, adaptability and transformability in social–ecological systems”, Ecology and Society, 9(2), p. 5. |
| 11. | ↑ | 전대욱. 2013. “시스템의 회복성에 대한 이론적 검토와 시스템 다이내믹스 방법론의 적용”. 『한국 시스템다 이내믹스 연구』, 14(2). |
| 12. | ↑ | 메도즈, 도넬라. 김희주(역). 2022. 『시스템 법칙』. 세종. 135쪽. |
| 13. | ↑ | 서지영 외. 앞의 책. 16-22쪽. |
| 14. | ↑ | Adger, W.N.(2000), “Social and ecological resilience: are they related?”, Progress in Human Geography, 24(3), pp. 347–364 ; 서지영 외. 앞의 책(재인용). |
| 15. | ↑ | Walker et al., 앞의 논문. |
| 16. | ↑ | 서지영 외. 앞의 책. 19쪽. |
| 17. | ↑ | 서지영 외. 같은 책. 20쪽(재인용). |
| 18. | ↑ | 이 논문은 ‘가문비나무눈벌레와 생태계의 복원력’에 대한 연구로서, 가문비나무 눈벌레가 대량 발생에 따른 캐나다와 미국의 산림 당국이 살풍제를 살포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이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다.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과정에서 다른 곤충, 새, 포유류까지 피해를 입었고, 장기적으로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홀링의 연구 결과, 굳이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숲은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 연구는 적응 주기에 바탕을 두고 연구했고, 이것이 회복력 사고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사회생태시스템, 경제시스템, 도시계획 등에도 적용되면서 회복력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다. |
| 19. | ↑ | 워커, 브라이언·솔트, 데이비드. 고려대 오정에코리질리언스연구원(역). 2015. 『리질리언스 사고』. 지오북 |
| 20. | ↑ | 워커 외. 같은 책. 100쪽. |
| 21, 23. | ↑ | 워커 외. 같은 책. 115쪽. |
| 22. | ↑ | 워커 외. 같은 책. 101-104쪽; 전진형. 2016. “새로운 사고의 틀, 리질리언스 사고”. 월간 환경과 조경, 8월호. 116쪽. 구덩이 속의 공 모형에서의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그림과 설명은 워커와 솔트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
| 24. | ↑ | 워커 외. 같은 책. 71-75쪽. |
| 25. | ↑ | 김정곤·임주호·이성희. 2017. 『리질리언스 시티 평가기준 및 도시재생 적용 연구』. LH토지주택연구원. 2017. 17쪽. |
| 26. | ↑ | 워커와 솔트(Walker et al., 2015)는 다양성, 생태적 변이, 모듈화, 느린 변수의 인정, 견고한 피드백, 사회적자본, 혁신, 중복된 거버넌스, 생태계 서비스를 제시했다. 록펠러 재단은 성찰성, 통합성, 변통성, 가외성, 내구성, 유연성을, 오루크(O’Rourke)는 가외성, 내구성, 자원부존성, 신속성을 회복력 요소로 제시했다. 빅스 외(Biggs et al., 2015)는 다양성, 중복성 유지, 연결성 관리, 느린 변수 및 피드백 관리, 복잡한 적응시스템 사고 육성, 학습 장려, 참여 확대, 다중 중심 거버넌스 촉진을 제시했다. |
| 27, 28. | ↑ | 워커 외. 앞의 책. 228쪽. |
| 29. | ↑ | 빅스, 레넷·슐뤼터, 마야·스쿤, 마이클 L . 김정규·전진형·김민(역). 2023. 『회복력 원칙』.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
| 30. | ↑ | ** |
| 31. | ↑ | Ostrom, V., 1973. The Intellectual Crisis in American Public Administration((* |
| 32. | ↑ | * Ostrom, V., C. M. Tiebout, & R. Warren, 1961. The Organization of Government in Metropolitan Areas: A Theoretical Inquiry.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55, pp.831-842. |
| 33. | ↑ | 안승혁·소윤미·류호재·한민호·윤순진. 2023. “해상풍력 입지 선정 과정에서 복합적 갈등의 제도적 해결 방안: 다층적 거버넌스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 19(2). 43쪽. |
| 34. | ↑ | 한디디. 2024. 『커먼즈란 무엇인가』. 빨간소금. 18-20쪽 |
| 35. | ↑ | 워커 외. 앞의 책. 232쪽 |
| 36. | ↑ | Daly, Herman. 1968. “On Economics as a Life Scienc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76(3). pp.392-406 ;김병권. 2023. 『기후를 위한 경제학』. 착한책가게. 126-127쪽(재인용). |
| 37. | ↑ | 루이스, 마이크·코너티, 팻. 미래가치와 리질리언스 포럼(역). 2015. 『전환의 키워드, 회복력』. 도서출판 따비. 57-58쪽. |
| 38. | ↑ | 루이스 외. 같은 책. 58-84쪽 |
| 39. | ↑ | 경향신문. 2022-06-08. 디지털 전환·혁신 생태계 재편·정부 역할 재정립…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전략 필요(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
| 40. | ↑ | 한상진. 2020. “탈성장 시대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정의로운 회복탄력성’으로의 전환”. NGO연구, 15(1). 91-93쪽 |
| 41. | ↑ | Pellow, D.N. 2018. “From More than Just Sustainability to a More Just Resilience”. Sze, J.(ed). Sustainability, NYU Press. PP.271-277. 2018 pp. 275-276. |
본고에서 저자 주필주는 복합재난과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지역사회의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커뮤니티 리질리언스’와 ‘적응적 거버넌스’의 개념을 중심으로 위기 대응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주민 주도의 방재계획, 시민 조직의 자기조직화, 촘촘한 일상 네트워크 등은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는 주요 조건으로 제시된다. 동시에 공공의 제도적 지원 과 시민 역량의 결합, 다양한 주체의 신뢰 기반 협력이 강조된다. 경주 아이쿱생협과 아소노아카리 사례는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거버넌 스는 조직도나 형식이 아니라,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는 협력의 구조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연결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시민 중심 회복력 의 정치로 나아가는 길을 탐색한다.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용 시 아래와 같이 출처를 표기해주십시오.
(출처명: 주필주. 2025. 「시민역량과 거버넌스, 위기를 넘어서는 ‘연결’의 방식」.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64-95쪽.)
본고에서 저자 이민주는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많은 지역이 인구 유입을 통한 활력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급격한 인구 유입을 경험한 제주를 사례로, 인구 변화의 흐름과 이주민 정착에 대한 지역 사회의 인식, 정책 대응을 살펴본다. 특히 조천읍 선흘1리 사례를 통해 이주민과 원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며 지역의 정체성과 활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조명한다. ‘그림 그리는 할머니들’의 전시 활동과 마을 전체가 미술관이 되는 ‘뮤지엄 선흘’ 프로젝트는 문화적 교류를 통해 공동체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지역은 단순한 인구유입을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연결되고 협력하며 함께 사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가능케 하는 공간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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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명: 이민주. 2025. 「지방소멸을 넘어, 이주민과 원주민이 함께 그리는 지역의 미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96-123쪽.)
본고에서 저자 정기황은 한국의 국·공유지는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기를 거치며 공유지 개념이 소거되고, 사유화를 촉진하는 제도와 정책 아래 불하와 매각을 통해 재정 확보의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고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은 토지를 공공자산이 아닌 사유재산으로 다루게 하였고, 그 결과 불로소득, 도시양극화, 공동체 해체와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글은 토지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연권이며, 유한한 자원이라는 점을 전제로 국·공유지를 재정적 수단이 아닌 공동체 자산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특히 ‘공유(共有, 커먼즈)’의 관점을 회복하고, 국유지를 공동체와 지역사회의 주체적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유지 관리의 철학적 전환과 제도적 보완 없이는 진정한 공익 실현이 어렵다는 비판과 함께, 공유지 회복은 단순한 행정 개혁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 회복이자 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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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명: 정기황. 2025. 「국(國)·공(公)유지의 공(共)유지적 전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124-165쪽.)
본고에서 저자 홍석환은 한국의 숲 관리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추진되는 숲가꾸기와 소나무재선충 방제 사업은 오히려 숲을 교란하고 탄소 배출을 유발하며, 자연의 회복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인위적 방식 대신, 자연의 힘에 기대는 자연기반해법(NBS)이 탄소흡수와 생태 복원에 가장 효과적이
라는 것이 국제적 합의다. 일본의 사례처럼 인위적 방제를 멈춘 뒤 숲이 스스로 안정을 되찾은 경험은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는 숲의 자연 회복력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건강하게 자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숲 관리 정책은 자연의 회복력을 방해하지 않고 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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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명: 홍석환. 2025. 「자연의 회복력과 숲의 관리정책」.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166-207쪽.)
본고에서 저자 강내영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재난 상황에서 수행한 실제 사례를 통해 지역 회복력의 구조를 설명하고, 먹거리 자급, 통합돌봄, 에너지 자립, 지역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연대경제의 실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이 중요해지는 오늘날, 사회연대경제는 지역사회의 위기 대응과 전환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자본을 중심으로 한 관계망 형성과 자원 순환, 공동체 기반의 자율적 대응 체계 구축이 강조되며, 주민 주도의 연대와 실천이 지역의 생태사회적 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은 정책적 지원이 단일 조직이 아닌 지역 전체를 연결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하며,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실질적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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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명: 강내영. 2025. 「사회연대경제를 활용한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로의 전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208-247쪽.)
본고에서 저자 김종혁은 ESG의 개념과 발전 과정, 그리고 CSR, CSV와의 차이를 짚으며, 사회문제를 전체론적으로 접근할 필요성과 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지속가능성과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었으며, 단순한 기부나 자선에서 벗어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과 협업 방식도 함께 논의된다. 특히 지역소멸 위기를 마주한 지방자치단체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의 전략적 협력, 그리고 이를 통해 실현된 스타벅스의 커뮤니티 스토어와 신안군의 햇빛·바람 연금, 진도군의 이동권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의 구체적 모델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메시지와 함께, 우리가 모두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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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명: 김종혁. 2025. 「지속가능성과 ESG: 당신이 몰랐던 사회문제 해결의 비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엮음. 『회복력 사회와 정책 전환』.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248-275쪽.)